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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의사면허 취소 사유, 일반사문서 위조는 해당 안돼”
2022-08-09 12:00:00 2022-08-09 12:00:00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진단서나 생사에 관한 증명서 등 법으로 정한 의료 관련 문서를 위조한 범죄가 아닌 일반적인 위조사문서행사죄로는 의사 면허를 박탈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A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의사면허 취소처분 취소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복지부는 1심에서 상고심까지 모두 패해 소송비용 전액을 떠안게 됐다. 
 
서울 강남구에서 산부인과를 운영하던 A씨는 지난 2014년 5월경부터 이듬해 1월19일까지 임신 중인 산모 B씨를 진료했다. B씨는 2015년 1월18일 출산했는데, 영아가 뇌세포에 산소 공급이 차단돼 발생하는 손상인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을 입었다. 
 
A씨는 본인의 업무상 과실을 숨기기 위해 2015년 1월18일부터 19일까지 B씨와 태아의 상태, 조치 내용 등을 임의기재하는 식으로 간호기록부를 위조했다. 또 위조한 문서의 사본을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제출했다. 
 
업무상과실치상과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A씨는 법원에서 업무상과실치상을 제외한 모든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복지부는 A씨가 위조한 간호기록지를 행사한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았다며, 의료법에 따라 의사면허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고 면허를 박탈했다. 
 
의사 면허 결격사유를 규정한 의료법 8조4항은 의료 관련 법령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은 경우 의료인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법령 중 하나인 형법 234조는 진단서나 검안서, 생사에 관한 증명서를 허위로 작성해 행사하거나, 이밖에 위조한 사문서를 행사한 경우를 불법으로 정했다. 
 
A씨 측은 의료법상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는 허위진단서 등 작성과 이를 행사한 죄만 의미하는 것이고 사문서위조행사죄는 해당되지 않는다며, 복지부 처분은 일반 사문서위조행사죄를 근거로 한 것이기 때문에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복지부는 의료법에 따라 일반 위조사문서행사죄로 처벌받은 자도 면허 박탈 대상이 된다며, 취소 처분은 적법하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A씨 손을 들어줬다. 1ㆍ2심 재판부는 “구 의료법에서는 범죄의 종류를 불문하고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은 자를 의료인 결격사유로 정했지만, 2000년 법이 개정되면서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는 의료관련 법령으로 제한됐다”며 “보건의료 관련 법령 위반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 한해 의료인이 될 수 없도록 하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는 허위진단서 등을 작성해 이를 행사하는 죄만을 의미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고 일반적인 위조사문서행사죄는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A씨의 사문서위조와 사문서위조행사죄는 간호기록부를 위조하고 행사한 것이기 때문에 보건의료에 관련된 범행이라고 볼 수 있기는 하지만, 결격사유에 위조사문서행사죄는 포함되지 않는다”며 “보건의료에 관련된 사문서를 위조하고 행사한 경우를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로 포함시키는 별도 입법이 없는 이상 이를 사유로 한 의사면허 취소는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보건복지부가 상고했다.
 
서울시 서초구 대법원. (사진=대법원)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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