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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금융사 정체성)여대야소 국회에 정부 개입 우려 ↑…'관치 금융' 꼬리표 이어질 듯
민주당 중심 정무위 개편 가능…"규제 확대에 '내부의 적' 둔 꼴"
2020-05-11 06:00:00 2020-05-11 06:00:00
[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21대 국회에 거대 여당이 등장하면서 은행에 대한 정부의 개입도 더 강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더불어민주당 선거 공약에 따라 소비자보호 관련 법안 확대가 예상되면서 지배구조를 비롯한 전반적인 영업에 대한 영향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관치 금융' 꼬리표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 관련 법안을 다루는 20대 국회 정무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총 24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8명에 불과해 지난 국회에선 정부 정책에 대한 국회 견제가 강했다. 정무위에 계류된 법안만 1200여 개에 달한다. 
 
이 같은 이유로 정부 금융 정책은 제 속도를 내지 못했다. 사회적 합의를 충분히 이끌지 못했다는 지적도 많았다. 지난해 도입한 오픈뱅킹이 대표적인 예다. 은행별 자체 결제망을 여는 오픈뱅킹은 은행 기득권에 영향을 준다. 이에 따라 일정 부분 숙의가 필요했으나, 정부는 혁신금융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자기 목소리 내기에만 급급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원회에서 오픈뱅킹을 법률 개정 없이 인프라로만 처리하려다보니 신규서비스 제시가 더디다"면서 "아직까지는 금융사 간 주도성 싸움보다 고객 편의성 확대에만 그치고 있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관련 법안으로 분류되는 데이터 3법(개인정보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올 1월에야 모두 통과됐다. 업계에서는 전자금융법 개정으로 오픈뱅킹 진입 기업에 대한 인프라 확장 가능성도 정부가 터줘야 한다는 견해가 나온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180석을 차지하면서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금융 관련 정책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원구성이 20대 국회와 동일하게 이어진다면 여당 의원은 정무위에서 13~14석을 차지하게 된다. 정무위 역시 여당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민주당이 이번 총선 공약으로 내건 은행 관련 법안들은 정부의 개입 여지를 확대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 혁신금융을 위한 동산담보대출 확대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지배구조법 개정은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책임을 강화하고, 임원 자격에 대한 적격성 심사 강화를 골자로 한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도 최고경영자(CEO)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지적이 이어진 만큼 관련 내용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우리·하나은행 CEO에게 결정한 제재가 과도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근거이기도 하다. 
 
내년 3월부터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금소법)이 시행도 은행들은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나 영업 위축은 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21대 국회에서 제정안에서 제외된 징벌적 손해배상제, 집단소송제 등의 추가 도입 가능성도 적지 않다. 바뀐 국회 구성에 따라 은행들도 대관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주요 은행들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조직을 일제히 격상하는 한편, 제도 개편에도 나선 상태다. 일부 은행들은 고객들이 투자한 외국 사모펀드 손실이 우려되자 원금 50% 가지급 보상을 고려하거나 진행할 것이라고 알렸다. 은행권 관계자는 "상품설계에서부터 판매, 사후관리까지 소비자보호를 위한 장치와 고민을 확대하면서 영업 전반에 걸친 위축은 불가피하다"면서 "사실상 '내부의 적'을 둔 꼴"이라고 토로했다.
 
민병두 정무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3월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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