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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4대강 16개 보 중 15개 부분개방…녹조 발생 최대 85% 감소
강물 체류시간 줄고, 유속은 증가…수생태계 건강성 좋아지면서 멸종위기종 재출현
18일, 낙동강 하굿둑 35년 만에 상시개방…한정애 "여타 광역단체도 큰 관심"
2022-02-21 06:00:00 2022-03-04 11:02:13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18일 부산 낙동강 하굿둑 하류 기수역에서 은어 치어를 방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문재인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사업을 폐기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해당 사업은 올해 2월까지 4대강에 설치된 16개 보 중 15개를 부분 개방하며 목표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완전 개방한 금강 보 구간에서는 녹조 발생이 지난해 기준으로 최대 85% 감소시키는 효과도 냈다. 정부는 지난 18일 낙동강 하굿둑까지 상시 개방했다. 
 
21일 환경부 4대강조사평가단에 따르면, 2017년 6월 금강 공주보와 영산강 죽산보, 낙동강 강정고령·달성·합천창녕·창녕함안보 등 6개 보 상시 개방을 시작으로 올해 2월까지 4대강 16개 보 가운데 15개 보를 부분 개방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미개방된 1개 보는 한강 여주보다.
 
4대강조사평가단이 2017년 6월부터 2021년 6월까지 4대강 보의 개방 전후 효과를 분석한 결과, 보 개방 이후 녹조 현상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특히 완전 개방한 금강 보 구간에서는 2021년 기준으로 최대 8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강물 체류시간은 전체적으로 감소했고 유속은 증가하는 등 물 흐름이 개선됐다. 금강의 체류시간은 최대 88% 줄었으며, 영산강의 유속은 최대 8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체류시간이 길지 않고 유속이 빠른 구간에서는 녹조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아진다.
 
각 강의 보 구간마다 수생태계 건강성도 좋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모래톱과 수변 공간 증가 등의 환경 개선으로 희수마자와 미호종개 등 멸종위기종 1급 어류와 수달과 흰목물떼새 등 1, 2급 야생동물을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보 개방 덕분에 전체적으로 4대강 자연성이 높아졌다는 게 4대강조사평가단의 설명이다. 현재까지 16개 보 중 15개 보를 부분 개방한 가운데 정부는 취수구, 양수구 위치 조정과 관련한 사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나머지 보를 추가 개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4대강 보 개방 효과에 대해 "일단 녹조는 확실히 줄었고, 과거에 4대강 (사업)이 되면서 사라졌던 멸종위기종 물고기들도 다시 보이고 있다"며 "특히 금강은 전면적으로 개방한 곳이어서 (효과가)확실히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다른 곳들은 이 정도의 개방 효과를 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열지 못했다"며 "지역주민과 합의하고 농사를 짓는 분들과 접점을 찾아서 물 사용이 좀 적을 때인 동절기에 개방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논의하고 있다. 개방을 한 곳에서는 사라졌던 물고기가 돌아오고 있어서, 이런 부분들은 지역주민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부산광역시 을숙도 낙동강 하굿둑 전망대에서 열린 '낙동강 하구 기수생태계 복원 비전 보고회'에서 영상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 출범 후 국정과제의 세부과제로서 '4대강 보 개방을 통한 재자연화 추진'과 함께 '낙동강 하굿둑 수문 개방'을 채택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낙동강 하굿둑 개방에 각별히 공을 들여왔다. 2012년 총선과 대선 출마 당시 공약으로 내세웠고, 2017년 대선에서도 다시 한 번 공약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18일 낙동강 하굿둑 수문이 35년 만에 상시 개방됐다. 정부는 낙동강 하굿둑 상류에 바닷물이 들어오게 해 자연상태에 가까운 기수역(강물이 바닷물과 섞이는 곳)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하굿둑 수문 개방을 통한 낙동강 재자연화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정부는 향후 금강과 영산강 등 다른 둑 개방에 좋은 선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부산시 을숙도 낙동강 하굿둑 전망대에서 열린 '낙동강 하구 기수생태계 복원 비전 보고회' 영상 축사를 통해 "오늘, 35년 만에 낙동강 수문이 열리고 물길이 트였다"며 "낙동강물과 을숙도를 지나온 바닷물이 만나 다시 생명을 나누게 되었다"고 반겼다. 문 대통령은 "저 자신도 2012년의 국회의원 선거와 대선 때부터 공약하고 노력해왔던 일이어서 감회가 깊다"며 "하굿둑 개방으로 낙동강 하구의 자연생태계 복원에 성공한다면, 다른 하굿둑들과 4대강 보의 개방 문제 해결에도 좋은 선례가 되고 희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낙동강 하굿둑 개방을 "상식으로의 전환"으로 규정했다.
 
한정애 장관은 "낙동강 하굿둑이 열리는 것을 보고 다른 광역자치단체, 특히 충남 지자체와 시민단체에서 굉장히 관심이 많은 것 같다"며 "낙동강 하굿둑의 결과를 보고 농사를 짓는 데 문제가 없고 생태는 살아나고 있으니 '우리도 한 번 해봐야 되는 것 아니냐'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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