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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13일 18:1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벤처투자 자금이 신산업으로 빠르게 쏠리고 있다. 2025년 전체 벤처투자액 중 76.4%가 인공지능(AI)·바이오·방산 등 12대 신산업에 집중됐다. 500억원 이상 대형 투자도 모두 신산업에서 나왔다. 그러나 투자 확대가 곧 초기 스타트업의 자금조달 개선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신산업 투자액 중 후속투자 비중은 90%에 달한 반면 신규 투자는 12% 수준에 그쳤고, 업력 3년 이내 기업 비중도 10곳 중 1곳이 채 되지 않았다. <IB토마토>는 신산업 투자와 후속투자 흐름, 정책자금의 실효성을 점검하고 국내 벤처투자 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한계를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윤상록 기자] 지난해 신산업 분야 벤처투자가 5조원을 넘어섰지만, 신규 기업 발굴로 흘러간 자금은 12%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신산업 투자액 5조2014억원 가운데 신규투자는 6390억원이었다. 반면 후속투자는 4조5624억원으로 87.7%를 차지했다. 업력별로도 7년 이상 기업이 신산업 자금의 절반 이상을 가져간 반면 업력 3년 이내 초기기업 투자 비중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신산업 투자가 확대되고 있지만 자금은 여전히 검증된 기업과 후속 라운드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한국벤처캐피탈협회)
신산업 신규투자 12%···후속투자에 자금 집중
13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5년 12대 신산업 분야 벤처투자액은 5조201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신규투자는 6390억원으로 전체 신산업 투자액의 12.3%에 그쳤다. 반면 후속투자는 4조5624억원으로 87.7%에 달했다. 신산업으로 자금이 몰렸지만, 대부분은 새 기업 발굴보다 기존 투자기업의 후속 라운드에 쓰인 셈이다.
신산업이 아닌 일반 분야와 비교하면 차이는 더 뚜렷하다. 일반 분야 벤처투자에서는 신규투자 비중이 37.6%로 나타났다. 신산업 분야의 신규투자 비중이 일반 분야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 것이다. 성장성이 높은 산업일수록 자금이 초기 기업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실제 투자 현장에서는 불확실성이 낮은 기존 포트폴리오 기업에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
후속투자 쏠림 배경으로는 기업공개(IPO) 회수 환경 악화가 꼽힌다. IPO가 늦어지면서 출자자(LP)들이 이미 투자한 포트폴리오에 후속 자금을 묶어두는 흐름이 나타났다는 평가다. 시장 자금이 신규 발굴보다 기존 기업의 운영 자금 보강에 쓰이면서 후속 라운드에 투입된 사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벤처투자조합을 통한 비상장사 투자는 세제 측면에서도 투자자 유인이 제한적이다. 개인투자조합이나 직접 벤처기업 투자에는 구간별로 최대 100% 소득공제가 적용되는 반면, 벤처투자조합 출자분은 원칙적으로 출자금액의 10%만 소득공제 대상이다. 이마저도 세액공제가 아닌 소득공제인 만큼 실제 절세 효과는 투자자의 세율과 공제한도에 따라 줄어든다.
분야별 온도 차도 나타났다. 전년 대비 투자가 가장 크게 증가한 분야는 생명신약 분야로 증가율은 35.4%다. 방산·우주항공·해양 분야도 19.2%, 모빌리티도 16.5% 많아졌다. 반면 에너지·원자력·핵융합 분야는 전년 대비 55.2%, 첨단제조는 22.0% 감소했다.
중소형 벤처캐피탈 한 대표는 <IB토마토>에 "최근 증시 흐름을 고려하면 비상장사 투자는 상장사 투자 대비 회수가 오래 걸릴 수 있다"라며 "현재 비상장사 투자에 활용하는 벤처투자조합의 세제혜택도 제한적이라고 판단되며 혜택이 상대적으로 많은 개인투자조합을 활용해도 딜 자체의 리스크가 큰 경우가 많기 때문에 초기 액셀러레이터 펀드들은 정부자금을 활용하지 않는 이상 결성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업력 7년 이상에 절반 넘게 몰려···초기 기업은 6.9% 불과
업력별 분포도 후속투자 쏠림을 보여준다. 지난해 12대 신산업 분야 벤처투자는 업력 7년 이상 기업에 51.6% 집행됐다. 업력 10년 이후 기업으로 좁히면 30.5%다. 반면 업력 3년 이내 기업 투자 비중은 6.9%로 10곳 중 1곳이 채 되지 않았다. 연간 신산업 기업 투자가 5조원을 상회하는 가운데 초기 기업이 받는 자금이 유의미한 수준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신산업 기업의 업력이 길수록 평균 투자액도 커졌다. 3년 이내, 3년~7년, 7년~10년, 10년 이후 기업의 평균 투자액은 12억5000만원→36억3000만원→38억4000만원→43억3000만원으로 증가했다. 신산업이 아닌 일반 분야의 업력별 평균 투자액은 11억4000만원, 32억9000만원, 31억원, 28억9000만원을 기록했다. 업력 10년 초과 기업의 평균 투자액이 3년 이내 기업보다 3배 이상 컸다.
이는 신산업 투자가 기술 검증과 시장성을 어느 정도 확보한 기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AI·바이오·방산 등은 기술 개발 기간이 길고 실증 비용도 크다. 초기기업 입장에서는 기술력을 입증하기 전까지 자금 유치 문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신산업 투자 확대가 곧바로 초기 스타트업 생태계 확장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다.
중기부도 성장단계별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중기부 측은 "AI·신산업 분야 창업기업을 성장단계별로 지원하는 차세대 유니콘 육성 프로젝트와 지방정부와 공동 조성하는 지역성장펀드 등을 통해 신산업 기업에 안정적인 성장 재원을 지원하겠다"라고 밝혔다.
한 벤처캐피탈 대표는 <IB토마토>에 "국내 주식 시장이 좋은 상황이기 때문에 초기 스타트업 투자가 아닌 우량기업 투자로도 성과를 거둘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생각한다"라며 "스타트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선 초기기업에 투자하는 중소형 벤처캐피탈들 대상 모태펀드 의무 출자비율을 약 90%로 늘리는 방안을 고려하는 게 어떨까 싶다"라고 설명했다.
윤상록 기자 ys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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