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로 쇳물 만든다고?…철강업계, '탄소배출 제로' 도전
철 생산부터 수소 판매·저장·운송까지…"친환경 대전환"
입력 : 2021-02-04 04:05:17 수정 : 2021-02-04 04:05:17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어마어마한 온실가스 배출로 환경오염 주범으로 여겨졌던 철강산업이 친환경 산업으로의 대전환을 꿈꾸고 있다. 생산은 물론 운송과 저장,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부문에서 탄소 배출 제로(0)를 추진하는 가운데 핵심은 '수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사들은 전날 '그린철강 위원회'를 출범하고 정부, 연구기관 등과 함께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이날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철강사들은 핵심 5대 과제를 제시하고 이를 위한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
 
철강 산업은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산업이다. 쇳물을 만들기 위해선 많은 양의 석탄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 업체들의 탄소 배출은 국가 전체의 17%, 산업 부문의 30%를 차지하며 업계 1위인 포스코의 경우 철강 산업의 70%에 해당하는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과거에는 철강사들의 환경오염이 불가피하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새로운 에너지원이 등장하고 주요 국가들이 배출 가스 감축을 핵심 과제로 삼으면서 이제는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도 친환경 철 생산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2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제1차 그린철강 위원회'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철강공장, '용광로'가 없어진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핵심 과제는 석탄을 철광석과 함께 고로(용광로)에서 녹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것이다. 철을 만들기 위해선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환원)해야 하는데 현재 이 환원제 역할을 석탄 가스(일산화탄소)가 하고 있다. 일산화탄소는 철광석과 함께 고온에서 녹으면서 이산화탄소를 만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철강사들은 '수소환원제철'이라고 불리는 철 생산을 구상하고 있다. 간단히 설명하면 환원제로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하면 이산화탄소 대신 물이 생성돼 오염물질 발생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제조 설비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석탄과 철광석을 함께 녹이는 공정이 없어지면서 고로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수소환원제철 도입 후에는 철 생산하면 흔히 떠올리는 펄펄 끓는 용광로는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소환원제철을 이용하면 철강 제품 생산 과정에서는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지만 수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오염물질이 배출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수소를 생산하려면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석탄이나 갈탄 같은 화석 연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철강사들은 향후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수소 원료로 쓰는 방식을 통해 오염물질 배출을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업체 중 수소환원제철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건 포스코다. 포스코는 2050년까지 수소 500만톤(t) 생산 체제를 완성하고 매출 30조원을 달성해 탈 탄소 시대를 선도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전날 그린철강 위원회 출범식에서 "2017년부터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을 위한 R&D(연구·개발)를 진행 중으로, 한국형 수소환원 유동로 개발과 이를 활용한 수소강재 개발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자료/포스코
 
판매·운송·저장까지…커지는 수소 사업
 
철강사들은 수소를 활용한 철 제품 생산을 넘어 수소 판매와 관련 강재 개발까지 다양한 친환경 사업을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 골드만삭스는 2050년 수소환원제철을 포함한 산업용 수소가 전 세계 수소 수요의 18%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제철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에 포함된 부생수소를 판매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다만 자연 발생한 부생가스 수소의 경우 순도가 높지 않아 수소전기차에 사용하려면 별도의 정제가 필요하다.
 
포스코는 포항과 광양제철소에서 연간 3500t의 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이는 공장에서 철강 제품 온도를 낮추는 작업과 산화 방지에 사용할 수 있는 적은 양이지만 생산량을 지속해서 늘려 2025년 연간 7만t까지 키운다는 계획이다. 목표에 도달하면 외부 판매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제철 또한 수소 판매를 위해 지난해 현대자동차·현대글로비스 등과 '하이넷'이라는 합작사를 설립했다.
 
이밖에 수소 운반과 저장을 위한 강재 개발도 철강사들의 새 영역이다. 수소는 온도와 기압에 예민한 물질이라 이를 다룰 수 있는 강재 없인 상용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압력에 강한 심리스(Seamless) 강관, 전기 전도성이 높고 부식에 강한 분리판(금속) 등 다양한 강재 개발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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