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농협개혁 어떻게 막았나…농해수위 지역구 조합장 동원
2026-02-03 06:00:00 2026-02-03 0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이재희 기자] 농협중앙회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소속 의원들의 지역구 농협조합장들을 동원해 전방위적으로 대국회 로비를 벌여왔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습니다. 강호동 중앙회장 재임 시기에 회장 연임 1회 허용 등 농협법 개정안을 추진하거나 국정감사 지적을 피하기 위해 회유·압박 등을 시도했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조합장들이 지역 표심 상당 부분을 쥐고 있는 만큼 의원들이 이들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농협 조합장들, 농해수위원 '밀착 마킹'
 
2일 농해수위 관계자들과 시민단체, 노동조합 관계자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농협 개혁 관련 법안이 농해수위에 올라올 때면 이곳 소속 의원들의 지역구 농협 조합장들이 직접 의원실을 찾거나 의견서를 내는 방식으로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농해수위 의원실 관계자는 "지역구 조합장들이 여러 명인데 돌아가면서 의원실에 찾아오거나 의견서 전달을 하는 방식이었다"며 "'지역 여론이 매우 좋지 않은데 알고 있냐', '조합원들 반발이 크다', '다음 선거에서 힘을 실어주겠다'는 등의 내용을 전달받았다"고 말했습니다. 한 보좌관은 "직접적으로 아는 사이도 아닌데 학교 선배라며 의원실을 찾아오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결국 의원이 발의한 농협법 개정안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한 접촉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해 10월 농해수위의 농협중앙회 국정감사 전후로도 농협 측 로비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당시 시민단체와 노조 등은 의원실과 함께 강 회장의 금품수수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할 예정이었습니다. 강 회장의 율금 조합장 시절 2000만원 수수 의혹과 인천지역조합장협의회로부터 560만원 상당의 황금열쇠를 받았다가 논란이 일자 돌려줬다는 의혹, NH농협생명의 핸드크림 계약 관련 5억원 리베이트 의혹 등입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NH농협지부 관계자는 "국감 전까지는 강 회장 관련 제보를 바탕으로 같이 질의를 준비하던 의원들이 적지 않았다"면서 "그런데 막상 국감이 시작되니 제보를 바탕으로 지적을 하겠다고 약속했던 의원들이 질의를 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강 회장 관련 의혹 질의를 하지 않는 대신에 조합장들로부터 수천만 원대 정치후원금을 받았다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농협중앙회의 국회 농해수위 의원 로비 의혹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에서 열린 '농업발전혁신인상 시상식'에서 이만희(왼쪽부터) 국민의힘 의원, 서삼석 민주당 의원, 김태흠 충남도지사, 강 중앙회장, 김영록 전남도지사,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이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강 회장 취임 이후 농협의 대표적인 국회 로비 창구로 '농정협력위원회'가 지목되기도 했습니다. 이 기구는 농협중앙회 기획실 산하에 신설돼 명목상 국회와의 소통 강화를 위한 자문기구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는 입법 로비를 위한 창구였다는 평가가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됐습니다.
 
농정협력위원회에는 전국 1000여명의 조합장 가운데 19명이 참여했는데 이들 중 14명이 모두 농해수위 소속 의원 지역구에 위치한 지역 농협 조합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농협중앙회가 중앙회장 연임을 염두에 두고 입법 환경을 관리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관측이 제기됐던 시점이기도 합니다.
 
농정협력위원회 내부 자료에는 언론사별 부정 기사 목록과 해당 기사와 연관된 농해수위 의원 정리표, 의원별 관심 사안과 요구 자료 등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위원들에게는 매월 100만원의 활동비가 지급됐고, 이들은 수시로 국회의원들과 접촉하며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농협중앙회서 로비 명단 관리"
 
농협의 대국회 로비 의혹은 중앙회장 연임 1회 허용을 담은 농협법 개정안이 추진됐던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논란이었습니다. 지난 2022년 12월8일 농해수위 소위에서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중앙회장 연임 허용 법안을 둘러싸고 조직적인 로비 의혹을 공개적으로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윤 의원은 당시 "농협중앙회장이 '셀프 연임'을 위해 중앙회 기획실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국회의원과 국회 전문위원, 농식품부 등을 상대로 조직적인 로비를 벌이고 있다"면서 "일부 국회의원들은 연임 법안 통과를 대가로 농협 직원 인사 청탁을 하고 있고 관련 명단이 중앙회 인사총무부에서 관리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2023년 9월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도 김의겸 당시 민주당 의원은 "초선인 나에게도 법안을 통과시켜주면 다음 총선에 도움을 주겠다는 제안을 해왔다"며 로비 의혹이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언급했습니다. 당시 같은 당이자 법사위원이었던 최강욱 의원 역시 "왜 논의가 자꾸 (농협중앙회장) 연임 이야기로만 흘러가는지 궁금했는데 하도 연락이 와서 알게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시 중앙회장 연임 허용을 담은 농협법 개혁안은 결국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중앙회장 연임 허용 건이 제외된 이 법안은 이번 22대 국회에서 농해수위를 통과한 상태입니다. 법적으로 비상근 명예직인 농협중앙회장이 무이자 지원자금 등을 내세워 조합장을 쥐락펴락하고, 초법적 권한을 유지하기 위해 대국회 로비를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회의원 입장에서는 지역구 내 조합장의 영향력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1000여명이 이르는 지역 농협조합장은 단순히 조직 책임자가 아니라 조합원과 그 가족, 지역 농민단체, 영농회 등으로 연결된 지역 여론의 중심에 있습니다. 선거철마다 조합장을 중심으로 한 지역 농민 조직이 선거 지지 표 결집, 후보자 평가 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농협 법안은 다양한 채널로부터의 로비가 기본 전제처럼 깔려 있다"면서 "법안이 상정되는 순간부터 지역구 조합장 민원을 어떻게 감당할지가 의원들 사이의 공통 고민"이라고 말했습니다.
 
농협중앙회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지역구 농협조합장들을  동원해 전방위적으로 대국회 로비를 벌여왔다는 의혹이 나왔다. 사진은 지난달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해수위 전체회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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