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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불통→소통' 변해야하는 SPC
2022-10-25 06:00:00 2022-10-25 06:00:00
“고용노동부와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별도의 질의응답 시간을 갖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린다”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SPC그룹 양재사옥에서 열린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대국민사과 기자회견 직전 SPC그룹측이 기자들에게 밝힌 내용이다. 사과문만 그대로 읽고 단상을 내려가겠다는 뜻인데 이같은 내용을 전해 듣고 이해가 잘 가질 않았다. 국민에게 사과는 하지만 국민이궁금한 질문은 받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고 어느 누가 허 회장의 사과가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할 지 의문이 들었다.
 
의문은 틀리지 않았다. 허 회장의 대국민 사과 이후 진정성 논란과 함께 여론은 더 악화됐다. 허 회장의 사과에 진정성을 의심하는 글은 유튜브 생중계 채팅에도 달렸고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를 도배했다. 특히 허 회장의 대국민 사과 이후 또 다시 샤니 제빵공장에서 손가락이 절단되는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전국민 앞에서 고개를 숙인 지 불과 이틀만이다. 이를 두고 참여연대는 “SPC그룹의 대국민 사과와 안전관리 강화 약속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SPC그룹의 진정성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SPC그룹은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에는 직원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동조합과 긴밀하게 소통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기자회견 당시 1층 사옥 앞에서는 고성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원과 시민단체 소속 약 40명이 사옥 진입을 시도했다가 SPC직원들과 충돌한 것이다. 노조와의 대치 상황은 기자회견이 끝나도 지속됐다. 노조와 긴밀하게 소통하겠다는 SPC의 약속과 어긋나는 대목이다.
 
사망사고와 사망사고를 유발시킨 SPC그룹의 안전문제, 높은 노동강도 문제, 노동인권문제 등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행동을 못하게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SPC그룹이 지속적으로 법원에 제기해 왔다는 게 민주노총 서울본부의 주장이다. 노동조합과 긴밀하게 소통하겠다는 SPC그룹의 입장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SPC그룹은 국내 대표 식품기업이다. 인지도나 선호도 면에서 타 경쟁 브랜드보다 월등한 수준이다. 심지어 최근 SPC그룹은 파리바게뜨가 ‘2022년 국가브랜드경쟁력지수(NBCI) 제조·서비스 부문 전체업종’에서 3년 연속 1위로 선정됐고 11년 연속 베이커리 부문 1위에 올랐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렇다면 그 이름에 걸맞은 태도를 보여야한다. 국내 대표 기업, 국내 대표 베이커리 브랜드라고 홍보하는 만큼 소비자들의 SPC를 향한 기대 수준도 높다. ‘불통’에서 ‘소통’으로 변해야한다.
 
유승호 산업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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