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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우리은행·하나은행, DLF과태료 365억 '이의제기'
경영진 징계 이어 과태료도 불복…결국 행정소송으로 이어질듯
2020-04-08 15:16:02 2020-04-08 18:35:06
[뉴스토마토 최홍·신병남 기자]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F) 사태와 관련한 금융위원회의 과태료 처분에 불복해 이의제기에 나선다. 금융감독원의 경영진 징계에 대한 소송에 이어 금융위와도 소송전에 나설 공산이 크다. 
 
(그래픽/뉴스토마토)
 
8일 금융권에 따르면 두 은행은 DLF 불완전 판매 등의 책임으로 최근 금융업계 사상 '역대 최고액'인 총 364억9000만원(우리 197억1000만원, 하나 167억8000만)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이와 관련해 우리은행은 이의제기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내부공시를 통해 "지난달 25일 DLF관련 과태료 부과통지를 수령했다"며 "60일 이내에 행정청(금융위)에 이의제기를 할 예정이고, 이의제기 시점에서 과태료 부과 처분은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법원에서 과태료 부과여부나 부과금액이 결정된다"고 덧붙였다. 이의제기를 하더라도 금융위가 입장을 번복할 가능성이 작은 만큼 소송으로 가겠다는 의지다. 다만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의제기 일정은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나은행도 이의제기에 나선다. 최근 하나은행은 임시이사회를 열고 DLF과태료 167억8000만원에 대한 이의제기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의 한 소식통은 "하나은행 임시 이사회에서 과태료 이의제기 결정을 통과시켰다"며 "아직 이의제기 신청기간이 꽤 남았기 때문에 실제로 신청하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측은 "이사회에서 전달받은 바 없다"고만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기적으로 민감할 수 있지만, 감경 소지가 있는 금융당국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제재를 전적으로 수용한다고 비춰질 수 있는 만큼 경영진 입장에선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의제기에 나서는 게 일반적인 수순"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이의제기를 신청한 배경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이번 DLF과태료가 '역대 최대 규모'라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리·하나은행 입장에서 불명예일 수밖에 없다. 이외에 금융지주 경영진이 중징계에 항소를 하고 있는 만큼, 기관제재에 대해서도 일관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DLF 제재가 전체적으로 과도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는 임직원 제재뿐 아니라 기관제재도 이의제기를 신청하는 게 좋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금감원의 DLF 중징계 처분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도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뒤를 이을 유일한 후보로서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금융위는 은행으로부터 이의제기 신청이 접수되면 바로 내부 검토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이의제기가 들어오면 내부적으로 재검토해 은행에 회신하는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며 "금융위의 회신을 은행들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때부터 행정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과태료 처분을 받은 날(3월 25일)로부터 60일내에 이의제기를 신청해야 한다. 또 금융위는 이에 대한 회신을 3개월 내에 진행해야 한다. 이의제기를 신청하면 과태료 부과효력은 곧바로 중지된다. 
 
금융당국의 DLF제재에 잇달아 제동이 걸리면서 금융당국의 신뢰도 역시 점차 하락하는 모습이다. 금감원이 결정한 DLF과태료를 금융위가 낮춰줬는데, 이마저도 은행들이 거부했다. 앞서 금감원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각각 230억원·260억원 과태료를 부과했지만, 증선위·금융위는 이를 197억원·167억원으로 낮춘 바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금감원의 은행 경영진 중징계가 권한 밖이라는 행정법원의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은행들이 업무정지 6개월 처분에 대해서도 이의제기를 신청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영진 중징계와 과태료에 대해서만  항소하는 것은 좀 이상하다"며 "업무정지에 대해서도 이의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1월 22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은행권 포용금융 성과점검 간담회에 참석하며 지성규 KEB하나은행장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최홍·신병남 기자 g24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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