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 낙점에도 우원식…이재명 일극체제 '흔들'
이재명, '대여 공세 강화·대선 기반 마련' 차질
여당도 '깜짝'…"낙점 정치에 대한 반대 기류"
2024-05-16 17:23:44 2024-05-16 18:40:49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일주일간의 휴가를 마치고 16일 당무에 복귀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복귀 첫날부터 '충격적 결과'에 직면했습니다. 당초 '명심'(이재명 대표 의중)을 등에 업은 6선 추미애 민주당 당선인이 아닌, 우원식 의원이 제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에 최종적으로 선출됐기 때문입니다. 이 대표로선 원내대표·국회의장 낙점으로 대여 공세를 강화하고 차기 대선 기반을 만들려고 했던 계획이 차질을 빚은 셈인데요. 대여투쟁과 정책·입법 모두 이 대표 뜻대로 할 수 있도록 국회 구조를 일원화하려던 흐름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명심 견제'에…이재명 '일극체제' 차질
 
정치권에선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 체제'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옵니다. 우 의원 역시 '친명'(친이재명) 성향으로, 추 당선자 못지않게 '명심'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란 시각도 있습니다. 다만 강성 친명계 조정식 의원과의 단일화에도 추 당선자가 낙선한 것을 두고, 야권 일각에선 '이재명 일극 체제'에 대한 당내 우려가 표출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당초 민주당 내에선 '추미애 국회의장 대세론'이 팽배했습니다. 민주당 원내대표에 이어 국회의장 후보도 '명심'에 따라 강성 후보로 교통정리, 대정부 투쟁에 드라이브를 걸며 이 대표의 대권가도를 닦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당 안팎의 관측을 깬 대이변이 일어나면서 이 대표의 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강성 원내대표와 국회의장으로 대여 공세를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대선 기반을 만들려고 했던 계획도 차질을 빚을 전망입니다. 
 
일단 이 대표는 우 의원 당선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선자들의 판단이기 때문에 그것이 당심이라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애써 침착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어 "어떤 후보도 의장 역할을 훌륭하게, 국민의 뜻에 맞게 잘 수행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우 의원 역시 민주당의 법안 실현과 이 대표의 리더십 등 당내 역학구도 현실에 보폭을 맞추는 모습입니다. 그는 당선 소감에서 22대 국회 운영 방향성과 관련해 "앞선 국회와는 완전히 다른 국회가 될 것"이라면서 "올바른 일이 있으면 여야 간 협의를 중시하겠지만, 민심에 어긋나는 일이 생긴다면 여야가 동의해서 만든 국회법에 따라 처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민주당에서 제시하는 방향과 제기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실현되는 것이 대한민국의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국회의장의) 중립은 국민 삶을 편안하게 만들고 국민 권리를 실현해 나갈 때 가치가 있는 일"이라며 단순한 '중립'에만 머물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운데)가 16일 오전 제22대 전반기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을 위한 당선자 총회가 열리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당마저 '깜짝'…윤상현 "민주당 변화 두렵다"
 
여당 내에서도 예상을 깬 우 의원의 당선에 '이재명 일극 체제'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그러면서도 우 의원 역시 '친명' 색채를 보이기 때문에 방탄 국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뒤따릅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보수의 가치,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 세미나 후 기자들과 만나 우 의원의 당선에 대해 "깜짝 놀랐다"며 "'명심'이 작동 안 한 것 같다. 예상 밖이다"라며 "박찬대 원내대표, 추미애 당선인 등 이런 낙점 정치에 대한 민주당 내에 반대 기류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어제 민주당 의원을 만났는데 '너희는 완전히 이재명 일극 체제'라고 했더니 '겸손하게 나오는데 왜 찍어누르냐'고 하더라"며 "최근 우상호 의원도 '대한민국 서열 2위 국회의장을 낙점하는 건 있을 수 없다'고 했는데, 민주당 내 이런 기류가 있다는 것에 대해 기본적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습니다. 윤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민주당의 변화가 두렵다"며 "강성 지지층에게 더 많은 지지를 받은 추 당선인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온건한 우 의원을 선택한 민주당이 무섭다"고 적었습니다.
 
다만 여당 내부에선 깜짝 이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독주 체제'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김민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우 의원 선출에) 축하를 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려가 앞서기도 한다"며 "국회의장 후보 선출 과정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보인 '명심팔이' 경쟁에서 국익과 민생에 대한 걱정보다 국회를 이재명 대표의 방탄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더 커 보였기 때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민생 없는 국회, 당 대표 한 사람을 위한 방탄 국회로 또다시 전락시킨다면 결국 엄청난 민심의 역풍에 직면할 것"이라며 "제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에게는 중립성과 공정성을 의무로 여야 협치의 국회를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다. 이제 일하는 국회의 문을 열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민주당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 나선 우원식(왼쪽), 추미애 후보가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전반기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을 위한 당선자 총회에 자리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재명 대표.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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