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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부스, 코로나19 바이러스 '저장 박스' 우려
서울시 내 약 7000개, 방역대책 없어…전문가들 "밀폐된 부스에 바이러스 생존 가능성"
2021-01-10 06:00:00 2021-01-10 06:00:00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서울시 내 설치된 '흡연부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저장 박스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공기 중 기본 3시간에서 최장 16시간까지 전파 되지만 흡연부스에 대한 방역 대책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10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 내 야외 흡연부스는 6940여개로, 7000개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 6일에도 여의도 증권가에 5개가 추가 설치됐다.
 
야외 흡연부스는 자연 환기가 가능한 개방형 구조로 설치된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이곳에는 코로나 의심 증상 발현 시 흡연실 출입 금지, 흡연자 간 2m 거리 유지하기, 흡연 시 대화 자제 및 분비물 배출 금지 등이 안내 돼 있다.
 
하지만 야외 흡연부스는 야외에 설치돼 있을 뿐 사실상 실내와 다를 바 없다. 보건복지부 방침에 따라 간접흡연을 최소화 하기 위해 지붕 설치, 차단벽 면적 절반(50%) 이하를 밀폐 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서는 흡연시 내뿜는 숨으로도 코로나19가 전파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전문가들 또한 개방이된 곳이라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공기 중으로 전파가 가능해 밀폐된 공간에 같이 흡연하면 전염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폐 속 깊은 곳에 특히 많다. 때문에 일반 숨으로 나오는 것 보다 담배 연기를 통해 더 많이 나온다"며 "이 바이러스는 기본 3시간에서 최장 16시간까지 생존하는 만큼 밀폐된 흡연부스에 바이러스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서울 중구 흡연부스 안에서 시민들이 담배를 피고 있다. 사진/ 표진수기자
 
흡연부스의 평균 크기는 약 6.3평으로 성인 10명이 서 있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때문에 2m 거리두기도 어려워 비말(침방울)로 인한 전파 뿐 아니라 대기 중에 떠 있는 액체(에어로졸)로도 감염될 수 있다.
 
방역당국의 지침에 따라 담배는 기호식품으로 분류되면서 음식을 먹을 때와 같은 기준으로 적용돼 흡연할 때를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흡연자 A(32)씨는 "담배를 피우려면, 우선 마스크를 내려야 하고, 침을 뱉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담배를 피우더라도 흡연부스 밖에서 피운다"고 말했다.
 
흡연부스를 이용할 때 출입 명부작성과 인원제한 등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코로나19 역학조사도 어려워 감염자를 찾아내기 어렵다. 그럼에도 흡연부스 관리는 자치구와 기업, 개인 등이 하는 만큼 법적 조치도 할 수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통화에서 "흡연부스, 흡연지역 등의 관리는 자치구, 기업 등에서 개인 관리하기 때문에 강제로 설치 또는 폐쇄하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서울 중구 인근에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막혀 있는 흡연부스. 사진/표진수기자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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