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좋은 조직은 왜 ‘설명’을 많이 할까
2026-05-15 06:00:00 2026-05-15 06:00:00
많은 조직이 ‘설명’을 단순한 옵션이나 불필요한 비용 정도로 생각하곤 한다. 일은 결과로 증명하는 것이고, 조직은 위계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의 변화가 급박한 상황에서는 리더의 전격적인 판단과 신속한 실행이 승패를 가르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업무의 기준과 맥락이 충분히 공유되지 않아 발생하는 보이지 않는 손실 또한 적지 않다. 모두가 바쁘게 움직이는데도 일이 자꾸 어긋나고, 이미 끝낸 업무를 다시 수정하거나 같은 논의를 무한 반복하고 있다면 이는 조직 내 ‘설명’이 실종됐다는 명백한 신호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영업 부서’와 ‘수행 부서’ 사이의 갈등이다. 새로운 계약을 따내야 하는 영업 부서가 “일단 계약부터 합시다. 고객의 요구 조건은 우리가 맞추면 됩니다”라며 속도전을 벌일 때, 정작 일을 실행해야 하는 수행 부서는 구체적인 맥락과 가이드라인이 없어 혼란에 빠진다. 영업 부서는 속도를 우선해 약속을 남발하고, 수행 부서는 현실적 완성도와 가용 자원을 고민하며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 리더가 양 팀에 정확한 우선순위와 판단 기준을 설명하지 않으면, 결국 중간에서 조율해야 하는 관리자들만 양쪽의 비난을 받으며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뒤늦게 리더가 나타나 “계획했던 수익성이 나지 않는다”라거나 “수행 속도가 너무 느리다”고 지적할 때는 이미 두 팀 사이의 감정 골이 깊어지고 조직의 자산이 낭비된 뒤인 경우가 많다.
 
이처럼 설명이 부족한 상황이 반복되면 구성원들은 능동적으로 판단하기보다 점차 ‘실수하지 않는 방향’을 선택하게 된다. 스스로 최선의 답을 고민하기보다 사소한 부분까지 리더의 확인을 받으려 하고, 질문만 반복하는 수동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애매한 판단과 책임의 무게는 또다시 중간관리자에게 집중된다. 중간관리자는 위에서는 결과와 속도를 압박받고, 아래에서는 기준을 묻는 끊임없는 질문에 시달린다. 최근 조직문화 담론에서 중간관리자의 번아웃과 소통 단절 문제가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이유도 여기서 기인한다.
 
결국 설명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리더와 구성원 사이의 ‘거리’를 좁혀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거리는 물리적 거리가 아니라, 상황을 이해하는 분석적 공감과 심리적 유대감의 거리다. 리더는 “이 정도면 충분히 말했다”고 생각하지만, 구성원은 여전히 “그래도, 기준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느끼는 경우가 허다하다. 리더가 바라보는 높은 산의 전경과 구성원이 마주한 가파른 암벽의 현실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간극을 메우는 유용한 도구가 바로 구체적 설명이다.
 
또한 설명의 신뢰는 리더의 일관성과 형평성에 의해 유지된다. 어제는 ‘무조건 빠른 실행’을 독려했다가 오늘은 다시 ‘단 하나의 고객 불만도 용납하지 않는 완벽함’을 강조하는 식으로 우선 순위가 널뛰면, 구성원들은 업무의 본질보다 리더의 그날그날 관심사나 발언 수위에 더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또한 특정 부서의 성과만 반복적으로 치켜세울 경우, 묵묵히 제 역할을 하던 다른 구성원들은 자신의 기여가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낀다. 이때 중요한 것은 리더 스스로의 확신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실제로 그 공정함을 체감하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조직이 빠르게 성장하고 변화의 속도가 가팔라질수록 설명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한다. 초기 창업 멤버들끼리는 눈빛만 봐도 통하던 기준들이, 조직의 규모가 커지면 더 이상 자연스럽게 흐르지 않기 때문이다. 설명은 단순히 정보를 하달하는 행위가 아니다. 조직의 인식을 동기화하고, 흩어진 에너지를 한곳으로 모으는 가장 효율적인 관리 기술이다.
 
좋은 조직은 설명을 통해서 공통의 가치와 지향, 방향과 기준을 꾸준히 증명해낸다. (이미지=챗GPT)
 
좋은 조직은 단순히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고 친절한 조직이 아니다. 설명을 통해 방향과 기준을 꾸준히 증명해 내는 조직이다. 여기서 말하는 설명은 ‘우리는 왜 이 길을 가는가’,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성공을 정의하는가’를 투명하게 펼쳐 보이기 위한 노력을 말한다.
 
사람들은 조직을 떠난 뒤에도 자신이 그곳에서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기억한다. 그 기억은 단순히 연봉의 액수나 직급의 높낮이로만 남지 않는다. 내 의견이 얼마나 진지하게 검토되었는지, 회사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얼마나 납득 가능한 근거를 제시했는지 같은 ‘존중의 경험’으로 남는다. 결국 좋은 조직이란 거창한 구호를 외치는 곳이 아니라, 구성원들에게 ‘왜’를 끊임없이 설명할 줄 아는 조직이다. 설명은 언뜻 시간을 허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조직의 시행착오를 줄여 시간을 크게 아껴주는 가장 확실한 투자다.
 
신의철 변호사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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