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차별 채용이 있었다고 해도 앞선 금융권 은행장들의 무죄 판결과 마찬가지로 함 회장이 법인 및 인사 담당자와 공범이라 보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10여년 전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킨 금융권 채용 비리 관련 법정 싸움에서 서로 다른 결론이 나면서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의 운명도 엇갈리는 모습입니다.
"부정채용 공모 직접 증거 없어"
대법원1부는 29일 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를 받는 함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일부 파기했습니다. 함 회장이 지난 2016년 공채 합숙면접 전형 지원자 중 1명이 불합격 대상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인사부장 등과 공모해 합격자로 선정되게 했다는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심리를 다시 하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는 2심에서 유죄로 판단이 바뀐 공소사실 중 하나입니다.
대법은 함 회장의 공모 혐의에 대해 "공모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고 제1심 및 원심에서 증언한 하나은행 인사부 채용 담당자들의 증언에 신빙성이 있으며, 원심이 들고 있는 여러 간접사실들만으로는 증언들의 신빙성을 배척할 만큼 우월한 증명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함 회장 지시에 따라 추가 합격자를 정하기 위한 회의가 열렸다고 단정할 수 없고, 당시 실무자 진술도 그와 같았다는 취지입니다. 대법원은 이어 "원심 판단에 공판중심주의 및 직접심리주의에 관한 법리, 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는 이유로 원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업무방해 부분을 파기·환송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기존 선고대로 유죄 판결이 확정될 경우 금융회사 임원 결격 사유에 해당해 즉시 회장직에서 물러나야 했으나 이같이 부분 파기환송이 결정되며 함 회장은 계속해서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금융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되면 금융사의 임원이 될 수 없습니다.
대법원은 함 회장의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상고는 기각했습니다. 함 회장의 성차별 채용 혐의는 유죄로 확정한 것입니다. 아울러 하나은행 법인에 대한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유죄 판단(벌금 700만원)도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유죄 판결을 받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은 벌금형이 선고돼 자격 상실 요건이 되지 않아 함 회장은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한 만큼 오는 2028년 3월까지 회장직을 유지합니다.
대법원은 검사가 상고한 함 회장과 이 전 부행장의 나머지 무죄 부분에 대해서도 모두 기각해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공동정범의 성립 요건인 공모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돼야 하고 직접증거 없이 간접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하려면 각 간접사실이 논리와 경험칙에 의해 뒷받침돼야 한다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한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또 항소심이 새로운 객관적 사유 없이 1심의 사실인정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는 공판중심주의 원칙을 명확히 설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무죄서 유죄…다시 또 무죄
함 회장은 하나은행장이던 지난 2015~2016년 신입사원 공개채용 당시 지인 청탁을 받고 서류 전형과 합숙면접, 임원면접 등에 개입하며 불합격 지원자 점수를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았습니다. 또 2013~2016년 신입 행원 남녀 비율을 4대1로 차별 채용하도록 해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혐의도 있습니다.
당시 2심 재판부는 "함 회장은 증거관계상 2016년 합숙면접 합격자 선정과 관련해 부당하게 개입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에 대해 1심이 무죄로 판단한 부분을 파기할 사정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선 1심에서는 함 회장이 부정 채용을 지시했다는 증거가 없고, 차별 채용은 은행장의 의사결정과는 무관한 관행이었다며 함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금융권 채용 비리 관련 법정 다툼이 마무리 국면으로 들어가면서 금융권 CEO들의 운명도 엇갈리는 모습입니다. 앞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은 국가정보원 고위 간부와 은행 내부의 고위직 임원 등으로부터 청탁받고 이들의 자녀, 친인척을 특혜 채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뒤 실형을 받았습니다. 이 전 행장은 지난 2015~2017년 우리은행 공개채용 서류전형과 1차 면접에서 불합격권에 있던 지원자들의 점수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합격시켜 우리은행 인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2심은 "합격자 결정이 아무런 합리적 근거 없이 그 합격자가 추천대상이라는 이유로 이뤄졌다면, 이러한 행위는 우리은행의 공공성 유무나 정도를 따질 것도 없이 대표자의 권한 밖"이라고 했습니다. 대법원에서는 2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했습니다.
위성호 전 신한카드 대표는 지난해 1심에서 징역 10개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일부 지원자에 대해 인사권자의 일방 결정이 있었다고 봤습니다. "다음 단계에서 검증해보자"는 지시가 있었던 점이 합격을 전제로 이뤄졌다는 것입니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도 신한금융지주 회장 당시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2심 재판부에 이어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에 1심은 조 회장이 합격시키라는 명시적 지시는 안 했지만, 채용팀이 이를 고려할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판단하며 면접관들의 채용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다만 당시 대법원은 "추천된 지원자가 기본적인 채용 요건을 갖추고 있다면, 단순한 인적 사항 전달만으로는 인사부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금융권 채용 비리에 있어 특정 지원자에 대한 지원 사실과 관계를 알린 것만으로는 점수 조작 등이 CEO의 행위로 직접 귀속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일례로 조 회장은 무죄를 받았지만, 신한은행 인사 담당자들에 대해서는 유죄가 유지됐습니다.
하나금융 측은 대법원 선고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대법원의 공명정대한 판결에 무한한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하나금융이 안정적인 지배구조 속에서 더 낮은 자세와 겸손한 마음으로 어렵고 힘든 금융 소외계층을 세심하게 살피며, 국가 미래 성장과 민생 안정 지원을 위한 생산적금융 공급 및 포용금융 확대에 그룹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건물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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