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우상향에 금리인하 기대감까지…가계대출 뇌관
2025-12-08 14:04:49 2025-12-08 15:16:11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규제 완화와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가계대출 뇌관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유동성이 늘면 집값이 더 뛰어오를 가능성이 크고 다시 레버리지 기반 과열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8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부분 해제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서울 노도강(노원·도봉·강북),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집값 상승세가 크지 않았던 자치구의 토허제 해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해 고강도 부동산 규제에 반발하는 민심을 고려한 조치 아니냐는 분석입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토허제는 길게 끌고 갈 수 없고, 임시 조치"라며 "공급 대책을 마련하고 시장이 차분해지면 종합적으로 해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규제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금융시장, 기준금리 인하 기대"
 
여기에 식지않는 금리 인하 기대감이 집값 상승을 자극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9~10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은 상황입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단 금융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다"며 "금리가 인하된다면 시장은 안도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다시 한번 불확실성에 노출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미국 금리 인하 여부는 한국의 금리 결정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외부 요인입니다. 다만 한국의 경기 둔화 흐름이나 거시 여건 전체를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미국의 금리 인하가 곧바로 국내 금리 인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한은 내부에서도 금융 리스크와 가계부채 증가세, 주택 시장 과열 등을 이유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시장 안팎에선 이러한 기대감이 대출 수요 급증이라는 사태를 야기할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금리가 낮아질 것이라는 인식이 퍼질수록 차주들이 대출을 활용해 집을 사야 한다는 심리가 강화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같은 기대감이 실수요로 이어지면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한국은행은 최근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서울 지역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충분히 꺾이지 않았다"며 "금융여건 완화가 맞물릴 경우 과열과 가계부채 확대 가능성이 여전하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서울의 한강 벨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집값 오름폭 확대연초 폭등 가능성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꿈틀대는 부동산 집값 역시 가계대출이 증가세로 돌아설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10·15 부동산 대책 시행 이후 한동안 움츠렸던 서울 아파트 가격은 다시 오름폭을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첫째 주(1일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전주 대비 0.17% 상승했습니다. 직전 주(0.18%)보다 폭은 다소 줄었지만 상승 흐름 자체는 꺾이지 않았습니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 집값도 상승세가 여전합니다. 경기 역시 일부 규제지역을 중심으로 오름폭이 커졌습니다. 여기에 내년 수도권 주택 매매가격이 물량 감소 등으로 2~3%가량 오를 것이라는 관측까지 제기되며 내년도 집값 역시 과열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은행권에선 가계대출 총량 관리 차원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신규 대출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기류입니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연간 가계대출 총량 관리 차원에서 생활안정자금 주담대도 줄이는 상태입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 4일부터 연내 실행 예정인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는 더 이상 취급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연간 가계대출 총량 관리 차원의 추가 조치라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실수요와 투자 수요, 집값 기대심리 등이 맞물리면서 폭증하는 요구를 제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습니다. 특히 과거 사례에서도 시중 은행들은 연말에 대출 빗장을 잠갔다가 연초에 대출 재개 흐름을 이어가는 것을 반복해왔습니다. 시장 안팎에선 차주들이 금리 인하 현실화와 집값 상승 기대, 대출 규제 완화 움직임 등을 감지한다면 연초에 대출 재개 시점을 계기로 가계대출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부동산 규제 완화와 금리 기대가 맞물리면 주담대 증가와 집값 상승 기대감, 다시 대출 증가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레버리지 기반 과열 사이클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약 105%내외로 세계 최고 수준"라며 "이런 상황에서 규제 완화와 금리 인하 기대가 동시에 나타나면 가계부채가 다시 빠르게 늘어나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전환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는 현 상황을 "단기적 기대감이 과도하게 시장을 움직이고 있는 국면"이라고 진단한 뒤 "가계대출 급증 방지를 위해선 실수요 보호와 투기 억제의 정밀 규제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김 교수는 "우리 경제는 이미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를 안고 있으므로 정책당국은 선거용 경기부양이 아닌 부채 관리 중심의 안정적 정책 운용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실수요는 보호하되 과도한 레버리지 투기를 차단하는 정교한 정책 균형이 시장 불안을 예방하는 핵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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