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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추 장관에게 검찰개혁이란 무엇인가
2020-11-17 06:00:00 2020-11-17 06:00:00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달 29일 페이스북에 검사가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취지의 1년도 더 된 언론기사를 공유하면서 “좋습니다. 이렇게 커밍아웃 해주시면 개혁만이 답입니다”라고 적었다. 조국 전 장관도 페이스북에 같은 기사를 공유하고 “추미애 장관을 공개 비판한 제주지검 이환우 검사는 어떤 사람?”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환우 검사가 전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추진하는 검찰개혁은 근본부터 실패했다“고 비판한 것에 대한 전·현직 법무부 장관의 즉각적인 대응이었다. 장관이 평검사의 비판에 대해 SNS를 통해 공개저격하자 역시 평검사인 최재만 검사도 글을 올려 "저 역시도 커밍아웃하겠다"고 했다. 최 검사의 글에는 300여명의 검사들이 "나도 커밍아웃한다"는 지지 댓글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상명하복이 뚜렷한 법무검찰조직에서 평검사들과 장관 간에 공개적으로 상호 비판한 사례는 유례없는 일이다. 이쯤 되면 과연 검찰개혁이 무엇인지 그 실체가 너무나도 궁금하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에는 국민을 위한 검찰상 확립에 대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검찰인사 관련 제도 정비 △법무부 탈(脫) 검찰화 등을 통해 인권옹호적 기능 수행 등 실질적 ‘검찰개혁’ 과제를 담고 있다고만 되어 있다. 그 중 공수처와 수사권조정은 이미 법제화되어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고, 법무부 탈검찰화도 상당 부분 추진되었다. 그렇다면 현재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평검사를 저격하며 “개혁만이 답이다”라고 외친 것은 무슨 의미일까. 
 
최근 추 장관이 내린 “피의자가 휴대폰 비밀번호를 악의적으로 숨기고 수사를 방해하는 경우 일정요건 하에 그 이행을 강제하고 불이행시 제재하는 법률 제정을 검토하라”는 지시와 대전지검의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수사에 대한 압박은 검찰개혁과 관련하여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추 장관이 갑작스럽게 휴대폰 비밀번호를 꺼낸 동기는 한동훈 검사장이 압수대상 증거물인 핸드폰의 비밀전호를 알려주지 않은 데서 기인한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대한변협·서울변호사회·민변·참여연대 등이 인권침해적인 지시라며 즉각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한 검사장 이전에도 수많은 피의자들이 비밀번호를 공개하지 않았다. 유력한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친형 강제 입원 혐의로 압수된 휴대전화의 잠금을 풀어주지 않았지만 누구도 이 지사를 비난하지 않았다. 헌법에서 보장한 피의자의 방어권을 행사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국 전 장관 수사 이후 현 정권과 적대적 관계가 된 한 검사장과 관련하여 이런 지시를 한 것이다. 오직 한 검사장에 대한 적대감만 느껴질 뿐 검찰개혁의 진정성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대전지검의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수사에 대해 “정치적 수사”라며 압박한 것도 수긍이 쉽지 않다. 이미 헌법기관인 감사원의 감사보고서를 통해 문제점이 지적된 만큼 검찰이 수사에 나선 것을 명분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일단은 검찰의 수사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마땅하다. 오히려 검찰이 감사원으로부터 수사참고자료를 받고도 아무런 수사를 하지 않는다면 직무위기가 아닌가 싶다.
 
추 장관은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여 윤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배제시키고, 감찰을 지시했다. 윤 총장에 대한 무절제한 압박이 되레 윤 총장을 야권 대선후보로 키고 있다. 추 장관 스스로 호랑이 등에 올라탄 셈이다.
 
적대적 특정인을 수사하기 위해 비밀번호해제라는 인권침해적인 강력한 무기를 검찰에게 주고,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따른 수사를 정치적 목적의 편파수사라고 비판하는 것이 검찰개혁일까. 윤 총장만 교체되면, 그리고 그의 측근이라 불리는 검사들만 내쫓으면 검찰개혁은 완성되는 것일까. 유감스럽지만 내년부터 본격적인 레이스가 진행될 차기 대선주자들 공약집에 또 다른 검찰개혁과제가 있을 것 같다.
 
김한규 법무법인 '공감'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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