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내부 논의 없이 조국혁신당에 합당을 제안하면서 민주당 의원들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갑작스러운 합당론 투척에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당 지도부는 물론 청와대와의 교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후폭풍이 거셀 전망입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조국혁신당에 합당 제안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인1표' 하자면서 당원 배제…선 넘었다"
민주당 다수 의원들은 22일 오전 정 대표의 '조국혁신당 합당 제안' 발표를 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비판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특히 당 지도부인 최고위원들은 합당 제안 발표 20분 전에 이 사실을 통보받았습니다.
친명(친이재명)계인 강득구 최고위원은 "오늘 9시30분 최고위원회의가 열리기 전까지 합당 제안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사전에 정해놓은 9시50분 기자회견을 불과 20분 앞두고 열린 오늘 회의는 논의가 아니라 당대표의 독단적 결정 사안을 전달받은 '일방적 통보의 자리'였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며 "최고위원회의를 거수기로 만들고, 대표의 결정에 동의만 요구하는 방식은 결코 민주적인 당 운영이 아니고 동의할 수 없다"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황명선 최고위원도 "'당원이 주인인 정당'을 내세워 1인1표제를 추진하면서 정작 당의 중대한 의사결정에서 당원을 배제하는 것은 명백한 '자기모순'"이라며 "'민자당식 깜짝쇼'가 아니라 투명하고 공개적인 논의와 검증을 거쳐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은 이렇게 급작스럽고 일방적으로 추진할 사안이 아니"라며 "보수 대결집의 계기만 제공해 일대일 구도의 악습이 재현되고, 다양성이 사라져 정치개혁의 흐름에 역행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합당 제안이 당의 미래보다 당대표 개인의 정치 일정, 특히 연임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직격했습니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도 정 대표의 깜짝 발표 전까지 합당 논의를 알지 못했습니다. 전용기 원내소통수석부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원내 지도부도 최고위원들과 함께 (합당 제안을) 인지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지선에 출마 의사를 밝힌 인사들도 정 대표의 합당 제안에 반대와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자인 박홍근 의원은 "당내 주자들이 본격적으로 (지선을) 준비 중이고, 일찌감치 선거 구도가 자리 잡아가는 지역들도 있다"며 "통합 추진 과정에서 이견으로 인한 당내 갈등이 커지거나, 혁신당과의 나눠 먹기 논란이 일어날 경우 득보다 실이 훨씬 커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만약 혁신당과의 합당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면 지방선거 이후에 추진해도 늦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박홍근 의원을 비롯해 박주민·서영교·전현희 의원 등 서울시장 출마자들은 합당에 대한 당원들의 숙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 의원의 경우 이날 오후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이었으나, 당내 상황으로 일정을 미뤘습니다.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김병주 의원과 출마 후보군인 한준호 의원도 충분한 토론을 거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대전·충남 통합단체장에 출사표를 낸 장철민 의원은 "당원의 뜻을 묻지 않은 일방적인 합당 추진을 반대한다"며 "정당한 소통과 절차가 생략된다면 민주 세력의 연대는 오히려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밖에 김남희·김상욱·모경종·박정현·이건태·이광희 의원 등 초선 의원들도 갑작스러운 합당 제안 발표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당권파는 합당 '찬성'…청와대 "통합은 대통령 지론"
비판적 의견이 공개 표출되는 것과 달리 합당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의원들도 있습니다. 박지원 의원은 "정 대표의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을 적극 환영하고 지지한다"며 "뭉치면 더 커지고 이익이다. 분열하면 망한다"고 말했습니다.
당권파인 이성윤 최고위원은 SNS에 '지방선거를 같이 치르자'는 글을 올리며 긍정적인 시선을 보냈습니다. 최민희 의원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지켜보겠다"며 '전 당원 의견 수렴과 투표 진행'을 덧붙였습니다.
당대표 비서실장인 한민수 의원은 이날 유튜브 방송 '매불쇼' 인터뷰에서 "다음에는 총선이 있고 대선이 있는데, 거리가 멀어졌을 때 통합을 얘기하는 것보다 갈등이 커지기 전에 지금 (합당)하는 게 맞다는 말도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당권파로 분류되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합당에 찬성 의사를 보인 겁니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이 모인 '딴지일보' 게시판에 조국혁신당과 합당하자는 내용의 기자회견문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또한 성남시장 출마가 거론되는 김병욱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지금은 작은 차이보다 민주주의의 완전한 회복에 힘을 합칠 때"라며 합당 제의를 환영하는 뜻을 밝혔습니다.
당내 반발이 빗발치는 가운데 청와대와 조율 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는데요. 정 대표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합당에 대해 논의한 점을 언급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에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오늘 발표에 대해서 당·정·청 간에 공유했다는 정도의 얘기를 한 것"이라며 "대통령을 언급한 바는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최고위원과의 사전 논의가 없었던 점에 대해서는 "우리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있기 때문에 약속과 보안이 지켜질 필요가 있었다"며 "그런 차원에서 최고위원들에게 임박해서야 공유할 수밖에 없었고, 그런 부분은 정 대표가 양해를 구했다"고 했습니다.
청와대에서는 양당의 합당 논의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입니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 대표의 합당 발표에 대해 "사전에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양당 통합은 대통령의 지론이기도 하다"며 "양당 간 논의가 잘 진행되길 지켜보겠다"고 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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