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한파에 멈춰선 배터리 설비…장비업체까지 ‘꽁꽁’
전기차 수요 둔화 직격탄
장비 납기도 줄줄이 연기
배터리 투자 위축 현실화
2026-01-06 15:24:58 2026-01-06 16:08:23
[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급격히 식으면서 국내 배터리 산업 전반에도 냉기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전기차 정책 변화가 이어지면서 수요 위축이 완성차 제조업체 등 전방산업에서부터 배터리 셀·소재 업체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기차 수요 둔화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국내 배터리 장비업체들까지 납기 일정이 줄줄이 연기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이에 배터리 산업 전반의 투자 위축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2024년 4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37회 세계전기차동차 학술대회 및 전시회(EVS37)'에서 한 관람객이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 배터리 모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이차전지 장비업체 피엔티는 최근 1130억원 규모의 장비 공급계약일을 기존 지난해 12월31일에서 올해 3월31일로 정정한다고 공시했습니다. 또 다른 685억원 규모의 장비 공급계약 역시 종료 시점을 작년 12월 말에서 올해 6월30일로 늦췄습니다. 수주 자체가 취소된 것은 아니지만, 고객사의 투자 일정이 미뤄지면서 납기 일정도 조정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됩니다.
 
다른 이차전지 관련 장비업체들의 사정도 비슷합니다. 씨아이에스는 삼성SDI(006400)로부터 수주한 220억원 규모 장비 공급계약의 종료 시점을 지난해 12월31일에서 올해 5월22일로 변경했습니다. 이 같은 장비업계의 납기 지연은 전기차 시장 수요가 둔화하자 관련 배터리 시장으로까지 부진이 이어진 결과로 풀이됩니다. 장비업체들을 포함하여 LG에너지솔루션(373220), 엘앤에프(066970), 포스코퓨처엠(003670) 등 국내 주요 배터리 셀·소재 업체들이 고객사 사정으로 통보받은 계약 취소 또는 감액 규모는 약 28조원에 달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달 들어서만 지난해 매출의 절반에 해당하는 13조원 규모의 배터리 공급계약이 파기됐고, 포스코퓨처엠도 GM과 지난 2022년 13조7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으나, 지난달 공시를 통해 공급한 금액이 2조8000억원에 그쳤다고 알렸습니다. 양극재 업체 엘앤에프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앞서 2023년 엘앤에프는 2년(2024년~2025년)에 걸쳐 테슬라에 약 3조8347억원 규모의 하이니켈 양극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알렸지만, 지난달 29일 실제 공급한 금액은 973만원이라고 공시했습니다. 사실상 계약이 해지된 셈입니다.
 
투자 축소 움직임도 감지됩니다. SK온은 충남 서산 2·3공장 증설 일정을 기존보다 1년 늦추기로 했습니다.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공시를 통해 서산 2·3공장 관련 투자 금액을 기존 1조7534억원에서 9363억원으로 낮췄습니다. 당초 계획 대비 절반 수준만 집행하겠다는 것입니다. 투자 종료 시점도 2025년 말에서 2026년 말로 연기했습니다.
 
이처럼 전기차 시장 냉각의 배경에는 정책 환경 변화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전기차 구매 시 제공되던 7500달러 규모의 세액공제를 폐지했고, 글로벌 전기차 시장 확산 선봉장에 섰던 EU 역시 2035년부터 적용하려던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규제를 사실상 철회하면서 내연기관차 퇴출 시점을 뒤로 미뤘습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둔화)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배경입니다.
 
실적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엔솔·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지난해 적자 예상치는 1조원에 달할 전망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 회복 시점이 불투명한 만큼 배터리 설비 투자와 장비 발주도 당분간 위축 국면을 벗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이에 장비업체들도 보수적인 경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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