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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재의 미디어 비평)슬기로운 뉴스 소비자 생활
2023-10-12 06:00:00 2023-10-12 06:00:00
우리나라는 뉴스 과잉 국가다. 인구 5000만의 나라에 등록된 언론사 수가 5000개가 넘는다. 매일 이 언론사들이 셀 수 없이 많은 뉴스를 쏟아낸다. 뉴스 중에서도 특히 정치 뉴스 과잉은 심각할 정도다. 경제·사회·문화 분야의 기사와 비교해도 정치 분야 기사는 훨씬 많다. 여러 분야에서 내 삶과 별로 관계없는 시콜콜한 뉴스가 너무 많이 쏟아지고 있다. 우리가 알고 싶은 진실과도 관련이 없다.
 
같은 사안에 대해 여러 언론사들이 생산하는 뉴스가 큰 차별성이 없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내용도 논조도 비슷하다. 진보 매체와 보수 매체가 조금 다를 뿐이다. 가끔은 주요 매체들이 거의 똑같은 제목과 논조의 칼럼을 선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많은 언론사가 생산하는 수많은 뉴스 기사 중에 엉터리 기사, 나쁜 기사, 해로운 기사가 많다는 점은 큰 문제다. 오보, 왜곡보도, 악의적 보도, 과장·보도, 부실한 기사, 정확하지 않은 기사, 선정적 기사, 혐오와 갈등을 조장하는 기사, 사생활 침해 기사, 비윤리적인 기사 등이 수두룩하다. 이런 기사들은 언론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원인이다. 요즘 언론인들이 욕을 먹는 이유는 그저 최근 발견된 몇 건의 오보 때문이 아니다. 결정적 계기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오보사태였지만, 수 년 동안 수많은 잘못된 보도가 쌓이고 쌓여서 생긴 언론 혐오현상이다.
 
문제적 기사는 뉴스 포털에서 자주 발견된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뉴스를 주로 TV(45%)와 포털(40%)을 통해 이용하는데, 방송·종이신문 등의 여러 전통 언론과 수많은 인터넷 언론의 기사를 주로 이용하는 경로는 TV보단 포털이다. 그런데 포털은 문제적 기사를 걸러내지 못하고 그대로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포털의 편향성과 알고리즘 문제도 심각하다. 포털이 보여주는 기사는 앞뒤 맥락을 알 수 없는 ‘조각난 기사’들이어서 종합적인 진실을 파악하기도 어렵다.
 
너무 많은 뉴스와 잘못된 보도, 그리고 포털을 통한 뉴스 소비방식 문제로 인해 언론불신을 넘어 ‘뉴스 회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뉴스 회피 비율은 67%에 달했는데 이는 2년 전 54%에 비해 급격히 높아진 것이다. 10여년 전 50%대에 근접하던 국민들의 종이신문 열독률은 지난해 한자리수(9.7%)로 떨어졌고, TV뉴스 시청시간도 계속 감소하고 있다. 올해 포털 뉴스의 페이지뷰는 작년에 비해 반토막으로 줄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언론불신, 언론회피 시대라고 해서 우리가 뉴스를 보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뉴스과잉, 언론과 포털의 잘못만을 탓하고 있을 순 없다. 뉴스 소비자들이 새로운 뉴스소비 방식을 찾으면 된다.
 
우선, 포털 이용을 줄여보자. 포털 대신 자신이 신뢰하는 언론매체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직접 찾아가 뉴스를 읽는 것이다. 저품질 보도와 정치적·상업적 알고리즘에서 벗어나 뉴스의 의미와 맥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다. 둘째, 오보·선정적보도·혐오표현 등 문제적 보도를 자주하는 언론사를 기억하고 멀리하자. 그런 기사를 쓰는 기자 이름도 기억해뒀다가 그 기자가 쓴 기사는 멀리하자. 반대로, 정확하고 고품질의 기사를 쓰는 매체와 기자는 기억해 두고 자주 이용하자.
 
셋째, 새로운 뉴스 소비 플랫폼을 이용해보자.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나 믿을 만한 친구가 SNS에서 공유하는 뉴스를 읽는 것이다. 넷째, 뉴스 소비 자체를 줄이자. ‘뉴스 다이어트’(뉴스 끊기 혹은 줄이기)를 강조하는 지식인들이 늘고 있다. 세상에는 당신에게 유익하지도, 필요하지도 않고 때로 해로운 뉴스가 너무 많다. 뉴스를 끊거나 줄여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김성재 전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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