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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압박에 '숨 고르기'…의료대란 불씨는 '여전'
의협, 오는 15일 첫 단체행동'…정부, 강경 대응
깊어지는 의정 갈등에…총선 전 의료 공백 우려↑
2024-02-13 17:24:16 2024-02-14 14:55:15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총력 대응을 예고했던 전공의(인턴·레지던트) 단체가 정부의 고강도 압박에 '숨 고르기'에 들어갔습니다. 즉각적인 집단행동에 나서기보다는 우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앞서 비대위 체제를 꾸린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첫 단체행동이 초읽기에 들어간 데다, 일부 전공의들이 '무계약 카드'를 앞세워 사실상의 파업 효과를 내자는 아이디어를 내면서 '의료대란의 불씨'는 여전하다는 지적입니다. 이에 정부는 "타협은 없다"며 연일 의료계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오는 4월 총선 전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결국 피해는 환자 몫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대전협, 비대위 전환했지만…전공의 88% "단체행동 참여"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13일 박단 회장을 제외한 집행부 전원이 사퇴하고 비대위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습니다. 대전협은 전날 오후 9시부터 이날 오전 1시경까지 온라인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집단 연차, 집단 사직 등 정부의 의대 증원을 막기 위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는데요.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구체적인 집단행동 계획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대전협은 지난 5일 수련병원 140여곳의 전공의 1만여명을 대상으로 '의대 증원 시 단체행동에 참여하겠느냐'고 설문한 결과 88.2%가 참여 의사를 보였다고 공개하면서 집단행동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는데요. 이른바 '빅5' 병원(서울대·세브란스·서울아산·삼성서울·서울성모병원) 전공의들도 단체행동을 결의해 설 연휴 직후 단체행동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총회에선 파업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예상보다 많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여기에 정부의 법과 원칙에 따른 강경 대응 기조와 함께 국민들 사이에서 의대 증원 찬성 여론이 크다는 점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됩니다. 앞서 정부는 전공의들이 근무하는 각 수련병원에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리고, 면허 박탈 가능성까지 시사하는 등 강경 대응을 밝힌 바 있습니다.
 
정부는 일단 전공의들이 당장 집단행동을 나서지 않기로 한 것에 안도하는 분위기입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집단행동에 나서겠다는 입장 표명이 없는 점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밤낮으로 환자들과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이 있기에 일상이 가능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전공의들은 환자 곁을 지키는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촉구했습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지난 12일 온라인 임시총회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한 가운데,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 증원 반대 포스터가 부착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공의 파업 땐 '의료대란' 현실화…의정 갈등에 '폭풍전야'
 
우려했던 설 연휴 직후 집단행동은 현실화하지 않았지만 의료계의 집단행동은 여전히 '뇌관'으로 남아있습니다. 실제 의협은 오는 15일 의대 증원 반대 궐기대회를 여는 데 이어 17일에는 서울에서 전국의사대표자회의를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요. 파업의 파급력이 가장 큰 전공의는 오는 2월 말 재계약을 거부하고, 의대생들은 대거 휴학을 택하는 식의 집단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전공의들이 재계약을 하지 않을 경우 정부가 쓸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전공의들이 장기간 파업은 전임의는 물론, 대학교수들의 연쇄 이탈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경우 의료계가 집단행동을 통해 정부의 의대 증원 계획을 무산시킨 지난 2020년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도 있는데요. 앞서 전공의들은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때 당시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을 반대해 80% 이상이 의료 현장을 이탈했고, 의료 공백으로까지 이어지면서 의대 증원 정책이 취소된 바 있습니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전날 정부를 향해 "절대 의사들을 이길 수 없다"며 "의료대란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정부는 강경 대응 기조를 유지하며 의료계의 집단행동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박 차관은 "집단행동을 한다는 것인지, 안 한다는 것인지 확인이 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저희는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계속 주시하겠다"며 "가능한 모든 집단행동의 방법에 대해 사전에 대응계획을 다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정부를 향한 비판은 자유롭게 하되 집단휴진, 집단사직, 집단연가 등 환자의 생명을 도구 삼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면서도 "집단행동에 대한 대응은 국민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당연한 조치다. 법을 지키고 환자 곁을 떠나지 않는다면 누구에게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경하게 말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이날 부산시청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열한 번째, 부산이 활짝 여는 지방시대'에 참석해 "아동을 위한 공공보건의료 체계가 더욱 두터워지도록 부산 어린이병원 건립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는데요. 대통령실은 조만간 지역 필수의료 체계 확립을 포함한 지방 의료 재건 방안 등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역 의료를 근본적으로 살리기 위해서는 의대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정부 방침을 재차 알리기 위한 행보로 해석됩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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