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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혁신 중기를 만나다⑤)김윤성 프럭시스 대표 "영업력 아닌 제품력에 승부걸었다"
유로확장형 후향 프란시스 임펠러 수중펌프 NEP인증
물티슈·여성용품 등 이물질 막힘 현상 최소화
개발 프로그램 구입비만 수억원…"중소기업 지원 절실"
2022-10-31 07:00:30 2022-10-31 07:00:30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휴지통 없는 화장실이 증가하고 일회용품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하수도는 이물질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전과 달리 이물질을 하수도에 버리는 경우가 늘면서 수중펌프가 막히는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윤성 프럭시스 대표는 연구 끝에 이물질을 강제 배출할 수 있는 수중펌프를 개발해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신제품(NEP) 인증을 획득했다.
 
김윤성 프럭시스 대표가 28일 파주 탄현면 프럭시스 본사에서 수중펌프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지난 28일 파주 탄현면 펌프제조기업 협동화단지 내 프럭시스 본사에서 만난 김 대표는 아직도 기계 '연구'에 빠져있는 영락없는 공대생의 면모를 보여줬다. "영업에 의존하지 않고 제품력으로 승부하고 싶다"는 김 대표는 '다름을 추구한다'는 경영철학을 몸소 실천 중이었다. 그는 기존 수중펌프와 다른 형태의 유로확장형 후향 프란시스 임펠러 수중펌프를 개발해 지난해 상용화했다.
 
물이 흐르는 유로를 확장하고, 뒤로 처지게 만든 임펠러를 활용한 수중펌프다. 직경을 2배 늘리자 단면적은 4배가 늘었다. 임펠러는 액체 등을 섞어 유체의 유동운동을 일으키는 장치로, 선풍기 날개 같은 형상을 띄고 있다. 프란시스는 임펠라 형식 중 하나인데 원심임펠라보다 효율이 좋고 유로가 넓어지는 특징을 갖고 있다. 쉽게 말해 물이 가는 길을 넓히고, 뒤로 처진 날개가 돌아가는 수중펌프인 셈이다. 이를 통해 유속의 저하를 막고 소용돌이를 줄여 이물질을 강제로 배출해 흡입구 막힘을 최소화했다.
 
상용화 전 테스트 단계에서 프럭시스는 유명 음식점에 신기술이 적용된 수중펌프를 설치했다. 여러 이물질들로 하루에 많게는 2번이나 막히던 수중펌프가 프럭시스 제품으로 교체한 이후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도록 한 번도 막히지 않았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28일 파주 탄현면 프럭시스 공장에 유로확장형 후향 프란시스 임펠러 수중펌프가 놓여져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펌프는 대기업이 진입할 수 없어 중소기업만 생산·납품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거래를 하게 되는데 대다수 기업들이 영업력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김 대표는 봤다. 임펠러의 효율을 개선하기 위한 기술이나 연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김 대표는 국내에서 가장 큰 펌프회사와 외국계 펌프회사에 근무한 경력을 살려 새로운 수중펌프를 연구하기 위해 프럭시스를 설립했다. 특히 수중펌프는 물 안에 들어가기 때문에 전기 장치에 물이 닿지 않기 위해 방수 작업이 들어가고 접합부 실링, 유지보수 등에 더 많은 기술이 필요하다. 손이 많이 가고 복잡한 기술에 김 대표는 흥미를 느꼈다고 했다.
 
김 대표는 "펌프는 도시의 핏줄이다. 물은 공급도 필요하지만 버리는 것도 필요하다. 이 역할을 다 펌프가 하기 때문에 펌프는 도시 생태순환의 기본"이라며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비용에서 펌프가 차지하는 비중이 30% 이상이다. 펌프를 이용하면 에너지를 절감하는 것도 가능해 사회에 기여하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예전에는 일회용품을 많이 사용하지 않았다. 요즘에는 물티슈, 여성용품, 심지어 일회용 칫솔도 하수구에 버려 펌프가 막히는 현상이 늘고 있다"며 "새 제품을 개발하려면 신뢰성있는 데이터를 얻기 위해 유체역학으로 여러번 시도를 해야 하는데 간단하지 않다"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데 중소기업이 이를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구조"라고 했다.
 
김 대표는 홀로 연구를 감당해냈다. 고급인력을 데리고 있을 여유가 없어 김 대표는 대학원 박사과정을 밟아 지난해 졸업했다. 액체의 움직임인 유동에 대한 시뮬레이션이 가능한 유동해석(CFD) 프로그램을 다루기 위해서였다. 유동해석을 통하면 설정값을 바꿔가며 다양한 실험을 해보고 신뢰있는 결괏값을 얻을 수 있다. 보통 6명의 엔지니어가 하는 일을 혼자 연구하면서 시간과의 싸움이 가장 힘들었다고 김 대표는 회상했다. 김 대표는 또 "유동해석 프로그램 구입비용이 수억원에 달해 부담이 된다"며 "중소벤처기업부 등 중소기업에 대한 개발툴 지원사업이 절실하다. 구매 이후에도 일년에 업데이트 비용으로 수천만원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28일 파주 탄현면 프럭시스 공장에서 테스트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여전히 인력난이라는 숙제를 풀지 못한 김 대표는 "국내에서 이런 인력을 구하기 위해 시도하고 있지만 어려워서 인도나 중국 쪽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의 훌륭한 인재들을 구하려고 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향후 김 대표는 수중펌프에 사물인터넷(IoT)을 적용할 계획이다. IoT를 이용해 물속에 있는 펌프를 지능형으로 운전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개발된 펌프의 확장 개념으로 IoT를 접목해 펌프 운용 환경, 최적 효율 운전 등을 연구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대형펌프 개발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매년 매출의 15%를 연구비용으로 사용하는 김 대표는 이런 제품을 들고 해외로 수출하겠다는 꿈도 갖고 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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