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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명분 약한 ‘로톡 금지안’
2021-08-09 06:00:00 2021-08-09 06:00:00
“내가 골치 아픈 일에 좀 휘말렸는데 대형로펌까지 갈 일은 아닌 것 같고, 어디 주변에 괜찮은 변호사 없어요? 있으면 좀 알려줘 봐요.”
 
지인들에게서 이런 의뢰가 종종 들어온다. 이 같은 의뢰를 기반 해 변호사들에 대한 데이터를 모아 만든 법률서비스 플랫폼이 ‘로톡’이다. 사건 당사자에게는 ‘깜깜이 법률시장’에서 변호사 정보와 수임료 착수금 등을 볼 수 있는 등불이 되고, 로스쿨 출신 또는 전관예우를 받을 수 없는 변호사들 입장에선 새로운 활로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거에도 이런 시도가 있었다. 변호사의 승패율과 인맥지수 등을 데이터화한 법률 사이트 ‘로마켓’이다. 당시 법조계를 발칵 뒤집었던 로마켓은 대한변호사협회(변협) 등 변호사 단체의 각종 형사고소·고발 대응에 시달리다 결국 사업을 접었다.
 
2011년 로마켓이 변호사 승소율을 공개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왔지만 2002년부터 시작된 각종 소송과 수년간의 재판에 지친 로마켓은 시장에서 버티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비슷한 상황이 재현되고 있다. 변협은 로톡 등 법률서비스 플랫폼에 가입한 변호사를 징계하는 규정을 만들어 본격 징계 조사에 착수했다. 이로 인해 극심한 내분과 무더기 징계 사태가 벌어질 조짐이다.
 
로마켓이 변호사단체 공세로 코너에 몰렸던 것처럼 변협은 시장 잠식 가능성을 명분 삼아 로톡을 시장에서 밀어낼 기세다.
 
하지만 변협의 명분에는 힘이 실리지 않는다. 특히 변협이 서울지방변호사회와 TF를 꾸려 ‘공공정보시스템’ 구축에 나선 것은 사실상 로톡과 같은 법률 서비스 필요성을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변협이 추진하는 ‘공공정보시스템’ 취지와 구성은 오히려 로톡 보다 투명하고 한 발 앞 서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지금의 공세는 수임료를 낮추고 싶지 않은 기성 변호사들의 ‘밥그릇 지키기’ 싸움으로 비춰질 뿐이다.
 
그동안 국내 로펌 시장은 김앤장을 필두로 6대 로펌이 견고한 성을 구축해 왔다. 대형로펌은 변호사들의 실력을 간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이른바 ‘간판’을 달고 있지만 서민 입장에선 거액의 수임료를 부담해 그 ‘간판’을 택하기란 쉽지 않다.
 
사건 당사자들에게 법률시장은 그야말로 미지의 세계다. 자신을 위해 성심성의껏 싸워줄 변호사를 찾는데 여전히 ‘카더라 식’ 정보에 의지한다. 수요자의 요구에 무감각한 시장은 진즉 도태되고 새로운 시장이 형성됐지만, 법률 서비스 시장은 여전히 ‘깜깜이 시장’에 머물러 있다. 이렇게 가다간 법률시장 내부는 언젠가 곪아터질 것이다.
 
변협은 로톡과 같은 법률 플랫폼을 ‘반칙’ 취급하며 ‘그게 무슨 혁신이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자는 협회가 아닌 국민이다.

변협은 여론을 거스르는 소모적 논쟁을 이쯤에서 멈추고, 로톡 밀어내기가 아닌 법률 시장 개선을 위한 상생의 길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박효선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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