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조용한 세대교체...압구정에 3050 현금 부자 모인다
압구정 100억 매물 '수두룩'…눈치 보기 장세 이어져
2026-01-06 15:52:38 2026-01-07 15:42:33
 
[뉴스토마토 홍연·신태현 기자] 6일 찾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는 예상보다 조용했습니다. 재건축 최대 격전지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2구역 대로변을 따라 늘어선 공인중개업소 안은 한산했습니다. 유리창에는 70억원대부터 100억원을 훌쩍 넘는 매물 안내문이 빼곡히 붙어 있었지만, 상담을 하는 손님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요즘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대다수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급매도 거의 없고, 문의도 줄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10·15 대책 이후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은 영향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다만 현장에서는 '완전한 침체'라기보다는 '적응 국면'에 가깝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이날 만난 문지용 공인중개사는 "대책 직후에는 거래가 거의 멈췄지만, 최근 들어서는 고객들이 규제 환경에 익숙해지면서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출이 안 되니 사실상 현금 여력이 있는 사람들만 들어오는 상황이며, 이런 수요층은 애매한 곳보다 가장 상징적이고 사업 속도가 빠른 단지를 먼저 고른다고 설명했습니다.
 
문 중개사가 꼽은 곳은 신현대를 포함한 압구정 2구역이었습니다. 2구역은 이미 시공사가 선정됐고, 올해 통합심의를 거쳐 2028년 하반기 이주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압구정 재건축 구역 가운데 상대적으로 일정이 명확하다 보니 '속도'를 중시하는 자산가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실제 거래 가격은 여전히 높은 벽처럼 느껴집니다. 압구정동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에 따르면 일주일 전에 신현대 35평형이 102동 로열층에서 70억원, 118동 4층에서 86억원에 각각 거래됐습니다. 구현대에 속하는 대형 평형은 가격이 더 높은데요. 80평, 85평형이 나오면 170억원 이상을 예상하는데, 이런 물건을 찾는 수요도 분명히 있다는 전언입니다.
 
압구정로변에 위치한 공인중개업소에 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홍연 기자)
 
초고가 시장도 조용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신현대 60평대는 130억원 안팎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고, 펜트하우스를 염두에 자산가들의 문의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나와 있는 매물은 속도는 느려도 결국 소진되는 흐름일 것이란 전망입니다.
 
다만 분위기가 10·15 대책 이전과 같지는 않습니다. 매물이 나오면 일주일 안에 다 나갔던 그때와는 달리 지금은 거래 성사까지 시간이 더 걸립니다. 매수자들도 가격을 한 번 더 따져보고, 매도자 역시 쉽게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서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모습입니다.
 
거래 주체의 연령대는 30~50대가 중심입니다. 20대 후반에 증여를 통해 진입하는 사례도 간혹 있지만 흔하진 않습니다. 반면 오래 거주한 고령 소유주들은 "언젠가는 정리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시장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압구정동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젊은 사람들은 새로 진입하거나 끝까지 가져가려 하고, 나이 드신 분들은 좋은 가격에 팔 시점을 고민한다"며 "압구정은 오래된 단지라 고령층 비중이 여전히 높다"고 말했습니다.
 
압구정3구역 건너편에 위치한 현대건설 압구정 홍보관. (사진=홍연 기자)
 
시공사 선정 경쟁은 가열되고 있습니다. 2구역은 이미 현대건설이 시공권을 확보했고, 3구역 역시 현대건설이 유리하다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3구역의 한 공인중개업소는 "3구역은 단지 안에 현대건설 소유 토지가 있어 주도권을 쥐고 있다"며 "브랜드와 상징성 측면에서도 현대가 강점을 갖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4·5구역은 판세가 다릅니다. 삼성물산과 DL이앤씨를 비롯한 대형 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경쟁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압구정 일대에 홍보관이 들어섰고,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1대1 전담 마케팅도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단지 안으로 들어가면 분위기는 또 달랐습니다. 압구정 3구역에 10년 넘게 거주 중인 김모(여·40대)씨는 "밖에서 보는 기대감과 안에서 느끼는 현실은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가격이 너무 비정상적으로 올라 실제로 거래되는 건 몇 건 안 된다"며 "집을 샀다가 취소하고 등기를 안 올리거나, 집을 서로 맞바꾸는 방식으로 매매가만 찍히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고 전했습니다.
 
재건축을 바라보는 내부 시각도 외부와는 온도차가 큽니다. 김씨에 따르면 단지 거주자의 약 70%는 고령층인데요.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여기 생활에 익숙해서 이사 가는 걸 싫어하고 재건축 자체를 반대하는 분들도 많다"고 전했습니다.
 
분담금 부담 역시 현실적인 걸림돌입니다. 1990년대 초중반에 2억~3억원대에 집을 산 사람들이 많다 보니, 지금 예상되는 분담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고령층 모두가 같은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었는데요. 압구정 현대아파트 25동에 40~50년 넘게 거주해 온 임모(83)씨는 최근 집을 팔고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재건축이랑은 상관없이 개인적인 이유로 정리하려는 것"이라며 "분양가는 많이 오를 거다. 요즘 평당 2억, 3억 이야기까지 나오지 않느냐"고 말했습니다.
 
반면 끝까지 남겠다는 주민도 적지 않습니다. 압구정 한양5차 아파트에 거주 중인 이모씨는 "재건축할 때까지 있을 거고 분양가는 오르겠지, 내리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압구정 6구역에 거주하는 한 고령의 여성 주민 역시 매각 의사가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그는 "나는 안 판다. 압구정밖에 없고 여기가 최고"라고 강조했습니다.
  
홍연·신태현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