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혼란만 키운 '무·저해지' 보험
입력 : 2020-07-31 06:00:00 수정 : 2020-07-31 06:00:00
"무·저해지 보험상품을 만들라고 해 만들었더니 이제 와서 상품 개정을 하라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환급률이 표준형과 같아지면 무·저해지 상품이 필요 없는 거나 마찬가지죠. '빈대 한 마리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운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금융위원회가 저축성 보험상품으로 오인하게 하는 불완전판매 요소를 최소화하겠다며 무·저해지 환급금 보험 상품의 구조 개선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의 핵심은 무·저해지 환급형 상품의 해지환급금 환급률을 표준형 상품과 동일한 수준으로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두고 보험업계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저렴한 보험료로 같은 보장을 받을 수 있는 보험상품을 만들라고 독려해 만들었더니 불완전판매를 이유로 상품의 장점을 없애버렸다는 것이다. 무·저해지 환급형 보험상품을 아예 팔지 말라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실제 무·저해지 환급형 보험상품은 보험료를 적게 받는 대신 보험료가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또 보험을 중간에 해지하지 않고 납입기간을 충족하면 표준형에 비해 더 많은 환급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장점은 소비자들을 사로잡았고, 보험업계 히트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무·저해지 보험의 장점을 악용, 높은 환급률만 강조해 판매한 것은 분명 문제다. 하지만 이는 보험영업 현장의 문제다. 소비자 편익이 큰 상품 자체의 설계 문제는 아니다. 불완전 판매를 이유로 환급률을 표준형 수준으로 제한한 것은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상품 선택권을 줄이게 된다. 
 
오는 10월까지 무·저해지 보험상품의 절판 마케팅만 부추기는 모양새다. 이번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안은 오는 9월7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친 뒤 오는 10월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보험소비자들은 10월 전에 가입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10월 이후부터는 환급률이 표준형과 동일해져 중도해지 환급금이 없는 무저해지보험에 굳이 가입할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불완전 판매의 심각성 때문에 대책을 내놓기는 해야 하는 금융당국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정책의 권위는 일관성에 있다. 보험상품 인허가는 금융당국의 권한이다. 과거 독려하고 인허가 내준 보험을 5년 만에 뒤집는 것이 반복되면 금융당국에 대한 불신만 커질 뿐이다. 일관된 정책으로 이 같은 혼란이 반복되질 않길 바란다. 
 
박한나 금융부 기자 liberty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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