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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 장기화 대비해야①)식수 부족하고 마늘·김 생산 차질…49년만에 가뭄 '최악'
남부지방 가뭄, 기상관측 이래 가장 심각
경상남도 누적 강수량 평년비 60.4%에 불과
마늘 농민 "최근 비 왔지만 강추위 탓 작황 우려"
"가뭄이 지속될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2022-12-05 06:00:00 2022-12-05 06:00:00
[뉴스토마토 김현주 기자] 1973년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후 광주와 전라남도 지역의 적은 비로 식수를 비롯해 수출 1위 품목인 김 생산과 농산물 작황 리스크 등 잇따른 가뭄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특히 올해의 경우 비가 적게 오는 겨울철인 만큼, 가뭄 해소가 빠른 시일 내에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변화로 인해 가뭄이 2년 이상 장기화될 수 있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장기간 대비할 수 있는 물 관리 정책이 요구된다.
 
4일 <뉴스토마토>가 국가가뭄정보포털에 공개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11월 30일 기준으로 생활·공업용수 가뭄 현황은 전국적으로 '관심' 단계 6곳이다. '주의' 단계는 1곳, '경계' 단계는 13곳이었다. '정상'은 147곳이다.
 
'정상' 단계의 경우 지난 2018년 같은 기간에는 167곳이었다. 2019년에는 159곳, 2020년 167곳, 2021년 159곳이다. 올해 가뭄이 다른 연도와 비교해 심각한 수준으로 예년보다 '정상 단계'가 갈수록 줄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2일 기준 올해 전국의 누적 강수량은 1060.6mm로 집계됐다. 이는 평년보다 79.6% 수준에 불과한 수준이다. 특히 전라남도 누적 강수량은 870.8mm로 평년 대비 60.3%에 그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광주와 전남의 가뭄일수는 250여일로 49년 만에 가장 많았다.
 
같은 기준, 같은 기간으로 계산할 경우 지난해 가뭄일수는 15.2일에 불과하다. 2020년에는 5.5일, 2019년 38.6일, 2018년 2.7일 등이다.
 
광주의 경우는 예년과 비교해 52.9%의 비가 내려 광주 5개 구의 가뭄단계가 '경계'로 나타났다. 이대로면 2017년 이후 5년 만에 전라남도 지역의 연 강수량은 1000mm에도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경상남도 역시 가뭄이 심각하다. 올해 경상남도 누적 강수량은 926.1mm로 평년 대비 60.4%에 불과하다. 울산광역시의 누적 강수량도 871.0mm로 평년 대비 67.4% 수준이다.
 
이에 남부 일부 지역은 식수나 농업용수 등을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전라남도 완도군에는 폐광을 대체수원으로 확보했다. 이를 인근 지역 식수로 공급하고 있다. 
 
전라남도 누적 강수량은 870.8mm로 평년 대비 60.3%에 불과한 수준이다. 사진은 저수율이 31%에 불과한 주암댐에서 취수탑 기둥이 드러난 모습. (사진=뉴시스)
 
경상남도 창녕에서 거주 중인 강창한 전국마늘생산자협회 사무총장은 "최근 비가 오면서 해갈이 조금은 됐지만 문제는 비가 오자마자 강추위가 와서 마늘이 자랄 시간이 없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늘은 물이 있어야 싹이 올라오고, 그래야 추워져도 버틸 수 있는데 물이 없으니 싹조차 나오지 않은 것"이라며 "10년 넘게 농사를 지으면서 이렇게 가뭄이 심각한 상황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유상보 한국김산업연합회 부장은 "날씨도 겨울같지 않게 따뜻하고 비도 오지 않아서 영양염류가 부족하다. 김 생산에도 어려움이 있다. 김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세척수가 필요한데 그런 물이 부족하기도 해서 전체적으로 많이 어렵다"고 언급했다.
 
실제 군산, 해남 등 남부지방에서는 김 엽체가 황백색으로 변하면서 떨어져 나가는 '황백화'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황백화 현상은 영양염류가 부족할 때 나타난다.
 
환경부는 지난달 22일 '가뭄대책 관계기관 회의'를 열고 행정안전부와 관련 지역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과 협조체계를 구축한 상태다. 용수를 비축해 공급 측면에서 관리하고 산업단지 등의 공장정비 시기를 내년 상반기로 조정하는 등 수요도 함께 조정하겠다는 방침에서다.
 
가뭄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지역에서는 하천수 다량 사용시설인 골프장의 하천수 취수 중단 조치 등도 결정한 상태다.
 
진명호 환경부 물이용기획과장은 "공급과 수요를 함께 관리하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며 "둘 중 하나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광주와 전남의 가뭄일수는 250여일로 49년 만에 가장 많았다. 사진은 국가가뭄포털에 게시된 '가뭄전망' 자료다. 초록색은 '정상', 파란색은 '관심', 노란색은 '주의', 주황색은 '경계'를 의미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주의'단계가 늘어나고 있다. (자료=국가가뭄포털)
 
가뭄은 최소 몇 달 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뭄전망 자료에 따르면 경상도를 중심으로 '주의'와 '경계' 단계가 확산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가가뭄정보분석센터 관계자는 "댐에 있는 물의 양과 강우전망 등을 바탕으로 가뭄 상황을 예측한다"며 "겨울에는 비가 많이 오지 않기 때문에 가뭄 상황이 좋지 않게 될 거라는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안중배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는 가뭄이 지속될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안 교수는 "기후변화로 앞으로 가뭄이 2년 이상 장기화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이 경우를 대비해 2년 이상 버틸 수 있는 물을 잘 가둬둔다든지 정부 차원의 선제적 대응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김현주 기자 kkhj@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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