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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이보현 기자] 상미당홀딩스의 자회자이자 국내 양산빵 업계 1위
SPC삼립(005610)이 매출 상승세에도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는 3년간 0%대에 그쳤다. 심지어 최근 신제품은 소규모 카페에서 개발한 레시피인 '두바이쫀득쿠키'와 유사한 제품을 출시, 이슈에 편승하는 모습이다. 상미당홀딩스의 또 다른 자회사 파리크라상(파리바게뜨 운영사) 역시 연구개발비 축소와 더불어 대기업 중 가장 먼저 '두쫀볼'(두쫀쿠 유사 제품)을 내놔 자체 제품 개발보다 '베끼기 전략'을 택했다는 지적이다.
(사진=SPC그룹)
외형 성장세에 업계 1위인데도…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0%대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PC삼립은 국내 베이커리 시장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외형 성장세를 보인다. 지난해 3분기 매출액은 분기 기준 8631억원으로 전년 동기 8452억원 보다 늘어났다.
반면 연구개발비(R&D)는 매출액에 비해 협소한 수준이다. R&D 비용은 최근 3년간 2024년 97억원, 2024년 3분기 75억원, 2025년 3분기 76억원을 기록했다. R&D 총액은 매년 증가세지만, 이 수치는 전체 매출에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체 매출액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3년 간 0.3% 이하며, 2023년 0.27%, 2024년 0.28%, 2025년 3분기 0.3%를 기록했다.
SPC삼립의 연구개발비율은 동종업계 타 기업와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롯데웰푸드(280360)의 연구개발비 비중은 최근 3년 간 0.6~0.7% 사이로 나타났다.
상미당홀딩스(SPC삼립의 신설 지배회사)의 또 다른 베이커리 사업회사인 파리크라상(파리바게뜨 운영사)도 2024년까지 연구개발비용을 줄였다. 상미당홀딩스의 별도기준 경상개발비(R&D비용) 추이는 2022년 38억원, 2023년 34억원, 2024년 33억원을 기록했다. 이 역시 전체 매출액 대비 경상개발비 비율은 3년간 0.1%에 그쳤다.
SPC삼립이 외형 성장과 더불어 업계 1위임에도 연구개발 투자에 소홀한 가운데, 최근 1년간 이슈 상품을 살펴보면 맛보다는 외부 콘텐츠에 의존하는 모습으로 분석된다.
예로 지난해 1월 한국프로야구(KBO)와 컬래버한 KBO빵(크보빵)이 있다. 업계에서는 크보빵의 흥행 요인을 맛보다는 ‘팬심’으로 지목했다. 한국프로야구 시즌과 제품 출시가 겹치며, 제품 안에 동봉된 야구선수들의 스티커(띠부씰)를 모으는 재미가 소비 욕구를 자극했다는 해석이다.
SPC삼립의 두바이 스타일 파이?케이크 제품. (사진=SPC삼립)
이슈 제품 중심 판매 전략…크보빵·두쫀쿠로 흥행 이어가
아울러 SPC삼립과 파리바게뜨는 지난해 말부터 국내 디저트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두바이쫀득쿠키’(두쫀쿠)를 활용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두쫀쿠'는 두바이 초콜릿에서 영감을 받은 디저트로, 지난해 한국에서 유행한 두바이 초콜릿과 쫀득쿠키가 결합된 형태다.
처음 레시피를 개발한 곳은 국내 5곳의 점포를 보유한 ‘몬트쿠키’다. 몬트쿠키 측은 두쫀쿠 개발까지 원재료 분석, 비율 및 조합 테스트, 식감 유지 여부 등을 반복 검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특허 출원을 고려했지만 ‘쫀득', '쿠키’ 등이 흔한 단어라 특허 출원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 '두쫀쿠'의 지식재산권은 현재 특정인에게 귀속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원재료 확보와 대량 생산이 수월한 대기업들은 두쫀쿠 유사제품을 내놓고 있다.
특히 대기업 중 최초로 출시한 곳은 '파리바게뜨'다. 지난달 14일 파리바게뜨는 신제품 ‘두바이쫀득볼’(두쫀볼)을 공개, 일부 매장에서 한정판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해당 제품은 외형부터 원재료까지 두쫀쿠와 거의 흡사하다. 회사는 이와 파생된 신제품 ‘두쫀 타르트’도 전국 가맹점에서 판매한다고 했다.
SPC삼립도 지난 30일 ‘두바이st파삭파이’, ‘두바이st 떠먹케(떠먹는 케이크)’를 출시했다. 두 제품 모두 두쫀쿠의 원재료로 쓰이는 카다이프, 피스타치오 등이 들어갔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피스타치오 수입 단가는 지난달 기준 t당 약 2800만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 약1500만원 대비 84% 치솟은 가격이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이미 높은 인기로 원재료 수급이 어려운데, 대기업이 대량 생산을 하면 수급이 더 힘들어진다'는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아이템 베끼기'라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소상공인이 개발한 메뉴라는 출처가 명확한데 대기업에서 베껴간다’는 등의 내용이다.
그러나 ‘두쫀볼’ 출시 이후, 구매를 위한 오픈런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회사가 매출액 대비 제품 연구개발비에 투자한 금액이 미비한 규모임을 감안하면, 이러한 판매공식은 ‘가성비’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SPC삼립과 파리바게뜨가 연구개발비로 전체 매출액의 0.3%도 안 되는 비용을 들여도, 타 기업 아이템(두쫀쿠)을 활용해 소비자 관심을 모으는 데 성공해서다. 다만 이와 같은 전략이 장기적인 성장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상미당홀딩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연결재무재표상 매출액 기준으로 연구개발비가 반영이 돼있다. 이에, 유통물류계열사인 GFS 매출까지 포함이 된 것이며, 삼립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연구개발비는 0.59% 이며, 연결기준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며 "삼립은 최근 3년간 연평균 약 10% 정도 연구개발비를 확대하고 있으며, 고품질의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삼립은 소비자의 니즈에 빠르게 대응하는 동시에, 삼립만의 독자적인 기술과 제품 역량을 접목한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트렌드 기반 제품을 통해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는 한편, 프로젝트:H와 같은 웰니스 카테고리 제품을 통해 중장기 성장성이 높은 라인업도 함께 강화하고 있다"며 "단기 트렌드 대응과 자체 연구개발 기반의 제품 혁신을 병행하며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보현 기자 bob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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