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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재테크)한진칼BW 공모, 지분경쟁 ‘범프’로 몸값 높일까
행사가액 주가보다 높지만 하향조정 가능
2020-06-30 12:00:00 2020-06-30 12:06:24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한진칼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공모 청약이 시작됐다. 한진칼이 자금을 쓸 곳과 일정은 정해져 있는데 일반적인 유상증자 절차를 밟자니 시간이 부족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분리형 BW를 발행해 증자를 하는 방식을 택했다. BW의 신주인수권(워런트)이 행사돼 새 주식을 발행하면 유증과 같은 효과를 내게 된다. 
 
이번 BW 발행이 주목을 받는 것은 한진칼의 첨예한 경영권 다툼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누가 더 많이 확보하느냐에 따라 현재 조원태 한진칼 회장과 KCGI-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연합의 주도권 구도가 조금은 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지분 경쟁은 그들만의 싸움일 뿐이고, 투자자는 이번 한진칼 BW 자체의 매력과 지분경쟁이 값어치를 올려줄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이번 BW는 채권과 신주인수권이 분리된 상품으로 BW 발행 후 일정기간 후부터 각각 채권시장과 신주인수권 시장에 상장돼 거래될 예정이다. 발행규모는 3000억원, 채권 투자기간은 오는 7월3일부터 2023년 7월3일까지다. 
 
채권 발행수익률은 3.75%, 표면이자율은 연 2.0%다. 3개월마다 연 2.0%로 이자를 지급하다가 만기 때 연 3.75%에 맞춰 원금과 나머지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물론 그 전에 신주인수권을 행사하면서 채권으로 신주인수대금을 납부할 수도 있다. 신용등급(한기평 BBB(부정적), 한신평 BBB(하향검토))에 비하면 낮은 이율이지만 BW라는 매력적인 사은품을 감안해야 한다. 
 
채권 만기 전에 조기상환을 청구(풋옵션 행사)할 수도 있다. 채권 발행일로부터 2년째가 되는 2022년 7월3일부터 가능하다. 조기상환 때에도 연 3.75%는 채워서 준다. 회사가 되살 수 있는 콜옵션은 없다. 
 
BW 투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주인수권의 권리행사 조건이다. 행사비율은 100%, 즉 워런트 1주당 보통주 1주가 주어진다. 행사가액은 9만600원(예정)이었다가 6월26일에 8만2500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그동안 주가가 하락한 탓이다. 이에 따라 신주인수권으로 발행할 수 있는 주식수도 331만1258주에서 363만6363주로 늘었다. 신주인수권이 모두 행사될 경우 전체 주식 수 대비 비율도 5.30%에서 5.79%로 늘어났다. 
 
문제는 행사가액이다. 29일 현재 한진칼의 주가는 8만600원, 행사가액은 주가보다 낮은 게 일반적인데 행사가액이 확정된 뒤로도 주가가 하락하는 바람에 행사가액이 주가보다 높은 상황이다. 
 
회사가 밝힌 이 신주인수권의 이론가치는 1만5751원이다. 어디까지나 이론가격일 뿐이고, 신주인수권에 행사가액을 얹어줘야 주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행사가액이 높으면 시장에서 거래될 신주인수권의 가격이 오르기 어렵다. 투자 매력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의미다. 
 
다행히 앞으로 주가가 하락하면 행사가액도 더 낮게 조정되는 보완장치가 있다. 2020년 8월부터 2021년 7월까지는 매달 3일에, 그 이후엔 3개월 단위로 2021년 10월, 2022년 1월, 4월, 7월, 10월, 2022년 1월, 4월의 3일에 당시 시세를 반영한 가중산술평균주가로 행사가액을 조정할 것이다. 주가가 계속 하락하면 처음 정한 행사가액의 70%, 즉 5만6420원까지는 조정이 가능하다. 반대로 주가가 오른다고 행사가액이 오르는 일은 없으니 이는 투자자에게 유리한 조건이다. 
 
한진칼의 신주인수권 행사는 채권 발행 1개월 후인 2020년 8월3일부터 채권만기 1개월 전인 2023년 6월3일까지 가능하다. 그 안에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차익을 낼 수 있는 상황이 오면 된다. 만약 3년 안에 그런 상황이 오지 않는다면 신수인수권은 신주인수권대로 거래시장에 내다 팔고 채권은 채권대로 이자와 원금을 챙기면 된다. 채권 만기 때까지 한진칼이 원리금을 갚지 못할 처지가 되지만 않는다면 손해가 날 일은 없을 것이다. 한진칼은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도 코로나19 여파로 적자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지만 채권을 갚지 못하는 상황에 이를 것이라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이번 공모는 일반적인 공모주 투자와 성격이 크게 다르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공모주 투자는 상장 직후 주가가 올랐을 때 매도해 차익을 내는 방식이지만, 이번 BW는 앞으로 한진칼의 주가를 실피며 차익을 낼 기회를 엿보는, 호흡이 긴 투자다. 
 
한진칼 BW 공모청약 주관사는 유진투자증권이 맡았다. BW에서 분리된 채권은 3일에 곧바로 상장된다. 신주인수권은 오는 16일에 상장될 예정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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