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감 된 미디어젠)③앨터스, 경영권 흔들고 돈 챙겨 떠나는 행태 반복
경영권 분쟁 이후 지분 손바뀜
기업사냥 타깃 회사는 주가 급등락
2024-05-17 06:00:00 2024-05-17 0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박준형 기자] 앨터스투자자문(앨터스)이 상장사의 경영권을 흔들고 지분 매각으로 차익을 챙기는 '기업사냥꾼'식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앨터스 설립자를 비롯한 핵심 멤버들이 미디어젠(279600)의 이사회 장악 등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고 지분 매각을 시도하는 과정이 과거 수법의 판박이처럼 흘러가는 모양새입니다.
 
미디어젠 사태, 한솔인티큐브 '판박이'
 
최대주주 지분 매각 이슈로 촉발된 미디어젠 경영권 분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앨터스를 설립한 유영근 회장의 행적을 더듬어봐야 합니다. 유 대표는 고려증권, 고려투자자문, 에버그린투자자문 등을 거쳤으며, 1998년부터 템피스투자자문(템피스)을 이끌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 회장은 과거 템피스를 통해 한솔인티큐브(070590)의 지분 20%이상을 확보했던 것으로 확인됩니다. 템피스는 지난 2012년 장내매수를 통해 한솔인티큐브 지분 5% 이상을 보유하며 공시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이후 템피스는 장내매수와 장내매도를 반복하며 지분을 키워왔습니다. 일임계약 종료 등으로 '템피스→에버그린→템피스' 등으로 투자자문사 변동은 있었지만 그 중심에는 유 회장이 있었습니다. 에버그린투자자문이 한솔인티큐브 지분을 보유했던 2017~2019년은 유 회장이 에버그린을 이끌던 때입니다.
 
에버그린의 일임계약이 종료되면서 템피스는 한솔인티큐브 지분을 20.07%까지 늘렸습니다. 투자목적은 '단순투자'로 템피스는 당시 경영참가 목적이 없다는 확인서까지 제출했습니다. 다만 템피스의 한솔인티큐브 지분매각과 동시에 일부 주주들은 한솔인티큐브를 대상으로 경영권분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공교롭게도 당시 소송을 제기한 유모씨, 이모씨 등은 앨터스와 미디어젠 보유주식에 대한 '주식매매계약 지위이전 약정'을 체결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기 전후로 한솔인티큐브 주가는 급등했습니다. 2020년 3월 3000원선에서 거래되던 주가는 같은 해 5월 8000원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2020년 4월은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으로 국내 증시가 고꾸라지던 시기입니다. 당시 한솔인티큐브를 제외한 한솔그룹 다른 상장기업의 주가들은 급락했습니다. 
 
한솔인티큐브 주가가 급등하면서 템피스로부터 지분을 매입한 이들은 단기간 최대 100% 이상의 차익실현 기회를 얻었습니다. 템피스는 한솔인티큐브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찍은 2020년 5월 보유지분 대부분을 디딤아시아1호조합·이스트아시아·매그넘홀딩스·케이린파트너스·위고고파트너스·성화이엔씨 등 6개 법인과 박경진·이재철·강미영 등 개인에 나눠 매각했습니다. 
 
주당 매매가격은 4000원으로 당시 주가(고점 기준) 8000원의 절반 수준이었습니다. 템피스로부터 주식을 매입한 이들은 '5%룰'(대량보유상황 공시)을 피해 단기간에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8000원까지 올랐던 한솔인티큐브의 주가는 주식매매가 이뤄진 후 2거래일 만에 3730원까지 53.38% 급락했습니다. 당시 개인 2명과 기타법인 2곳에서만 149만여주 순매도가 이뤄졌습니다. 일련의 지분 손바뀜이 완료된 이후 유씨와 이씨는 해당 경영권분쟁 소송을 취하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템피스·앨터스 멤버들 다시 결집
 
(그래픽=뉴스토마토)
 
문제는 당시 한솔인티큐브 주가 상승에 특정 세력 등이 관여한 정황이 포착된다는 점입니다. 한솔인티큐브는 사상 최고가를 찍은 2020년 5월 전후 수차례 한국거래소로부터 시장경보 조치를 받았습니다. 같은해 3월부터 5월까지 총 18회 '투자주의' 종목에 지정됐습니다.
 
한솔인티큐브 지정사유는 △단일계좌 거래량 상위종목 △소수지점·소수계좌 거래집중종목 △15일간 상승종목의 당일 소수계좌 매수관여 과다종목 △특정계좌(군) 매매관여 과다종목 등입니다. 한국거래소는 소수 계좌에 거래가 집중되거나 주가가 급변하는 종목에 대해 시장경보를 발동합니다. 
 
한솔인티큐브 사태가 미디어젠에서도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템피스가 한솔인티큐브의 지분을 보유했을 당시 미디어젠의 현 최대주주인 키맥스 등도 한솔인티큐브 지분을 보유했던 것으로 확인됩니다. 템피스가 한솔인티큐브 지분 20% 이상을 보유하고 있던 2020년 당시 케이엠엑스는 한솔인티큐브 지분 12.56%를 갖고 있었습니다. 현재 케이엠엑스와 특수관계인으로 묶여 있는 키맥스는 당시 케이엠엑스의 100% 자회사였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부업체인 케이린파트너스를 비롯해 템피스가 보유했던 한솔인티큐브 지분을 인수한 법인 등은 과거에도 여러 상장사 M&A에 관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솔인티큐브 지분매각 당시 함께했던 핵심 멤버들이 미디어젠에서 결집한 모습"이라고 말했습니다.
 
앨터스는 투기 세력과의 결탁 등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유 회장은 "당시 템피스 지분율이 꽤 많았기 때문에 지분 인수 제의가 종종 왔었다"면서 "한솔인티큐브 지분 양도 전 주가가 급등했는데, 투기 세력이 개입했었다는 것은 나중에 알았고 우리도 그 때문에 곤욕을 치렀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사진=앨터스투자자문 홈페이지 캡처)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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