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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채권담합' 증권업계, 자성 앞서야
2012-11-05 16:00:00 2012-11-05 16:00:00
금융권의 양도성예금증서(CD) 담합에 이어 이번에는 증권업계에서 소액채권 담합 건이 터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민주택채권, 도시철도채권 등 소비자들이 부동산이나 자동차 등을 구입할 때 의무적으로 사는 채권의 금리를 담합해 수천억원의 부당이득을 올렸다는 이유로 20개 증권사에 192억3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한편 6개 대형 증권사를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채권담합은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이루어졌으며, 이 기간 동안 증권사들이 챙긴 부당이득은 40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소비자들로서는 눈뜨고 코베인 꼴이 됐다. 문제가 된 소액채권은 소비자가 구매한 즉시 되파는 식으로 처리돼 왔다. 채권가격이 얼마인지는 사실상 관심 밖이었다. 이 과정에서 부당이익이 취해져 왔더라도, 소비자들로서는 애당초 알 길이 없었다.
 
공정위의 발표가 나오자 금융투자협회는 즉각 사과성명을 내고 후폭풍 진화에 나섰다.
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준법•윤리의식을 강화하겠다”며 “투자자로부터의 신뢰회복을 위한 쇄신의 기회를 삼고자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선 증권사들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공정위가 채권시장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채 무리한 제재를 내렸다는 볼멘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증권사들간에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의견교환을 담합으로 몰아 간다는 주장이다.
 
증권사들이 채권가격을 담합하게 된 배경에 정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2004년 당시 정부는 국고채와 국민주택채권 수익률의 차이(스프레드)가 10bp(0.1%p) 이상 나지 않도록 권고했기 때문에 증권사들이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기 위해 서로 채권가격을 논의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배경 때문인지 증권사들 사이에서는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는 말이 나온다.
 
검찰에 고발된 증권사가 벌금형 이상을 받게 될 경우 3년간 신규사업 진출이 불가능하고 5년간 자회사 설립도 금지된다.
 
이번 담합 제재에는 다소 억울한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반발하는 증권사들의 입장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있다.
 
소비자들의 손해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증권업계가 제도적 문제점으로 인해 설령 의도하지 않은 담합을 했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부당한 이득을 올렸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갔다.
 
왜 업계는 6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제도적 문제점을 스스로 공론화하지 못했나. 이득을 볼 때는 침묵하다가 지금 와서 제도의 한계를 거론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아 보인다.
 
금융투자의 가장 기본적인 룰은 공정성이다. 공정하지 못한 태도는 특혜시비를 낳고 시장 참여자들에의 불신을 낳는다.
 
증권업계가 투자자들로부터 받는 신뢰도는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그런 결과를 낳은 데는 업계가 자초한 면이 있어 더욱 안타깝다. 관행이라고 항변하기 이전에 자정 노력을 통해 신뢰도를 되살리는 것이 시급한 과제일 것이다.
 
손정협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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