(책읽어주는기자)'최경환 효과'? 아직은 믿지 마라
2014-09-08 13:41:30 2014-09-08 13:46:15
<부의 기원> 에릭 바인하커 지음 | 알에치코리아 펴냄
  
경제학은 과학이다. 그리고 과학은 검증을 거친 법칙적·객관적 진리다. 그러나 현실에서 경제학은 '과학'스럽지 못하다. 산업, 금융,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학 전문가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그들의 전략과 전망, 정책의 결과는 예상과 다를 경우가 많다. 신제품 전략을 잘못 세우거나 무리한 투자로 기업이 어려움에 빠지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주식 투자는 전문가들이 원숭이보다 못하다는 조롱을 받기도 한다. 경제 정책은 효과가 없어 외부 환경 탓으로 돌리기 일수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불황'은 매번 찾아와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경제학은 과학인데 왜 이처럼 불확실할까? '부의 기원'은 그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기존 경제학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전문성 : 전통 경제학의 탄생과 발전 과정 속에서 필연적인 한계를 논리적으로 설명했다. 그리고 전통 경제학을 대신할 복잡계 경제학의 타당성을 진화론, 물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지식과 실험을 토대로 입증했다.
▶대중성 : 마이크로소프트와 G.E 등 유명 기업의 사례와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비유로 사용하는 등 독자들이 쉽고 재미있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러나 이런 배려에도 간간히 나오는 전문 용어들과 생소한 개념은 난관이 될 수 있다.
▶참신성 : 책 표지에는 뉴욕타임스의 서평 "현대경제학에 대지진을 일으킨 기념비적 작품"이 적혀있다. 이 책을 읽는다면 매일 미디어에서 비중있게 보도하는 경제 관련 뉴스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될 것이다.
 
 
 2010년 서울에서 G20 회의가 열렸다. 경제연구소들은 경쟁하듯 이 행사의 경제 효과 전망을 발표했다.
 
그런데 어이없는 결과가 나왔다. G20 경제효과를 삼성경제연구소는 약 21조원, 한국무역협회는 약 450조원이라고 전망했다. 같은 행사인데도 두 경제 연구소의 전망은 약  21배 정도의 차이가 난 것이다.
 
이들의 전망은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홍보하기 위한 과대 책정이었다. 그러나 전망치가 20배 이상 차이 나는 것은 객관적이고 법칙이 있는 '과학'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처럼 기존 경제학은 불확실하다. ‘부의 기원’은 전통 경제학이 불완전한 과학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18세기 ‘국부론’을 쓴 애덤 스미스 등 고전파 경제학자들은 스스로를 철학자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산업혁명으로 경제 시스템이 복잡해지고 변동성이 커지면서 이를 예측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19세기 레옹 발라는 물리학, 수학을 도입해 경제 시스템 예측을 시작했고, 이때부터 경제학은 철학이 아닌 과학으로 변신했다.
 
그런데 경제학이 물리학을 도입한 시기가 문제였다. 당시에는 열역학 제2법칙, 카오스 이론 등 물리학의 중요 법칙들이 발견되지 않았다. 반쪽 물리학을 받아들인 경제학은 현실과 괴리가 생겼다.
 
경제 시스템에서 재료를 가공해 상품을 만들고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엔트로피를 감소시키는 행위다.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자연 상태에서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하기 때문에, 엔트로피가 감소한다면 다른 곳에서 엔트로피가 증가해야만 한다. 에어컨이 실내에 찬바람을 보내려면 실외로 뜨거운 바람을 내보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열역학 제2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전통 경제학은 물리학적으로 불가능한 무한 동력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G20행사로 21조원, 450조원의 경제 효과가 창출된다는 터무니 없는 전망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전통 경제학은 현실의 변수에서도 약점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전통 경제학자가 A은행이 신상품의 성과를 전망한다고 가정하자. 신상품은 경쟁사들보다 고금리를 주는 것이 특징이다. 전통 경제학자는 모든 소비자들을 완벽하게 이성적이며 신상품에 대한 정보를 동시에 얻는다고 가정한다. 이런 가정에서 금리가 높은 A은행의 신상품은 큰 인기를 얻는다는 결과가 나온다.
 
