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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인요한 혁신위원회는 무엇을 혁신할 수 있을까?
2023-10-25 06:00:00 2023-10-25 06:00:00
국민의힘이 인요한 교수를 혁신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했다. 보궐선거 참패를 통해 확인된 집권여당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긴급대응이다. 정당의 혁신은 각 정당이 알아서 할 일이지만, 독과점의 정당체제로 인해 불가피하게 국민적인 관심사가 된다. 정당 재편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이기도 하다.
 
인요한 위원장은 23일 임명 일성으로 통합, 변화, 희생을 혁신의 실천 화두로 던졌다. ‘생각은 달라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며 독선과 증오의 정치를 넘어선 통합을 강조했다. ‘부인과 자식 빼고 다 바꾸자’는 이건희 회장의 말을 인용하면서 전면적인 변화를 요구했다. 또 변화를 위해서는 자기희생이 필요하다는 점도 역설했다.
 
사람을 미워하지 말자는 통합론은 당장 신당 창당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이준석, 유승민 등 당내 비판세력에 대한 포용을 떠올리게 한다. 나아가 집권 이후 강경 보수색채를 더욱 강화해 온 윤석열 정부의 이념적 포용력과 외연 확대까지를 뜻하는 것인지는 점차 확인해 볼 사안이다. 변화를 위한 희생은 인적 쇄신과 관련돼 있다. 지도부의 재배치 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으나, 내년 총선 후보 공천에서 인적 쇄신이다. 기득권 세력의 저항과 쇄신을 위한 공천시스템의 개혁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요한 교수의 혁신위원장 위촉에 대해 대체로 좋은 평가들이다. 대한민국을 위해 봉사해 온 헌신적 가족사도 한몫하고 있다. 취임 일성으로 던진 혁신 메시지도 국민의힘의 위기상황에 대한 적절한 처방으로 보인다. 문제는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혹자는 실패했던 민주당의 김은경 혁신위원회처럼, 비대위가 아닌 혁신위는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물론 당시 민주당의 혁신위와 이번 국민의힘 혁신위의 배경은 다르다. 무엇보다 민주당의 김은경 혁신위 배경에는 당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강경 지지세력 ‘개딸’의 배타성이 있었다. 이재명 대표체제를 전제로 한 혁신위에서 해결할 수 없는 혁신 과제였다. 
 
국민의힘 혁신위도 김기현 대표체제를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사법리스크가 상수였던 이재명 대표체제와는 성격이 다르다. 국민의힘 혁신위의 전망에서 변수는 대통령이 정점에 있는 집권여당의 혁신위라는 점이다. 더구나 대통령의 장악력이 이완될 수도 있는 정권 말기가 아니라, 집권 1년 5개월의 정권 초반이다. 대통령 중심으로 당이 운영되고 국민들의 집권여당에 대한 평가도 대통령에 종속된다. 당 혁신도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좌우되는 상황이다. 
 
보궐선거에서 집권여당에 대한 민심은 주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반응이었을 것이다. 귀책 당사자를 사면 공천까지 하면서 민심을 극도로 악화시켜 참패를 자초했다. 그런 만큼 집권여당의 핵심적인 혁신 대상은 당연히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과 리더십이다. 통합과 변화라는 혁신의 화두가 대통령 리더십을 향해야 한다. 대통령이 말하는 소통 강화 또한 비판여론을 수렴하는 것이라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 비판여론의 창구 역할을 하는 여당의 역할이 살아날 수 있도록 당정관계가 재편되어야 한다. 통합의 문제도 대통령이 관건이다. 자기 생각만을 설파하기보다는 겸손한 자세로 이견을 포용하고 외연을 확대하는 통합의 리더십으로 대통령이 바뀔 수 있을까?
 
인요한 혁신위의 전망은, 인적 쇄신에서 희생을 요구받는 당내 기득권세력의 태도도 변수이지만, 결국 통합과 변화의 혁신 요구에 윤 대통령이 얼마나 호응하느냐에 달려있다.
 
김만흠 한성대 석좌교수·전 국회입법조사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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