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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4대강으로 전선 확대…"윤석열정부, 제2의 MB정권"
윤석열 "MB 4대강 보 잘 지켜내겠다"…이재명 "MB 파괴사업 계승이냐"
문 대통령도 간접 참전…'4대강 보 개방' 대선 공약 재강조
이재명·문재인 대 윤석열·이명박…전문가들 '수질 우려' 한목소리
2022-02-20 17:22:56 2022-02-20 17:22:56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부산광역시 을숙도 낙동강 하굿둑 전망대에서 열린 '낙동강 하구 기수생태계 복원 비전 보고회'에서 영상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대선이 '4대강'이라는 새로운 전선을 형성됐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문재인정부의 100대 국정운영 과제 중 하나인 '4대강 재자연화' 폐기를 선언하자,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이명박정권의 4대강 파괴사업 계승이냐"고 따진 데 이어 문재인 대통령까지 4대강 복원 성과를 강조하며 간접적으로 참전했다.
 
청와대는 20일에도 낙동강 하굿둑의 상시 개방을 계기로 다른 강의 하굿둑 개방에 필요한 대비를 해야 한다는 취지의 문 대통령 발언을 공개하며 윤 후보의 4대강 재자연화 폐기 선언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낙동강 하굿둑이 상시 개방된 지난 18일 참모회의 당시 문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소개했다. 또 "4대강 관련 후속사업을 중단하겠다. 4대강 보를 상시 개방하여 강이 다시 흐르게 하겠다"고 한 2017년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의 공약을 다시 소개했다. 이어 과거 '녹조라떼', '잔디구장'이라는 오명을 듣던 낙동강 하굿둑 개방을 통해 "생태계 복원이 곧 지역경제를 살리는 것이고 지역주민의 삶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의 전환이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부산시 을숙도 낙동강 하굿둑 전망대에서 열린 '낙동강 하구 기수생태계 복원 비전 보고회' 영상 축사를 통해 "오늘, 35년 만에 낙동강 수문이 열리고 물길이 트였다"며 "낙동강물과 을숙도를 지나온 바닷물이 만나 다시 생명을 나누게 되었다"고 반겼다. 낙동강 하굿둑 개방은 2012년 총선과 2012년 대선, 2017년 대선에서도 내놨던 문 대통령의 대표 공약 중 하나였다. 문 대통령은 "저 자신도 2012년의 국회의원 선거와 대선 때부터 공약하고 노력해왔던 일이어서 감회가 깊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하굿둑 개방으로 낙동강 하구의 자연생태계 복원에 성공한다면, 다른 하굿둑들과 4대강 보의 개방 문제 해결에도 좋은 선례가 되고 희망이 될 것"이라며 말했다.
 
청와대는 낙동강 하굿둑 개방에 대해 "상식으로의 전환"으로 규정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하굿둑이라는 게 개발시대의 유산"이라며 "이제는 새로운 대전환의 시대다. 하굿둑의 문이 열린다는 것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새로운 시대로 나아간다는 대전환의 상징 같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문 대통령께서 이 문제에 대해 굉장히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며 "자기 공약이 실천되는 뿌듯함도 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정부는 출범과 함께 '4대강 재자연화'를 100대 국정과제로 지목하고, 이명박정부에서 단행됐던 인위적인 4대강 사업을 전면 중단하고 보를 뜯어내는 등 자연에 맞게 재조성할 것을 천명했다. 이에 따라 4대강에 설치된 16개 보 가운데 2022년 2월 기준 15개 보가 부분 개방되며 수질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강물 체류시간이 줄고 유속이 증가하면서 강 생태계도 되살아났다. 완전 개방한 금강 보 구간에서는 녹조 발생이 지난해 기준으로 최대 85% 감소하는 효과도 냈다. 멸종위기종 1급 어류도 돌아왔다. 
 
사진/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페이스북 캡처
 
이 같은 4대강 재자연화는 윤석열 후보의 폐기 선언으로 대선 화두로 급부상했다. 앞서 지난 15일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가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제출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매니페스토 비교 분석을 위한 질의서' 답변에 따르면, 윤 후보는 현 정부의 100대 과제 중 4대강 재자연화 사업을 3대 폐기 과제로 분류했다. 
 
