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조문 정국 갈팡질팡 정의당…여론은 "민주당 눈치"vs"성장통"
심상정 대표, 장혜영-류호정 의원 조문 거부에 사과
장-류 의원, 피해자 편 돼야 한다며 조문 거부
"정의당은 진보 목소리 내야" 주장도
2020-07-15 11:16:14 2020-07-15 11:16:14
[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정의당이 고 박원순 시장 조문 정국에서 내홍을 겪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장혜영·류호정 의원의 고 박원순 시장 조문 거부에 대해 사과하면서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심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두 의원은 피해 호소인을 향한 2차 가해가 거세지는 것을 우려해서 피해 호소인에 대한 굳건한 연대의사를 밝히는 쪽에 무게중심을 뒀다"면서도 "두 의원의 메시지가 유족들과 시민의 추모 감정에 상처를 드렸다면 대표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정의당 류호정, 장혜영(오른쪽) 의원. 사진/뉴시스
 
류호정·장혜영 의원은 박원순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를 향한 2차 가해를 우려해 조문을 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반면 심 대표와 배진교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박 시장을 조문했다.
 
장 의원은 심 대표의 의원총회 발언에 대해 페이스북에 “"솔직히 당황스러웠다"면서도 "(조문 거부 논란에 대한 사과) 의중을 정확히 알기 위해 의총 후 심 대표와 대화를 나눴다. 심 대표가 이번 사안에 관한 나의 관점과 행보를 여전히 존중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또 "우리가 누구라도 인간 존엄의 가치를 훼손 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가고자 한다면 안간힘을 쓰며 존엄 회복을 위한 싸움을 시작한 한 여성의 목소리에 함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견을 좁혀가며 지금은 힘을 모을 때"라고 했다.
 
전 정의당 당원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심 대표의 조문 거부 발언을 문제삼았다. 진 전 교수는 "이분(심 대표)에 대해 가졌던 마지막 신뢰의 한 자락을 내다 버린다"며 심 대표를 비판했다. 그는 "피해자가 '50만명이 넘는 국민의 호소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이라 절망했던 그 '위력'에 (정의당이) 투항, 아니 적극적으로 가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진보정치에도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태”라며 “젊은이들의 감각을 믿고 그들에게 당의 주도권을 넘기는 게 좋을 듯”이라고 주장했다.
 
온라인에서는 여론이 엇갈리고 있다. 한 네티즌은 "여성의원들의 소신발언에 힘을 실어주지 못할지언정 민주당 눈치만본다"고 심 대표를 비판했다. 다른 네티즌은 "뭐가 진실인지 제대로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단정 짓고 말하는 게 위험해 보인다. 지금은 한 발 물러나서,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하는데 힘을 보태는 게 차라리 좋을 듯 하다"고 장 의원을 비판했다.
 
이번 사태를 정의당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성장통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 네티즌은 "왔다갔다가 하면 오히려 손해다. 딱 하나의 큰 길로 가고, 상황에 따라 큰길에서 벗어나지 않는 우회로도 갈 수 있는 정당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정의당이 여론 눈치 보며 기회주의를 보이는 순간 존재가치는 없다고 본다"며 "정의당은 마땅히 고정돼 있는 구습을 타파하는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