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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통합정부' 꺼낸 이재명…내친김에 안철수 단일화까지?
이재명-안철수 결합시 대선판 요동…윤석열 '정권교체'도 희석될 수밖에
2022-02-08 16:36:49 2022-02-08 23:14:25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회심의 카드로 '통합정부'를 꺼냈다. 표면적로는 중도·보수로의 외연 확장이지만, 내심은 안철수·심상정·김동연 후보를 끌어안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 맞서겠다는 계산이다. 특히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까지 이뤄낼 경우, 예상치 못한 결과에 대선 판세는 크게 요동치게 된다. 윤 후보의 정권교체론도 일정 부분 희석시킬 수 있다. 
 
이 후보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만나 대선 관련해 자문을 구한다. 윤 전 장관은 보수진영 내 대표적 책사다. 앞서 이 후보는 6일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 7일 이상돈 전 의원을 만난 바 있다. 이들 모두 보수진영 원로들로, 이 후보의 진영을 가리지 않는 실사구시 중심의 통합정부에 대한 동의를 구할 수 있다. 특히 윤 전 장관은 안철수 후보가 정치에 입문할 당시 멘토 역할을 맡았다. 지금은 두 사람의 관계가 다소 서먹하지만 이 후보가 안 후보와의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가교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안 후보와의 연대 또는 단일화에 긍정적 기류가 감지된다. 구상은 송영길 대표로부터 시작됐다. 송 대표는 지난 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책임총리제를 만들어서 연립정부의 구성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 31일에도 "정치는 연합하는 것"이라며 "제1야당과의 대연정은 아니지만 나머지 분들과 정책 연대를 통한 연정이나 통합정부를 제안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구상을 드러낸 바 있다. 특히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단일화가 아예 없다고 말했지만 우리는 열려있다"며 "안 후보의 정책이 실현되려면 압도적 의석을 갖고 있는 민주당과 함께 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구애 메시지를 보냈다.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은 지난 6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다음 주 후보 등록이 진행되기 때문에 (단일화가)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우리는 안 후보와의 여러 문제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대하고 있다"고 송 대표와 같은 입장을 취했다. 당 관계자는 "심상정 후보는 정의당 재건의 의무를 띠고 있어 완주할 가능성이 높다"며 "안철수, 김동연 후보와의 연대는 정책적으로든, 공동정부 형태로든 모두 가능하다"고 말했다. 
 
1월17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사진 왼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서울시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2 재경 대구경북인 신년교례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의힘이 담판 형식의 일방적 양보만을 내비치는 상황에서 안 후보도 미묘한 입장 변화를 보였다. 안 후보는 7일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권영세 국민의힘 선대본부장 발언에 대해 "어제는 (단일화가)아니라고 했다가 오늘은 된다고 한다"며 "이런 문제를 공개적으로 말한다는 자체가 진정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구애에 대해서는 "저희한테는 사전에 협의가 전혀 없다"며 "진정성을 느낄 수 없다"고 했다. 기존에 단일화 관련해 무조건 손사래부터 치던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다. 특히 진정성을 갖고 물밑 접촉을 시도할 경우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늬앙스로 읽혔다. 
 
이 후보가 통합정부론을 통해 내각 임명제청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책임총리를 고리로 안 후보에게 다가설 경우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 윤석열 후보와의 단일화만 바라보던 기존 예상을 깨는 터라 이재명-안철수 결합이 현실화될 경우 그 파장은 대선 판 자체를 흔들 수 있다. 자연스레 문재인정부와의 차별화도 가능해져 윤 후보가 주장하는 정권교체론이 약화될 수도 있다. 안 후보로서도 그다지 나쁘지 않은 선택지로 받아들여진다. 한때 20%를 넘보던 지지율은 한 자릿수로 추락했다. 선거비용 보전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책임총리를 통한 국정운영 경험 담보는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새판짜기 가능성에 대해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여권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연정을 말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촛불연정을 공약했기에 단일화와 연대, 통합정부 등이 낯설고 거부감을 주는 의제가 아니다"며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민주당 내부에서는 공식·비공식적으로 안 후보와 연대 또는 단일화를 도모하려는 움직임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이 후보가 한 명의 후보라도 손을 잡으면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정적 의견도 나온다. 이상돈 전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송 대표가 '김 전 위원장을 영입한다', '안 후보를 책임총리로 한다'는 말을 하는데 너무 앞서가고 가벼운 것 같다"면서 "(단일화는)과정이 간단하지 않고 사람을 피곤하게 한다. 비슷한 사람끼리 하는 게 단일화지, 지금은 일방적으로 접고 들어가는 것(이라 쉽지 않다)"고 했다.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위기대응특별위원회 오미크론 대응 긴급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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