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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넷플릭스 ‘카터’, 액션이 언어가 되는 세계관
‘원 씬 원 컷’ 방식 리얼타임 액션 스타일 구축, 관람 아닌 체감·체험↑
주인공 ‘카터’ 중심 인물 배치 궁금증 증폭, 세계관 확장 가능성 남겨
2022-08-06 09:03:00 2022-08-06 09:03: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액션을 통해 이뤄질 수 있는 모든 게 등장한다. 액션은 스토리를 구성하는 요소는 아니다. 액션은 얘기를 만드는 방식도 아니다. 하지만 정병길 감독의 연출이라면 다르다. 2017년 영화 악녀로 할리우드 액션 마스터들을 매혹시킨 정 감독의 액션 DNA는 타의 추총을 불허할 정도다. 그는 액션을 통해 일궈낼 수 있는 영화적 작법 자체를 모두 뒤엎어 버리는 방식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의 영화에는 액션만 있다는 혹평이 쏟아지면서도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액션의 언어가 있다는 찬사도 동시에 이끌어 낸다. 결과적으로 그가 만들어 내는 액션의 구성들은 하나의 언어이자 하나의 소통 방식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하나도 보여주기 위한 액션이라기 보단 해당 장면 해당 시퀀스에 반드시 필요한 언어적 소통 창구로서 활용한다. 정병길 감독의 영화 속 액션은 그래서 이고 언어가 된다. 넷플릭스 영화 카터는 그런 정병길 감독의 영화적 매커니즘이 처음부터 끝까지 오롯이 들어가 있는 집합체다.
 
 
 
2020년 할리우드 전쟁 영화 ‘1917’이 선보여 화제가 된 방식이다. ‘카터역시 이 방식을 취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가 단 한 장면도 끊어지지 않는 원 씬 원 컷방식으로 촬영했다. 물론 실제 원 씬 원 컷촬영은 아니지만 편집의 기술로서 이 같이 보여지게 만들었다. 때문에 카터를 보는 시청자 입장에선 리얼타임체감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주인공 카터와 함께 모든 미션을 함께 진행하고 돌파하는 체감을 체득한다.
 
영화 '카터' 스틸. 사진=넷플릭스
 
제목 카터는 주인공 남자(주원)의 이름이다. 하지만 정확하진 않다. 이 남자도 자신의 이름이 뭔지 심지어 자신이 왜 그곳에서 깨어났는지 그리고 지금 상황이 뭔지 알지를 못한다. 기억을 못한다. 머리 뒤쪽 선명한 십자가 상처. 상처라기 보단 흉터, 그리고 흉터라기 보단 수술 자국 같다. 머리에 남겨진 수술 자국, 뭔가 뇌쪽 수술을 당한 것 같다. 이 흉터로 인해 이 남자가 아무것도 기억을 못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 남자, 온 몸을 덮은 문신, 그리고 근육질 몸.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상황 파악을 못하는 이 남자, 갑자기 귀에서 들리는 목소리. ‘당장 그곳을 탈출하라는 지시. 도대체 이 상황이 뭘까. 남자는 우선 귀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따라 방을 빠져 나온다. 하지만 어딘지 알 수 없는 곳, 미로 같은 이 건물 곳곳에는 수 많은 조직 폭력배로 의심되는 남자들이 수두룩하다. 칼과 흉기 심지어 도끼까지 들고 카터에게 달려드는 이 남자들. 한 두 명이 아니다. 족히 수백 명은 된다. 그리고 우리의 예상대로다. 카터는 달려드는 이 남자들을 능숙한 솜씨로 모조리 제압한다. 전혀 허황되지도 전혀 만화적이거나 영화적이지도 않다. 카터의 몸 놀림, 예사롭지 않다.
 
영화 '카터' 스틸. 사진=넷플릭스
 
문제는 카터가 왜 이런 싸움을 벌여야 하는가 이다. 카터 역시 의문이다. 기억이 없으니 아무것도 모르겠다. 그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의문의 상대들을 하나하나 돌파할 뿐이다. 귀 속에서 들리는 또 다른 의문의 목소리는 카터에게 명령한다. 어떤 소녀를 찾아서 으로 대려 오라는 것. 여기서 말하는 북한이다. 이 소녀가 어떤 비밀을 안고 있는 듯하다. 또한 영화 중반쯤 한반도가 어떤 질병으로 인해 대혼돈 상태에 빠진 것을 알게 된다. 카터가 귀 속 의문의 인물로부터 받은 지시 소녀를 대려 오라는 명령. 이 소녀가 현재 한반도를 뒤덮은 대혼돈을 해결할 열쇠인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또 다른 의문의 집단도 카터를 공격하면서 이 소녀를 노린다.
 
