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뒤집힌 빨대 정책…종이빨대 업계 '패닉'
제조업체 급감…올 들어 생산 중단 수순
대안 부재…국내 공급 중단에 해외도 외면
피해 업체, 기후부·중기부에 사업 전환 지원 요구
2026-01-05 17:04:37 2026-01-05 18:04:12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정부의 일회용품 규제 정책이 또다시 방향을 틀면서 종이빨대 생산업체들이 사실상 폐업 국면으로 내몰렸습니다.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를 전제로 형성됐던 대체재 시장이 규제 유예와 빨대 사용 금지로 이어지며 붕괴 수순에 직면한 것입니다. 피해 업체들은 사업 전환 지원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종이빨대 제조업체 17곳→6곳 줄어…생산량 급감
 
5일 종이빨대 업계에 따르면 일부 업체를 제외하면 다수 업체에서 종이빨대 생산이 사실상 중단됐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종이빨대 생산업체는 기존 17곳에서 6곳만 운영되고 있습니다. 6곳 중에서도 사업자만 유지할 뿐 실제로 종이빨대를 생산하는 곳은 3곳뿐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아직 종이빨대를 사용하는 대형 프랜차이즈에 납품하는 업체들만 생산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난달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탈플라스틱 종합 대책 수립 대국민 토론회'에서 재질과 무관하게 빨대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 결정이 사실상 종이빨대의 사형선고로 보고 있습니다. 종이빨대를 플라스틱 빨대의 대체재로 기능할 수 있는 정책적 전제 자체가 사라지게 됐습니다. 종이빨대는 플라스틱 빨대 사용이 제한될 때만 시장이 성립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종이빨대 생산업체는 더 이상 종이빨대 생산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생계 유지를 위한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국내에서 종이빨대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때는 2018년입니다. 스타벅스가 종이빨대를 도입하기로 발표하면서 국내 종이빨대 제조업체가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글로벌 커피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친환경 경영이 확산되면서 종이빨대 도입이 시작됐고 이를 계기로 국내 제조업체들이 하나둘씩 시장에 진입했습니다. 정부가 2022년부터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제한하기로 발표하자 종이빨대 제조업체가 크게 늘어 2022년 기준 연간 500억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됐습니다.
 
이 같은 흐름은 2023년 중반까지 이어지다가 2023년 11월 정부가 일회용품 규제 계도 기간을 무기한 연장하기로 하면서 시장이 급속도로 축소됐습니다. 플라스틱 빨대가 다시 시장에 복귀하면서 종이빨대는 가격 경쟁력과 사용 편의성 측면에서 밀려났습니다. 현재 종이빨대 시장 규모가 연간 40억~5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한 제조업체의 종이빨대. (사진=변소인 기자)
 
투자금 회수도 못 해…해외시장 진출도 어려워 
 
현재 종이빨대 업체들은 법인 형태만 유지한 채 실제 생산은 멈춘 상태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정책 변화가 반복되면서 정상적인 사업 운영이 불가능해졌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한 종이빨대 제조업체 대표 A씨는 "이제는 종이빨대 생산이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공장을 정리하면서 종이 27톤을 버렸다. 빨대로 생산하면 3억~4억원의 가치가 있는 규모"라고 말했습니다. 
 
수출 역시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정책적으로 사용이 제한되거나 금지된 제품에 대해 해외 바이어들이 신뢰를 갖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A씨는 "해외시장으로도 눈을 놀려봤는데 해외 바이어들이 한국 시장에서도 사용하지 않아 꺼려 한다"며 "종이빨대로 37억원의 손해를 떠안게 됐고 집 2채를 잃었다"고 했습니다.
 
사업 전환 지원 목소리 커져…기후부, 국감서 약속
 
업계 관계자들은 정책 변화로 인해 회수하지 못한 투자 손실이 상당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초기 시장에 진입한 업체일수록 피해는 컸습니다. 종이빨대 생산을 위해 수년간 투입한 설비 투자와 원자재 비용, 공장 건립 비용 등이 고스란히 손실로 남았다는 분석입니다. 또 다른 종이빨대 제조업체 대표 B씨는 "지금은 완전히 자포자기 상태"라며 "친환경을 주장하며 종이빨대를 만들다가 다시 플라스틱 빨대를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푸념했습니다. 이어 "체력을 회복해 다시 친환경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기후부와 중소벤처기업부가 사업 전환을 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책의 일관성 문제는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바 있습니다. 종이빨대 산업은 정부 정책에 맞춰 형성된 산업인 만큼 정책 변경에 따른 피해를 정부가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습니다. 당시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담당과에서 해당 종이빨대 업종에 대해서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지 긴밀히 상의해서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단기적인 재고 처리나 금융 지원만으로는 재기가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업계는 지금이라도 정부가 정책 변화로 인한 피해를 인정하고 사업 전환과 재기할 수 있는 제도적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자영업계와 소비자 측면에서도 혼란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빨대 전면 금지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사용을 줄이기 위한 캠페인이 더 합리적인 접근이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고장수 카페사장협동조합 이사장은 "혼란을 주면서까지 플라스틱 사용 비중이 높지 않은 카페를 타깃으로 하는 것이 맞나 싶다"며 "플라스틱 사용량이 많은 분야에서 저감 효과를 내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빨대는 규제에서 논외를 시켜야 맞다"고 주장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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