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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의대 증원 2000명' 고수…국힘 '첫 탈당' 요구
"의사 평균소득 OECD 1위" 적대적 인식…정권심판 민심에도 여전히 '고집만'
한동훈 "숫자 매몰될 문제 아냐"…함운경 "쇠귀에 경읽기, 더 이상 기대 없다"
2024-04-01 17:56:28 2024-04-01 18:18:25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은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규모"라면서 "의료계가 2000명 규모를 줄이려면 집단행동 대신 통일 안을 제시하는 게 마땅하다"고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이 '조건부 대화 여지'는 남겼지만, 의사들의 집단행동에는 굴복하지 않겠다는 '원칙론'을 재차 천명함에 따라 악화일로인 의정 관계는 격랑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특히 4·10 총선의 마지막 반전 승부수로 기대했던 의정 갈등의 봉합이 윤 대통령의 '고집'으로 물 건너가자, 국민의힘 내부에선 대통령 탈당 요구 등 거센 반발이 쏟아졌습니다. 함운경(서울 마포을) 국민의힘 후보는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직후 "쇠귀에 경읽기"라며 당적 이탈을 요구했습니다. 여당 내에서 윤 대통령 탈당 요구가 공개적으로 나온 것은 처음입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도 "숫자에 매몰될 일은 아니다"라며 윤 대통령과 엇박자를 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의료개혁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사진)
 
"의사 평균소득 OECD 1위"…의사들 이해관계 집단으로 규정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민들의 불편을 조속히 해소해 드리지 못해 대통령으로서 늘 송구한 마음"이라며 먼저 고개를 숙였습니다.
 
윤 대통령은 50여분 간 진행된 담화에서 의사 증원의 필요성, '2000명'이라는 의대 증원의 근거, 의료계와의 소통 시도 등을 조목조목 언급하며 의료개혁의 당위성을 주장했습니다. 우선 "일부에서 일시에 2000명을 늘리는 것이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정부가 주먹구구식, 일방적으로 결정했다'고 비난한다"며 "결코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2000명 증원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헌법적 책무를 이행하고, 급격한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의료계와 여당 내에서 제기된 '단계적 증원' 방법론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애초에 점진적 증원이 가능했다면 어째서 지난 27년 동안 어떤 정부도, 단 한 명의 증원도 하지 못한 것이냐"고 반문하며 "단계적으로 의대 정원을 늘리려면 마지막에는 초반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늘려야 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갈등을 매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증원 규모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다'는 의료계의 주장에 대해선 "사실 왜곡"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오히려 "증원 규모에 대한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해 달라는 정부의 요청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의료계(였다)"라며 "이제 와서 근거도 없이 350명, 500명, 1000명 등 중구난방으로 여러 숫자를 던지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대한의사협회를 향해 "총선에 개입하겠다며 정부를 위협하고, 정권 퇴진을 운운하고 있다"며 "대통령인 저를 위협하는 게 아니라 국민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의료계의 집단행동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윤 대통령은 "전공의들은 의사 증원을 막기 위해 50일 가까이 의료 현장을 이탈해 불법 집단행동을 계속하고 있다"며 "증원에 반대하는 이유가 장래 수입 감소를 걱정하는 것이라면 결코 그렇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 의사들의 평균소득은 OECD 국가들 가운데 1위"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논리와 근거도 없이 힘으로 부딪혀서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려는 시도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정부가 충분히 검토한 정당한 정책을 절차에 맞춰 진행하는 것을 근거도 없이 힘의 논리로 중단하거나 멈출 수는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대신, 의료계와의 대화의 여지는 남겼습니다. 윤 대통령은 의료계를 향해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며 "더 좋은 의견과 합리적 근거가 제시된다면 정부 정책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는 법"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의료계가 증원 규모를 2000명에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집단행동이 아니라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시해야 마땅하다"며 조건부 협상 가능성도 내비쳤습니다.
 
국민의힘 내부 '부글부글'…대통령 탈당 요구도
 
윤 대통령은 이날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의 필요성을 거듭 설명하며 의료계의 집단행동에 굽히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습니다. 한 달 넘게 지속된 의사들의 집단행동 또한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대통령과 의료계의 원만한 해결을 원했던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총선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며 거센 반발들이 터져 나왔습니다.
 
함운경 국민의힘 서울 마포구을 후보는 이날 윤 대통령의 담화 직후 "한 마디로 쇠귀에 경 읽기"라며 "말로는 의료개혁이라고 하지만 국민의 생명권을 담보로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의료개혁을 누가 동의하겠냐"고 반문했습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윤 대통령께 기대할 바가 없다"며 "윤 대통령은 남은 9일 동안 공정한 선거관리에만 전념해 달라"고 했습니다. 또 "그렇게 행정과 관치의 논리에 집착할 것 같으면 거추장스러운 국민의힘 당원직을 이탈해 주기를 정중하게 요청하는 바"라며 윤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했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부산 남구 유세현장에서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라 숫자에 매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각을 세웠습니다. 그는 "다수의 국민은 의사 증원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지금 상황이 조속히 해결되는 것도 바란다. 저희는 국민이 원하는 그 방향대로 정부가 나서주길 바란다"고 변화를 촉구했습니다. '의사 출신' 안철수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도 "지금 의료대란을 초래한 정부 책임자들의 경질이 불가피하다"며 윤 대통령을 압박했습니다. 
 
앞서 경남 김해을 후보인 3선 조해진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시국 기자회견을 열고 "이대로 가면 국민의힘 참패고, 대한민국은 망한다"면서 "아직 살 길이 있다. 윤 대통령이 국민에게 무릎 꿇는 것"이라고 직격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을 실망시킨 것, 국민을 분노하게 한 것을 사과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의 사과와 내각 및 대통령실 참모진 총사퇴를 촉구했습니다. 김경율 비대위원 역시 "파국을 각오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요구했습니다. 거센 정권심판 민심이 총선을 앞둔 여권의 분열 촉매제가 되었다는 분석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의료개혁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사진)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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