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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환자 등 가두는 것 답 아냐…사회 참여 정책 절실"
"치료 중심에서 회복 중심으로 접근 해야"
OECD평균 4배 더 입원…"일상생활 어려워"
"정신장애인 편견 해소 위한 정책 필요"
2022-04-19 17:30:30 2022-04-19 17:30:30
[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우울증과 조현병 등 정신장애인들이 사회 참여 등 복지 시스템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신장애인들에게는 정신병원만이 유일한 대안으로 꼽힌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정신장애인들이 생애 많은 시간을 정신병원에서 보냄에 따라 퇴원 후 일상 생활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이에 따른 정부 차원의 대응을 촉구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후견신탁연구센터는 19일 공동주최로 정신장애인 인권 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에서는 정신장애인이 한국 사회에서 마주하는 인권 현실을 진단하고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 및 정부 차원의 대응이 논의됐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강상경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신장애를 인권 기반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 기반 접근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자기 의사결정을 존중하고 지역사회 기반의 회복을 도모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정신장애에 대한 치료와 더불어 치료 이후 사회에 살아갈 수 있는 환경적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후견신탁연구센터는 19일 공동주최로 정신장애인 인권 포럼을 개최했다. (사진=조승진 기자)
 
 
실제 세계보건기구(WHO)의 정신 건강서비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주거, 교육, 고용, 사회적 보호 등 총체적 서비스를 통해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보장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시한다. 통합적 정신건강 서비스 네트워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사람 중심 회복과 인권 기반 접근이 원칙이다.
 
강 교수는 “호주나 영국 같은 경우에는 정신건강 관련된 법과 장애 관련된 법이 따로 있고, 차별금지나 권익옹호와 관련된 부분들이 어느 정도 상세하게 돼 있다”며 “법이 상세하게 돼 있다는 건 제도 또는 전달체계가 그만큼 촘촘하게 짜일 수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는 정신질환과 정신장애인 복지를 통합적으로 실천하는 등 법적 시스템 자체가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화성시의 정신건강복지센터 전준희 센터장은 정신장애 서비스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이에 따른 정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 센터장은 “1997년에는 정신 요양 시설이 78개소, 정신 재활시설은 2개소 등에 불과했는데 2019년에는 정신재활시절 349개소 정신건강복지센터는 243개소로 급증했다”고 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의료기관이 민간의료기관이라며 “국공립 병원은 다섯 군데, 공립병원까지 합하면 20곳으로 굉장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전 센터장은 정신건강 복지센터가 수도권 중심으로 구축돼 있어 지역별로 상당한 불균형인 상태인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수도권 경기도민인 39세 남성과 수도권 이남의 41세 남성은 비슷한 시기에 조현병이 발병했지만, 경기도민 남성은 현재 임대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있는 등 자립이 가능해졌고, 수도권 이남 남성은 병원 퇴원을 아예 포기한 사례를 들었다. 지방정부의 예산 지원에 따라 치료 다음 단계로 꾸준히 넘어가는 경우와 그러지 못한 경우로 나뉘어 격차가 생긴 것이다. 전 센터장은 “(지자체 지원에 따라) 두 분의 삶이 극단적으로 달라져 버렸다”고 강조했다.
 
OECD 회원국 대비 정신장애인들의 병원 입원 기간이 상당히 긴 것도 문제다. 조현병 환자의 경우 OECD 회원국은 평균 재원 기간이 50일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는 215일(2017년 기준)로 4배 이상이다. 평균 입원 일도 가장 길다. 재입원율도 OECD는 12% 정도 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30일 이내에 입원하는 경우가 27%로 2배가 넘는다.
 
장기 입원은 정신장애인들의 사회 참여가 더욱 어렵게 만든다. 조울증으로 입·퇴원을 반복해왔다는 강은일씨는 “병동 안에서는 자해 위험성 때문에 숟가락과 젓가락을 함께 못 쓴다. 2년6개월 만에 집으로 돌아왔는데 젓가락질하는데 최소 6개월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정신병동에서는 조금이라도 저항성을 보여주면 안정실로 넣거나 간식을 금지하는 등 기본적인 것을 무기로 사용해서 철저하게 순한 양으로 만든다”며 “이러한 반복이 의지를 상실시키고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 이상도 병동에서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씨는 조울증과 조현병 등 사회적인 편견이 극심하다고 말하며 “지역사회에서 가족, 친구들과 조화롭게 지내는 것, 그 하나만 바라는데 기본적인 제도들이 전혀 안 돼 있다”며 “지역사회 사람들이 무섭다고 하는데, 정부가 공익 캠페인이든 시민들과 접촉하게 해 주든 인식 개선이 필요하지 않겠냐”며 정부 차원의 대응을 촉구했다.
 
조현병 환자의 경우 OECD 회원국은 평균 재원 기간이 50일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는 215일(2017년 기준)로 4배 이상이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 없음. (사진=연합뉴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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