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선 기자] 미국이 5년 만에 제로금리와 양적완화(QE) 시대로 회귀를 선언했다. 한국도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렸다.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긴급 조치가 잇따르고 있지만 글로벌 주식시장은 여전히 패닉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분위기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긴급회의를 열어 연방기금금리를 1.0%포인트 내린 0.0~0.25%로 결정했다. 17~18일 정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앞서 두 차례나 긴급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이다.
CNN은 "예상보다 빠른 금리인하는 10년 전 세계 금융위기 동안 연준이 금리를 최저 수준까지 인하해야했던 신용경색과 금융시장 혼란을 막기 위한 조치"라며 "3일을 더 기다리면 경제를 지지하기엔 너무 늦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보도했다. 마크 잔디 무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시장이 내일 얼어 붙을 위험에 처해 있다고 느끼지 않았다면 연준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들은 금융시장이 작동하지 않을까 심각하게 우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양적완화 재개는 큰 틀의 방향 선회다. 연준은 7000억달러(약 852조원) 규모의 QE 프로그램을 가동하겠다고 밝히고, 당장 16일 400억달러 규모 매입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이 같은 초강수에도 불구하고 16일 증시의 반응은 차가웠다. 미국 선물지수는 금리인하와 양적완화 발표 뒤 시간외거래에서 일일 가격변동 제한폭인 5%까지 밀려 매매거래를 일시정지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아시아 주요증시도 약세였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19% 하락한 1714.86에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2.46%, 3.40%씩 밀렸다.
급기야 한국은행이 장 마감 후 임시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해 연 0.75%라는 가보지 않은 금리시대를 열었다. 이것이 17일 이후 국내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16일 코스피, 코스닥지수는 미국의 제로금리와 양적완화 선언에도 불구하고 3%대 동반 하락 마감했다. 사진/김보선 기자
일단 하락 마감한 증시에 대해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당초 예상을 했던 부분이기 때문에 새로운 투자정책이 기대에 못미쳤다는 점이 하락 출발에 영향을 줬고 미국 주식선물이 하락하면서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실물지표도 예상치를 하회하면서 코로나19 여파의 경제지표 우려가 커져 독일, 호주 등 중국의 익스포저가 큰 국가들의 낙폭도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중국증시는 다른 국가에 비해 하락폭이 낮은 편이다. 상하이종합지수의 3월 하락폭은 -3.16%로 코스피 -13.70%, 다우지수 -8.75%, 닛케이225지수 -19.59%에 비해 제한됐다. 하지만 이것이 코로나19의 영향에서 탈피했다고 보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평가도 나온다.
월스트리저널(WSJ)은 "중국의 주요 주가지수는 여타 국가와 비교해 하락폭이 낮은 수준인데 이는 시장에서 중국 내 불안이 진정됐다는 평가 때문이나, 공장의 생산 재개 등이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연결될 위험이 잠재해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무엇보다 미국과 유럽의 제조업이 조업을 중단하면 공급망 장애에 직면할 수 있다"고 했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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