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거버넌스 민낯)②"책임지겠다"던 김영섭…3월 임기 고수
조직개편·임원인사 안갯속…경영 공백 장기화
차기 CEO와 소통도 단절…수습은 언제? 누가?
2026-01-29 06:00:00 2026-01-29 06:00:00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김영섭 KT 대표가 해킹 사태에 따른 최고경영자(CEO)로서의 책임을 지겠다고 했지만, 자리 보전에 연연하면서 KT의 경영 시계는 사실상 멈췄다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사실상 가능하지도 않을 연임 의사를 접은 것을 '책임'과 '희생'으로 간주하며, 법적으로 보장된 임기인 올해 3월 말 정기 주주총회까지는 대표 권한을 모두 행사하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를 지켜보는 KT 안팎의 시선은 타들어만 갑니다.  
 
김 대표는 지난해 10월2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KT 해킹 사태와 관련해 증인으로 출석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사태 수습이며, 일정 수준의 수습이 이뤄진 뒤에는 CEO로서 총체적인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과방위원들은 "빨리 사퇴하는 것이 문제를 확산시키지 않는 지름길", "연임에 연연하지 말고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 등으로 김 대표를 압박하던 차였습니다. 과방위는 김 대표에게 "그 책임에 사퇴도 포함되느냐"고 거듭 물었고, 이에 김 대표는 "(사퇴를) 포괄하는 책임이라고 말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같은 달 29일 열린 종합감사에서 차기 대표에 공모할 것이냐는 질의에 "이사회에서 제 입장을 명확히 밝히겠다"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이후 11월4일 열린 이사회에서 김 대표는 KT 차기 대표이사 공개 모집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히며, 그의 거취 문제는 일단락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그의 행보는 책임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김 대표가 임원회의는 물론 차기 CEO와의 논의 과정에서 "법적으로 보장된 임기가 남아 있다"며 오는 3월 말 정기 주주총회까지 대표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는 현직 대표의 결단 없이는 사실상 진행이 어렵다는 점도 함께 언급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에 따라 김 대표와 박윤영 KT 차기 대표 내정자 간 소통 역시 사실상 중단된 상태입니다. 추락한 소비자 신뢰를 수습할 대책 마련과 조직 재정비 역시 백지 상황입니다. 
 
이사회도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KT 이사회는 지난해 11월 규정을 개정해 부문장급 임원 인사와 주요 조직 개편을 이사회 사전 심의·의결 대상으로 포함시켰습니다. CEO의 고유 권한으로 여겨졌던 인사·조직 권한이 이사회 통제 범위로 들어오면서, 임기 종료를 앞둔 현직 대표는 대규모 인사를 단행하기 어려워졌고 차기 CEO 내정자는 법적·제도적 권한이 없어 인사를 주도할 수 없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분석입니다. 이로 인해 인사와 조직 개편이 장기간 지연되며 경영 공백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김영섭 KT 대표가 지난해 10월21일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29일 "연임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이상, 후임 경영진이 인사와 조직을 정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통상적인 관행"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연임 포기 선언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KT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도 "CEO로서 책임을 지겠다는 발언과 연임 포기는 후임이 선출되면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미까지 내포한다고 봐야 한다"며 "그러나 현재 행태는 법적 책임에서는 한발 물러서면서도, 자신이 가진 권한은 끝까지 행사하겠다는 이중적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김 대표의 행보를 두고 '책임 이행'의 출발점으로 제시됐던 연임 포기 선언이 결과적으로는 권한 유지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힘을 얻을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국회에서도 김 대표의 책임 이행 여부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황정아 민주당 의원은 "책임을 져야 할 자리에 있는 사람이 국회에서 책임을 지겠다고 발언했다면, 그 발언의 진정성과 이행 여부를 따져볼 필요는 있다"고 했고, 과방위 관계자는 "책임 이행 의사가 없는 상태에서 나온 발언이었다면, 국회 발언의 무게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전문가들 역시 CEO 책임 발언의 무게를 감안할 때 이 같은 무책임한 경영 공백은 시장과 소비자, 나아가 회사 차원의 신뢰성을 훼손할 것을 염려하고 있습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영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은 CEO로서 중요한 책무"라며 "CEO 교체기에 차기 CEO와 소통 없이 형식적으로 흘러간다면 이는 책임 이행이 아니라 경영 공백을 키우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인수인계의 골든타임에 소통이 단절된 상황은 차기 경영진과 회사 모두에 부담을 남길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고 짚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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