이에 5대강유역협의회 등 시민단체는 지난 16일 성명서를 통해 "윤석열 후보의 주장대로라면 우리는 다시 대규모 녹조라떼를 경험할 것"이라며 "최근 유해 남조류 세포 독성이 쌀 등 농산물에 축적된다는 사실도 밝혀져 녹조물로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는 농민, 강에 기대 어로 활동을 하는 어민, 그 농수산물을 먹어야 하는 국민은 불안해하고 있다"고 맞섰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도 가세했다. 이 후보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4대강 재자연화 폐기라니, 강물을 가두어 '녹조라떼' 독성 오염 계속하겠다는 뜻이냐"며 "이명박정권의 4대강 파괴사업을 계승하는 것이냐"고 따졌다. 그는 "녹조에 발암물질이 발견되고, 이 물을 농수로 사용한 농작물조차 독성을 띠는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냐. 아니면 모르는 것이냐"며 재차 윤 후보를 비판한 뒤, "4대강 재자연화에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윤 후보는 논란이 커지자, 같은 날 경북 상주를 찾은 자리에서 "민주당 정권은 이명박 대통령께서 하신 보사업, 4대강 보 사업을 폄훼하며 부수고 있다"며 "이것을 잘 지켜 이 지역 농업용수와 깨끗한 물을 상주·문경 시민이 마음껏 쓰도록 지켜내겠다. 걱정하지 마라"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에서 4대강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는 데 대해 "다시 10년 전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녹조 발생으로 수질 오염이 극도로 심화된 상황에서 4대강 보를 개방하지 않을 경우 녹조의 독소가 에어로졸(액체 미립자) 형태로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중요한 것은 먹는 물의 안정성 확보"라며 "녹조라떼, 즉 녹조가 많이 피고 있는데 주종이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종이다. 먹는 물로서는 아무리 증수를 잘 한다고 하더라도 일단 원수가 나쁘기 때문에 유독성 물질이 다 제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농번기 때 녹조가 많이 피는데, 이 독성 물질로 농사를 지으면 상추와 쌀에도 농축이 된다'며 "결국은 녹조가 식물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인체에 들어온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특히 박 교수는 "최근 미국에서 발표한 연구결과를 보면 녹조가 에어로졸 형태로 공기 중으로 날아다닌다"며 "피부를 통해서, 호흡을 통해서 인체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윤 후보가 4대강 보를 지키겠다고 한 발언에 대해 "4대강 보 개방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하면서 다시 생태계 복원 쪽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지금 대선 정국에서 국민의 안전성을 적폐로 규정하고 이렇게 대응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받아들이기에는 큰 괴리감이 있는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20대 국회에서 4대강 사업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지적했던 이상돈 전 의원도 "모든 것이 10년 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윤 후보 주변에 죄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람들이 있다. 제2의 이명박정권"이라며 "윤 후보는 문재인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사업을 아예 안 하겠다는 것인데, 다들 한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문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힘이 있을 때 초기에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했어야 했는데 미적미적거렸다"며 문 대통령의 책임도 있다고 했다.
 
4대강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뤄온 '뉴스타파'의 최승호 PD는 페이스북에서 "MB(이명박) 세력이 하는 주장을 그대로 공약화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PD는 18일 두 차례 페이스북 글을 통해 윤 후보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 폐기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윤 후보가 4대강 문제를 정확히 보고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인지 회의적"이라며 "윤 후보가 4대강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녹조 독성이 나오고 있고 우리 주식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면 생각이 달라지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18일 경북 상주 풍물시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면 국민의힘은 문재인정부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의 완전한 폐기가 아니라 수질과 수량의 조화를 통해 4대강 보 개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민의힘 정책본부 기후환경정책분과위원장을 맡은 최흥진 서울시립대 교수는 "이명박정부 때는 기후대응한다고 수량에 방점을 뒀었고, 문재인정부에서는 녹조 문제가 있어서 수질에 방점을 뒀었다"며 "이 두 가지를 조화하겠다는 게 저희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환경이 변해서 수돗물이 안 나온다고 하면 문제가 생기지 않는가"라며 "물 이용을 염두에 두고 수질과 수량의 조화를 통해서 하겠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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