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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출자 계열사 주식매매로 연명한 이아이디, 자금조달 ‘빨간불’
조달자금 중 기존사업·신사업 투자금 '제로'…최대주주 잦은 지분 매각, 투자자 신뢰 상실 요인
2021-11-10 06:00:00 2021-11-10 09:52:57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유류도소매기업 이아이디(093230)의 유상증자 흥행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예상치 못한 주가 급락으로 발행가가 낮아지면서 자금조달 규모가 200억원 가량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조달한 자금 대부분이 채무 상환에 사용될 예정이다. 10년 연속 적자경영을 이어오고 있는 이아이디가 유증 자금을 사업 확장이 아닌 채무상환에 활용하면서 유증 흥행 실패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아이디 계역사들이 그간 종속회사의 지분 장내매도로 자금을 조달해왔다는 점이 투자 리스크 요인이다.
 
자금조달 규모 급감…운영자금 감소로 사업 불확실성 확대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아이디는 유상증자 신주 발행가액을 263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기존 예정발행가액인 363원 대비 27%가량 하락한 것으로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의 규모도 806억원에서 584억원으로 222억원 감소했다.
 
이아이디의 유증 규모가 줄어든 것은 최근의 주가 급락 때문이다. 앞서 이아이디가 유상증자를 결정했던 9월3일 당시 517원이던 기준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 322원으로 37.72% 하락했다.
 
이아이디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자금조달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이아이디는 당초 유증으로 조달한 자금을 채무상환(406억원)과 타법인 취득(150억원), 시설자금(114억원), 운영자금(91억원), 기타자금(15억원) 등에 활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유증 규모가 222억원 감소하면서 채무상환과 시설자금을 제외한 자금활용 규모가 모두 줄었다. 91억원의 운영자금이 제외됐으며, 타법인 취득 자금이 128억원, 기타자금이 3억원 감소했다. 운영자금 91억원이 이아이디의 주요 사업인 유류매입을 위한 비용이었던 만큼, 향후 사업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시설자금 역시 이아이디의 주요 사업과 관련 없는 오피스텔 건설자금이다.
 
이아이디는 2010년부터 이어진 적자경영으로 재무건전성이 지속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주요 사업들이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금조달 금액 전부가 기존 사업이나 신사업 확장이 아닌 채무상환 등에 활용된다는 점은 이아이디의 향후 주가나 유증 흥행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자회사 주식매매로 연명한 이아이디…"투자자 신뢰 상실 요인"
 
이아이디 계열사들이 그간 누적된 영업적자와 결손금 해소 등을 위해 전환사채(CB) 발행과 최대주주 대상 유증을 지속해왔고, 늘어난 종속회사의 보유지분을 장내 매도해 추가로 자금을 조달해왔다는 점도 리스크 요인이다.
표/뉴스토마토
이아이디는 이화전기(024810)→이아이디→이트론(096040)→이화전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조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앞서 이아이디는 지난 4월6일 자회사인 이트론 주식 8400만주를 장내매도해 547억원의 자금조달할 계획을 공시한 바 있는데 당시 주가가 급락했다. 주당 1170원까지 올랐던 이트론의 주가는 유상증자 최초 공시일인 지난 9월3일 645원까지 감소했다. 급격한 주가하락으로 이아이디는 처분예정 주식 8400만주 중 6029만주만 매도하고 장내매도를 멈췄으나, 이트론의 주가는 지속하락하고 있다. 이날 종가는 512원으로 지난 9월 대비 20.62% 급락했다. 
 
이화전기 역시 이아이디의 주식 매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바 있다. 이아이디의 최대주주인 이화전기도 지난 4월6일 이아이디의 주식 1억1037만주를 장내매도했다. 이화전기는 나머지 보유지분 1억주에 대한 매도금지를 확약했으나, 지난 7월 제3자배정 유증으로 이아이디 주식 6223만주를 확보했고, 보유 CB(400억원)의 주식전환(9112만주)이 언제든 가능한 만큼 추가 매도도 가능한 상황이다.
 
이트론 역시 이화전기의 보유지분을 블록딜을 통해 지속 매도해왔다. 지분 매도로 감소하게된 지분율은 최대주주 대상 유상증자나 CB 발행 등을 통해 재확보해왔다. 
 
이아이디는 투자설명서를 통해 “현금유동성 확보 및 운영자금 사용을 위한 최대주주의 보유지분 매각은 이아이디의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향후 주식가치가 하락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회사 주식 매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유증 자금이 사업확대를 위한 투자금이 아닌 채무상환에 사용되는 것은 그만큼 자금조달 여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계열사들의 잦은 자회사 지분 매각은 투자자들에게 회사에 대한 신뢰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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