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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은행 지방행 논란③)"지역발전보다 금융경쟁력 우선돼야"
전문가들 "축적된 민관 협력체계 무너뜨리는 셈"
묻지마식 지방이전, 과거 실패 반복할 수도
2022-04-25 06:00:00 2022-04-25 06:00:00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전문가들은 국책은행의 지방이전과 관련해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분 보다 금융경쟁력 강화라는 실리를 따져봐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과거 금융공기업들이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지방으로 본점을 옮겼다가 실패한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비효율성'을 꼽는다. 금융권 내부에서도 중소·수출입기업에 대한 지원, 기업 구조조정 등 국책은행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협업을 해야하는 금융당국과 기업들이 몰려있는 지역에 자리를 잡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방으로 이전하면 업무가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경비 등의 문제도 생긴다고 꼬집는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경제 중심지이자 기업 대다수가 자리잡고 있는 수도권을 떠나 부산 등 지방으로 이전하면 그간 축적된 엄청난 양의 노하우와 네트워크 등 무형자산이 일시에 무너지게 되는데, 이것만큼 비효율적인 일이 어디 있겠냐"고 지적했다.
 
이미 국민연금공단 등 공공기관 이전에도 지역 금융 발전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면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많다. 지역 금융 발전이 아닌 오히려 금융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과거에도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명분으로 한국거래소·자산관리공사 등은 부산으로, 국민연금공단 등은 전주로 보내는 등 여러 곳으로 공공기관을 보냈지만 결국 한국의 국제금융 순위는 세계 30위권으로 떨어지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금융 발전을 위해서는 금융기관 모두를 서울에 집적시키는 것이 효과적이자 금융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금융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으로의 일방적인 이전은 결국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며 "국책은행까지 굳이 쪼개서 지방으로 옮기게 되면 경쟁력은 당연히 낮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방 이전으로 인한 인력 이탈 문제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 산은의 경우 본점을 부산으로 옮기게 되면 일부 인력을 제외한 본점 인력의 약 700~800명가량이 함께 근무지로 이동해야 한다. 수도권에 거주 중인 직원들이 하루 아침에 대거 지방으로 이전해야 하는 만큼,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이탈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때문에 금융권 내부에서는 저연차, 결혼적령기인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 서울 내 다른 직장으로 이직을 하는 게 낫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을 둘러싼 반대 목소리가 거세다. 사진은 산업은행 전경. (사진=산업은행)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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