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삼성전자가 지난달 최대 11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 방침을 밝혔지만 주가 흐름은 지지부진합니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 구체적인 재원 활용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시장에서는 자사주 매입·소각이 삼성전자의 지배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결정이 쉽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에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가 주주환원의 새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 모습. (사진=연합뉴스)
18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라이프자산운용은 최근 삼성전자 삼성전자 이사회와 경영진 앞으로 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해 우선주를 활용해 주주환원에 나설 것을 제안했습니다. 3분기 배당을 제외한 잔여 재원의 배분 방식을 10월 이사회에서 확정하고, 그 재원을 우선주 매입·소각에 먼저 투입하라는 것입니다. 우선주 주가가 보통주보다 낮은 구간에서만 사들이고 매입한 물량은 즉시 소각하라고도 주문했습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24일 발표한 주주환원 정책에서 2026년 재원을 90조~110조원으로 제시했습니다. 이 중 약 30조원은 3분기 현금배당에 배정할 계획입니다.
다만, 삼성전자는 정규배당 약 4조9000억원과 특별배당 30조원을 제외한 약 55조~75조원을 어떻게 사용할 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내년 초 이사회에서 결정한다는 방침입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에 배분되는 재원의 규모를 다양하게 추산하고 있는데요. 삼성생명(8.51%)과 삼성화재(1.49%)가 삼성전자 보통주를 정확히 10%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보통주를 소각하기에 어려운 상황인 점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에 따라 금융회사의 비금융 계열사 지분율은 10%로 제한됩니다. 만일 삼성전자가 보통주를 10조원가량 소각한다고 가정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약 1조원어치의 주식을 처분해야 합니다. 지난 3월에도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을 앞두고 두 회사는 1조5000억원 규모의 삼성전자 지분을 블록딜로 처분했습니다. 이 경우 매물 부담이 소각의 수급 효과를 반감시킬 수도 있습니다.
라이프자산운용이 우선주를 주주환원 대상으로 제안한 것도 이 지점에서입니다.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금산법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삼성전자가 첫 번째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실시할 당시에도 매입금액의 30%를 우선주에 배정한 바 있습니다.
강대권 라이프자산운용 대표는 "삼성생명은 우선주를 거의 갖고 있지 않아 우선주를 매입·소각하면 재비구조에서 비롯된 문제를 우회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DS투자증권도 약 20조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가정하면서 전액 보통주로 매입할 경우 금융계열사 매각 대상이 2조원에 이르지만 우선주 비중을 30%로 높이면 매각 부담이 1조4000억원으로 줄어든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론적으로 금융계열사의 추가 매각 부담은 없는 셈입니다.
더욱이 삼성전자 우선주 가격은 보통주보다 낮습니다. 이날 종가 기준 삼성전자 보통주는 26만1000원, 우선주는 19만6100원으로, 우선주가 보통주보다 25% 저렴합니다. 지난 6월의 괴리율 37%보다는 격차가 많이 좁혀졌지만 여전히 할인율이 큰 편입니다. 같은 돈으로 보통주 1주를 소각할 재원이면, 우선주는 1.33주 더 많은 주식을 없앨 수 있는 셈입니다.
우선주를 주주환원에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퍼지면서 우선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주주환원책이 공개된 지난달 24일 이후 전날까지 삼성전자 우선주는 개인이 1조650억원, 기관이 3670억원 순매수했습니다. 같은 기간 보통주를 개인이 2조4720억원, 기관이 5290억원 순매도 한 것과 대조적입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삼성전자 우선주를 1조5320억원가량 순매도 했지만, 보통주 순매도 규모(6조6550억원)에 비하면 적은 편입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