현실에서 소비자들은 훨씬 복잡하다. 특별한 이유 없이 A은행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고금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상품 출시 여부를 모르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전통 경제학에서는 이처럼 다양한 소비자들을 모두 조사할 수 없다. 조사에 드는 시간과 비용, 조사를 하더라도 결과를 내는 방식이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통 경제학은 다양한 소비자들을 획일적인 기준으로 가정할 수 밖에 없다.
 
'부의 기원'은 전통 경제학이 무시한 다양한 변수에 더 비중을 둔다. 현실은 아주 작은 변수가 엄청난 결과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 ‘부의 기원’은 이를 ‘겔만이 동결 사건’이라고 부른다.
 
IBM이 MS-DOS 공급 계약을 맺기 직전, 빌 게이츠는 계약서의 작은 부분을 변경해달라고 요구했고 IBM은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해 이를 수용했다. 변경된 내용은 마이크로소프트가 MS-DOS를 다른 회사에 공급할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는 것이었다. IBM이 이를 허가하지 않았다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지금처럼 거대한 회사로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부의 기원’은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한가지 전망에만 의존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국내에는 LG전자(066570)가 스마트폰 시대를 예측하지 못한 맥킨지의 컨설팅 보고서만 믿고 피처폰에 집중했다가 낭패를 본 사례가 유명하다.
 
대신 자원이 허락해 주는 한도 내에서 대응책을 다양하게 준비하라고 조언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새로운 OS ‘윈도우’를 개발하면서 애플, 유닉스 등 경쟁사들이 OS시장을 지배하는 경우를 가정한 전략도 동시에 준비했다. '윈도우'가 시장에서 실패하더라도 살아남기 위해서다.
 
경제 시스템은 계속 변한다. 구성원들은 다른 구성원의 성공적인 전략을 흉내내거나 경쟁자의 전략을 이길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을 구사한다.
 
전통 경제학은 전망을 쉽게 할 수 있도록 구성원들의 다양성과 변화를 무시했다. 하지만 '부의 기원'이 지지하는 복잡계 경제학에서 다양성과 변화는 굉장히 중요하다. 구성원들의 변화가 쌓이고 쌓이면 경제 시스템은 '진화'를 하고 '부'는 급증한다고 분석했다.
 
‘부의 기원’은 전통 경제학이 중요시하는 ‘경쟁’에는 비판적이다.  
 
전통 경제학자들은 시장의 경쟁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결과적으로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해준다고 주장한다. 반면 '부의 기원'은 현실에서 경쟁은 특정인들에게 자원을 몰아주는 '비효율'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영국과 미국에서 철도, 에너지, 통신 등 특정 분야에 경쟁을 도입하자, 오히려  소비자의 이익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부의 기원'은 시장 경쟁이 자원을 사용하는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이라는 것은 인정했다. 다만 구성원들간 신뢰·협력과 경쟁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의 기원'은 사회 구성원들간 신뢰도가 높을수록 경제 협력이 원활하고 기업들이 성장한다고 주장했다. 신뢰도가 높은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네덜란드 등은 경제 규모가 크지 않지만 대기업의 숫자는 많아 1인당 소득(GNP)이 높고, 신뢰도가 낮은 한국은 경제 규모에 비해 대기업의 숫자가 적고 GNP가 낮다고 분석했다.
 
구성원들간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이미 우리 나라에서도 복지, 사회적 기업 육성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러나 지도층은 여전히 전통 경제학에 사로잡혀 있다. 박근혜 대통령,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경제살리기 대책은 전통 경제학에 기초한 '규제 완화'다.
 
규제완화 덕분에 주식,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는 뉴스들도 들리고 있다. 그러나 전통 경제학이 기대하는 것처럼 '규제 완화'는 마법이 아니다. 가혹한 현실의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규제 완화'에 따른 대가를 다른 곳에서 지불하고 있다. 단지 아직 모르고 있을 뿐이다.   
 
 
책 속 밑줄 긋기
 
마거릿 대처는 "사회라는 것은 없다. 남자와 여자, 개인
그리고 가족이 있을 뿐이다"라고 했다.
 
대처의 말은 옳지 않다.
 
수백만 사람 간의 상호 작용, 의사 결정,
강한 상호주의적 행동, 문화적 규범의 작동, 협력, 경쟁,
그리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이 모든 것이 바로
우리가 사회라고 부르는 현상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별점 ★★★★★
  
연관 책 추천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김현우 정치사회부 기자
 
 
이 뉴스는 2014년 09월 3일 ( 12:49:43 ) 토마토프라임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