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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권 5년' 명예훼손 기소, 前 정부의 2배 넘어
대통령 국정운영·권력 비판 사례 많아
법원 "권력자에 대한 자유비판 허용돼야"
2013-02-20 14:24:08 2013-02-20 14:26:31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광우병의 위험성을 제기한 MBC(문화방송)PD수첩 제작진, 정부의 환율정책을 비판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이른바 '떡값검사' 명단을 발표한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국정원의 민간단체 사찰 의혹을 제기한 박원순 변호사(현 서울시장), 쥐 그림으로 현직 대통령 비하(G-20 포스터)했다고 기소된 대학강사, 한상률 전 국세청장 '비판글'을 국세청 내부게시판에 올린 혐의로 기소된 전 나무세무서 직원.
 
이들은 모두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대통령의 국정운영, 정치인의 정치적 제반활동에 대한 비판이나 의혹을 제기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20일 대검찰청이 발간한 '범죄분석'에 따르면 지난 5년여간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사건은 2006년 2583건, 2007년 3125건, 2008년 5509건, 2009년 6984건, 2010년 6266건, 2011년 7094건으로 점차 증가했다. 특히 2011년 기준으로 전 정부 말인 2007년에 비해 2.2배, 3969건 늘어났다.
  
◇법원 "공공성 근거..자유로운 비판 존중"  
 
형사고발과 수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법원은 어떻게 판단할까. 대체적으로 국가 권력자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은 허용돼야 한다는 게 우리 법원의 입장이다.
 
지난 2011년 대법원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에 대해 왜곡·과장 보도를 해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능희 MBC PD 등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무죄 판결을 확정해 3년여가 넘는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공공성을 근거로 한 보도라서 명예훼손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게 법원의 최종 결론이다. 
 
또 배석규 YTN 사장의 '황제골프'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김종욱 언론노조 YTN지부 위원장도 지난해 9월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황제골프라는 표현은 과장된 표현일 뿐,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방한 칼럼을 쓴 이유로 모욕죄 등 혐의로 기소된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부적절한 욕설이나 경멸적 언어가 반복되는 표현에 대해 도덕적 사회적 비난을 받을 수 있지만, 국가의 형벌로 의율하는 것은 신중해야 하고 최고 권력자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이 허용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2008년 인터넷 경제토론방에서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며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수차례 올린 혐의로 기소된 박대성씨 역시 무죄를 확정받았다.
 
검찰은 박씨의 글 중 외환보유정책을 비판하고 외환위기를 우려하는 내용을 쓴 두 건의 글에 대해 전기통신기본법 제 47조 1항 위반의 혐의로 기소했지만, 1심은 2009년 4월 "피고인에게는 공익을 해할 목적이 있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로 봤다.
 
이후 검찰은 항소했으나 2010년 12월 헌법재판소가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후 검찰은 항소를 포기했고 그대로 무죄가 확정됐다.
 
◇'떡값검사' 명단 발표 노회찬 의원 등 형사처벌 사례도
 
그러나 국가권력자에 대한 비판·의혹을 제기해 형사처벌을 받게 된 사례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예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BBK 주가조작 연루' 등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정봉주 전 민주통합당 의원이 있다.
 
당시 재판부는 "의혹을 부인하는 사람에 대해 의혹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경우 단순한 소문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허위사실 공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 후보가 김경준과 공모해 주가조작과 횡령을 했고, BBK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 등은 허위임이 증명됐고 이러한 의혹 제기가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에 기초해 이뤄진 것이 아니라고 보인다"고 판시했다.
 
최근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은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의 사례도 거론된다.
 
노 대표는 이른바 '안기부X파일'에 언급된 '삼성그룹 떡값 검사' 명단을 공개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확정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은 국회의원이 국회 내에서 자유롭게 발언하고 표결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것인데, 인터넷 홈페이지에 도청자료의 내용을 게재하는 행위는 국회의원의 국회 내에서의 자유로운 발언과 관련이 없어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국회의원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보도자료를 게재하는 행위는 전파가능성이 매우 크면서도 일반인들에게 여과 없이 전달되는 점을 고려하면, 인터넷 홈페이지에 보도자료 형태로 도청내용을 게재한 행위는 면책특권 범위 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G20 정상회의 포스터에 쥐를 그려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등 설치물을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대학강사도 벌금형 200만원을 확정받았다. 박씨는 '자신의 행위가 예술행위에 해당된다며 헌법상 보장된 예술창작 또는 예술표현의 자유 차원에서 보호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해당 재판부는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공무상 설치된 물건을 마음대로 변형할 수 있다면 공무집행은 사실상 수행이 불가능하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겁주기식' 명예훼손 형사처벌 지적
 
외국의 경우 명예훼손 소송은 주로 형사처벌보다는 민사소송으로 해결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잦은 민·형사상 소송은 일명 '겁주기'식의 특수 현상으로 이해된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뉴질랜드는 1992년에, 아프리카의 가나는 2001년에, 스리랑카는 2002년, 멕시코는 2007년 명예훼손죄를 폐지했고,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키프로스, 에스토니아, 그루지야, 몰도바, 우크라이나도 2004년 이후에 명예훼손죄를 폐지했다.
 
표현의 자유를 위해 명예훼손죄를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명예훼손에 관한 형법 307조는 2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있다.
 
지나해 9월 참여연대는 모욕죄와 진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 폐지 등을 골자로 한 형법 개정 입법청원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며,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청원안은 ▲사실에 관한 명예훼손죄를 처벌하는 규정 삭제 ▲허위의 사실에 관한 명예훼손죄의 경우 구성요건에 거짓임을 '알고' 있어야 함을 명시 ▲공직자의 소속기관이나 직무에 관한 표현은  범죄 요건에 해당하지 않도록 규정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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