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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이재명…'정부 흔들기' 꼬리표 어떻게 넘나?
영향력 확대할수록 '레임덕 키운다' 우려…"선명성 강조하되 친문과 물밑협상 나설 듯"
2020-07-21 15:05:51 2020-07-21 16:28:07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은 후 여권의 대선주자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최근 경기도정을 넘어 재보궐선거 후보 공천과 그린벨트 문제 등에도 독자 목소리를 내며 영향력을 넓히는 중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문재인정부 후반기에 정권 비판론으로 정부를 흔든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지사의 대권 장도에선 '정부 흔들기' 낙인을 넘는 게 과제라는 분석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21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재명 지사에 대해 "이 지사 말에 일주일 내내 시끄러울 것"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가 질타했다는 '이 지사의 말'은 그가 전날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재보궐선거 후보 공천에 관해 "장사꾼도 신뢰를 유지하려고 손실을 감수하는데, 정말 아프고 손실이 크더라도 기본적 약속을 지키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힌 부분이다. 민주당으로선 사망한 박원순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 의혹을 받는 만큼 재보궐선거 때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공천할지 문제로 고민 중이다. 이 와중에 이 지사가 반대 의사를 표명하자 당 지도부가 곤혹스러워했다는 후문이다.
 
정치적 고비마다 이 지사를 후원한 이 대표가 그의 말을 비판한 건 심상치 않다는 설명이다. 대선주자인 이 지사와 레임덕을 걱정하는 문재인정부 지지자들의 갈등이 본격화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실제 이 지사는 16일 대법원에서 '친형 강제입원' 관련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무죄 취지의 판결을 받은 후 광폭 행보 중이다. 17일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게 '병원 수술실 CCTV(폐쇄회로TV) 설치 의무화' 법안을 주창한 자필 편지를 보내 화제를 모았다. 같은 날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선 18.7%를 획득, 23.3%인 이낙연 의원을 오차 범위 내로 추격했다. 19일엔 '서울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에 반대 의견을 냈다. 그는 조만간 대부업 법정 최고금리를 현행 최대 24%에서 10%로 인하할 것을 요청하는 편지를 국회에 또 보낼 예정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1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제일리 SLC 물류센터에서 관계자들과 화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일각에선 이 지사가 영향력을 키울수록 '정부 흔들기' 낙인이 더 심해져 역효과를 낼 것이란 지적이다. 아닌 게 아니라 그에게는 정동영 전 민주평화당 대표와 19대 대선이라는 아픈 데자뷰가 있다. 정 전 대표는 참여정부 때 통일부 장관을 역임하며 대선주자까지 됐다. 하지만 참여정부 후반기엔 정권의 실책에 비판적 입장을 취하면서 친노와 멀어졌다. 이후 '배신자' 취급을 받으며 다시는 민주당 주류가 되지 못했다.
 
19대 대선 경선은 더 뼈아프다. 그는 2016년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가 드러나자 정치인 중 가장 먼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주창했다. 이를 통해 경기도 성남시장에서 단숨에 여권 대선주자로 도약했다. 당시 무명에 가까웠던 그는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에 이어 2위를 기록할 정도였다. 하지만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선 선명성을 강조하고자 문 상임고문을 강하게 비판,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외면받게 됐다. 
 
대선주자로서 양날의 칼이 된 이 지사에 대해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민주당 코어 지지층의 정치적 성향은 다른 잠룡보다 이 지사의 정치철학과 맞아 떨어진다"며 "대선후보 경선을 노리는 이 지사로서는 앞으로도 선명성을 강조하겠지만, 한편으로 친문 지지층을 흡수하고자 친문 의원들과 물밑작업을 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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