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건물 전경.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심각한 자금난에 빠진 홈플러스가 이달 말을 기점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설 것으로 보이지만, 채권단과의 긴급자금(DIP) 협의는 사실상 제자리걸음 상태입니다. 자금 수혈의 출발점이 돼야 할 채권단 설득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홈플러스 점포들은 압류 절차, 납품 지연으로 정상 영업이 어려워지면서 파산 우려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와 산업은행, 메리츠금융이 각각 1000억원씩을 부담하는 회생 방안에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를 제외한 금융권은 어떤 의사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법원에 △3000억원 규모 DIP 대출 추진 △현금흐름 개선을 위한 자가 점포 매각(3년간 10개) △익스프레스 사업 분리 매각 △부실 점포 정리(6년간 41개) △인력 재배치 등 내용이 담긴 회생안을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홈플러스가 회생안 중 가장 시급한 사안인 DIP 대출을 위해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에 지원을 요청했으나,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 전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좌담에 메리츠금융은 불참했습니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MBK홈플러스 사태 해결 TF 단장은 "채권단인 메리츠가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메리츠 측은 홈플러스 한 달 고정비가 1000억원, 매달 500억원씩 적자인 상황에서 1000억원 출자는 한강 물에 돌 던지는 정도라고 보고 있더라"며 "잘못되면 채권단과 이혜관계자에 오히려 피해를 주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추가 출자에 대한 명확한 명분이 제시되지 않는 한 참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인 셈입니다.
산업은행도 움직임이 없습니다. 전일 좌담회에서 김기한 금융위원회 구조개선정책관은 "산은은 홈플러스 측에서 받은 DIP 대출 요청이 없었다"고 발언해 장내를 술렁이게 했습니다. 같은 자리에 있었던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가 이미 "DIP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던 것에 대비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조 대표는 "기업에서 직접 산은에 요청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와 국회에 요청드리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이사 사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홈플러스 이대로 문닫게 할 것인가? 긴급좌담회'에서 MBK 회생계획안 성실 이행을 약속하며 회생에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홈플러스는 채권자와 금융권에 공식적인 도움을 읍소하고 있습니다. 홈플러스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긴급운영자금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당장 상품 대금 지급은 물론 급여 지급도 어렵다"며 "채권자들의 대표격인 메리츠와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에 참여해주실 것을 간청드릴 수밖에 없는 점을 양해해달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금융권이 DIP에 참여하도록 강제할 방법은 없습니다. 국회는 홈플러스 사태를 긴급 민생 해결 과제로 보고 메리츠금융과 정부를 설득하는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금융권은 물론 정부도 공적 자금 투입이란 이슈에 몸을 사리는 모양새입니다. 김 정책관도 전일 국회에서 "DIP는 채권단 동의도 있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다"며 "금융위가 소극적인 것은 죄송하지만 선뜻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발언했습니다.
만약 DIP가 불발될 경우 홈플러스는 청산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추가 자금 유입 없이 현 상태가 이어질 경우 정상적인 영업 유지가 어렵고, 법정관리 이후 청산 수순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며 "MBK도 사실상 청산가치가 더 큰 만큼 시장 논리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