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재계 총수들은 추석 연휴에도 하반기 경영 구상에 몰두할 예정입니다. 고물가·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데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글로벌 경영 환경이 불확실해진 까닭입니다. 아울러 4대 그룹 총수들은 명절 이후에 이뤄질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방문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면서 양국 현안과 사업 협력 등을 고심할 것으로 보입니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추석 연휴 기간 해외 사업장을 방문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회장은 삼성 경영을 본격적으로 맡기 시작한 2014년부터 명절이면 해외 사업장을 찾아 현지 사업을 점검하고, 가족과 떨어져 근무하는 직원들을 격려해왔습니다. 연휴 기간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들과 비즈니스 미팅을 소화하는 등 10년째 '명절 글로벌 현장 경영' 행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최태원 SK그룹, 정의선 현대차,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이 자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회장은 올해 설 명절에는 말레이시아 스름반 삼성SDI 생산법인을 찾아 배터리 공장 등을 둘러봤습니다. 지난해 추석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이집트 등 중동 3개국을 방문해 임직원을 격려하고 글로벌 현장을 살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국내에서 휴식을 취하며 경영 구상에 나설 예정입니다. 특히 다음달에는 SK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향후 성장 전략을 발표하고 경영비전을 발표하는 최고경영자(CEO) 세미나가 예정돼있습니다. 이에 따라 SK가 그룹 차원에서 주력하고 있는 인공지능(AI) 밸류체인 구축 등의 현안을 점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매년 10월 열리는 SK그룹의 CEO세미나는 6월 확대경영회의, 8월에 진행되는 이천포럼과 함께 SK그룹의 3대 연례행사로 꼽힙니다. 이 자리에서 계열사 CEO들은 최 회장이 제시한 경영 키워드를 중심으로 기존 사업을 재정비하고 신규 사업을 발표합니다.
최 회장은 주말인 지난 7일 글로벌 경영 환경 점검 회의를 열어 "불확실한 경영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AI와 반도체 등 핵심 사업 경쟁력을 빠르게 키워야 하는 우리의 과제는 쉽지 않지만 반드시 감당해야 할 일"이라며 "글로벌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미래 핵심 사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촉을 높이 세우고 기민하게 대응하자"고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명절 연휴 일정을 잡지 않고 국내에서 하반기 경영 구상에 집중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올해 출시된 현대차 신형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과 기아 EV3의 해외 판매 전략 등을 살펴볼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울러 올해 양산을 시작하는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가동 상황 등을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HMGMA는 연간 3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고, 50만대까지 증설이 가능합니다. HMGMA는 올해 4분기 완공을 앞두고 있으며 현대차 아이오닉 시리즈를 포함해 최소 6∼7개 차종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명절 동안 재충전한 뒤 하반기 경영 현안을 챙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제시한 'ABC' (AI, 바이오, 클린테크) 분야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할 전망이다.
구 회장은 2018년 취임 후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ABC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집중 육성 중입니다. LG는 이들 3대 분야에 7조원 이상을 쏟아부을 계획으로, AI 사업의 경우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R&D)에 5년간 총 3조6000억원을 투자키로 했습니다.
4대 그룹 총수들은 명절 이후 예정된 윤 대통령의 체코 방문에 동행해 원전,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 협력을 모색할 전망입니다. 4대 그룹 총수들이 윤 대통령 해외 순방에 일제히 동행하는 것은 올 들어 처음입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