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까, 버틸까…셈법 복잡해진 다주택자들
현장 "현재 급매 없다…비인기 지역부터 매물 나올 것"
전문가 "다주택자 지역·자산에 따라 출구전략 갈릴 것"
2026-01-28 14:50:23 2026-01-28 15:50:47
[뉴스토마토 홍연·신태현 기자] 지난 2022년 5월부터 유예됐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재개가 공식화하면서 서울 주요 지역 부동산 시장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양도세 중과 유예 연장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못 박으면서 정책 방향이 분명해지자, 다주택자들의 셈법도 한층 복잡해졌다는 평가입니다. 다만 현장에서는 급매물이 빠르게 확산하기보다는 지역과 단지별로 온도차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분위기입니다.
 
대통령 발언 이후 서울 아파트 매물은 소폭 증가했습니다. 28일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성동 등 한강벨트 지역을 중심으로 매물이 2~5%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됩니다. 세 부담을 의식한 일부 다주택자들이 매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시장 반응을 살피는 단계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다만 수치상 증가와 달리 체감 분위기는 여전히 조심스럽다는 게 현장의 공통된 반응입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양도세 중과 재개 소식 이후 일부 저렴한 매물은 나왔지만 급매라고 부를 수준은 아니다”라고 입을 모읍니다.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잠실 엘스 20평대 저층 매물이 29억6000만원선에 나와 있고, 트리지움은 29억3000만원대 매물이 있다”며 “중층 이상 기준으로 보면 단지 내 최저가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잠실동의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역시 “급매라고 해도 1억~2억원씩 빠진 물건은 거의 없고, 많아야 5000만원 안팎 조정된 수준”이라며 “전용 84㎡ 기준 35억원에 나오면 34억5000만원 선에서 협의하는 정도”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집주인 항의 때문에 네이버 부동산에 공개하지 않고 중개업소 간에만 공유되는 조금 더 저렴한 매물도 있다”며 “여유 자금이 있는 다주택자들은 저렴하게 내놓은 매물이 거래가 안 되면 바로 보류로 돌아서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습니다.
 
강남구 압구정 일대는 분위기가 더욱 단단합니다. 압구정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급매는 없다. 이미 예정된 정책이었고 시장에 선반영됐다”며 “1월에 급한 물건은 대부분 정리됐고, 지금은 나이가 있어 현금화 목적으로 처분하는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가격을 크게 낮춘 매물은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압구정 재건축 단지의 경우 저렴한 매물이 3구역 구현대 저층 30평대가 57억원대, 1구역 미성아파트는 50억~53억원대, 2구역은 65억원대에 형성돼 있습니다. 중개업소들은 “온라인에 보이는 최저가는 허위매물에 가깝고 실제 시세는 집주인이라고 적혀진 매물에서 높은 가격을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서초구 잠수교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사진=뉴시스)

토허제·대출 규제 동시 작용…매도·매수 모두 어려운 환경
 
서초구 반포 일대도 아직 급매는 제한적입니다. 반포미도2차와 잠원메이플자이, 반포센트럴자이 등에서는 “아직 급매가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입니다. 다만 반포 한신서래에서는 전용 27평형 한 건이 기존 33억원에서 31억원으로 낮춰 나왔는데, 중개업소는 “5월9일 중과 전 계약을 목표로 내놓은 물건”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마포구 아현동과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 역시 전반적으로 “급매는 거의 없다”는 분위기입니다. 노원구 하계동 미성아파트는 오히려 가격이 오르고 있고, 도봉구 창동 일대는 매물이 부족해 거래 자체가 잘 안된다는 말이 나옵니다. 강북구 미아동의 한 중개업소는 “다주택자들이 서울부터 파는 게 아니라, 양도세 부담이 적은 외곽이나 수도권부터 정리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주택자들이 매도에 나서기 어려운 배경으로는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과 대출 규제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 꼽힙니다. 실거주 의무와 세입자 보호 규정으로 매수자가 제한되고, 대출 여건도 까다로워 거래 성사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는 작년에 1년만 연장한다고 했고 종료 시점은 명확히 예정돼 있었다”며 “연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정책의 일관성을 강조하며 추가 유예 가능성을 일축한 발언으로, 시장에서는 심리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들의 출구 전략이 지역과 자산 성격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양도세는 팔아야 발생하는 세금인 만큼, 양도차익이 큰 핵심 지역 주택은 버티고 그렇지 않은 물건부터 정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실거주 의무와 세입자 문제로 지금은 팔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며 “결국 버티거나 증여로 가는 다주택자가 더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기간이 짧고 규제가 겹쳐 있어 관망세가 우세할 것”이라며 “정리하더라도 비인기 지역부터 내놓는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양도세 중과 재개 방침은 다주택자들의 심리를 압박하며 서울 주요 지역에서 매물을 소폭 늘리는 계기가 되고 있지만, 잠실·압구정 등 핵심 지역을 중심으로 급매가 쏟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규제 환경과 가격 기대가 맞물리면서, 당분간 시장은 지역별·단지별로 엇갈린 흐름 속에 관망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홍연·신태현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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