영화 '카터' 스틸. 사진=넷플릭스
 
카터’, 기억을 잃은 한 남자의 여정을 따라간다. 그리고 배경은 어떤 위험이 한반도를 뒤덮은 이후다. 북한이 등장하는 것은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한민국과 공조를 벌인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극중 등장하는 위기로 인해 북한은 붕괴 위기에 빠졌다. 북한 붕괴 이후 그 다음은 휴전선을 넘어 대한민국이다. 또한 이 위기에 미국 CIA까지 등장, 사건 혼란을 초래한다. CIA는 카터의 과거를 알고 있는 듯하다. 모든 게 물고 물리고 연결된 상황이다. 언뜻 간단해 보이는 직선 구조처럼 보이지만 상당히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관계의 연속이다.
 
영화 '카터' 스틸. 사진=넷플릭스
 
카터는 자신을 잃어 버린 한 남자의 여정을 쫓아가면서 관객들이 얻는 몇 가지 질문으로 기승전결의 동력을 대신한다. 우선 이 남자, 누구인가이다. 힌트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깨어나면서 드러난 머리 뒤 끔찍한 흉터. 다친 것 같진 않다. 처음 카터가 발견될 당시 주변에 널려 있는 것으로 미뤄보아 어떤 수술을 당한(?)것 같다. 머리 쪽 수술로 인해 기억을 잃은 듯하다. 두 번째는 귓속에서 들려오는 의문의 인물이다. 카터는 귀에 이식된 송수신기로 인해 의문의 인물과 목표물인 소녀와 접선하기 전까지 계속 연락을 주고 받는다. 억양으로 미뤄보아 여자이고 또 북한 사람이다. 그럼 카터는 북한 사람인가? 그런데 영어도 아주 능숙하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몸을 쓰는 것으로 보아 전투 요원이었던 것이 분명하다. 물론 모든 건 짐작이다.
 
영화 '카터' 스틸. 사진=넷플릭스
 
마지막 세 번째다. 한 소녀를 데리고 북한으로 가야 한다. 한반도 특히 북한은 지금 붕괴위기다. 북한이 붕괴될 경우 그 위기는 휴전선을 넘어 즉각 대한민국으로 넘어온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붕괴될 경우 동북아 정세는 순식간에 요동치고 재편될 위기다. 이 모든 위기를 해결할 키워드를 쥐고 있는 게 바로 이 소녀다. 도대체 이 소녀가 쥐고 있는 해결책이 뭘까. 마지막은 미국 CIA까지 나선 이유다. 그들은 모두 카터를 알고 있는 듯하다. 카터 역시 유창한 영어를 구사한다. 그리고 그들도 카터가 손에 넣어야 할 의문의 소녀를 노린다. 혹시 카터는 미국 CIA요원은 아니었을까.
 
영화 '카터' 스틸.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영화 카터는 표면적으론 굉장한 속도감의 직선 구조를 갖고 있으면서 스토리 구조상으론 꽤 치밀하게 얽히고설킨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이 모든 건 의외로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카터는 오롯이 주인공 카터의 심리와 몸짓 그리고 그의 이동을 통해 온전히 순간을 체험하는 영화다. 이미 할리우드에서 여러 차례 시도됐고 장르 영화의 촬영 기법으로 활용된 1인칭 시점 그리고 전체 흐름의 원 씬 원 컷형태가 관람이 아닌 체험의 깊이감을 관객들에게 전한다. 일종의 1인칭 슈팅 게임에 참여한 듯한 체감률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장면에서 어떤 촬영 그리고 그 촬영에서 어떤 특수한 기법을 논하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액션스턴트의 모든 것이 카터한 편에 집대성돼 있다. 할리우드가 슈팅 타격 스턴트의 교과서로 삼아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현란함의 기준점을 뒤흔들어 버린다.
 
영화 '카터' 스틸. 사진=넷플릭스
 
할리우드의 존 윅시리즈가 매력적인 세계관 설정을 통해 글로벌 흥행 시리즈로 급부상했다. ‘카터라면 충분히 그 이상을 넘어설 설정이 차고 넘친다. 참고로 존 윅시리즈의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이 카터정병길 감독 액션의 열렬한 팬으로 알려져 있다. 정 감독의 전작 악녀의 바이크 액션을 그대로 오마주해 존 윅3’에 적용시켰다. ‘카터세계관 확장, 기대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5일 넷플릭스 공개.
 
P.S 단순히 액션 수위만 놓고 본다면 정병길 감독의 액션 대표작 악녀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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