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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숙의 파리와 서울 사이)코로나19와 우리가 할 일
2020-03-03 06:00:00 2020-03-03 08:28:09
지금 한국은 코로나19 공포로 아우성이다. 하루 5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하고 병상을 찾지 못해 사망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마저 벌어지고 있다. ‘혹시 나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두려움에 너도나도 마스크를 찾아 헤매지만 마스크 사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이러한 풍경은 비단 우리만이 아니다. 유럽대륙은 코로나19 위기를 가볍게 넘기나 싶었지만 지난 2월 중순 이탈리아에서 사망자가 발생하고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특히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에 환자가 집중되면서 접경지역인 프랑스 또한 비상이 걸렸다. 지난 29일 처음으로 프랑스인 사망자가 나왔고 확진자도 빠르게 증가해 지금은 100여 명에 육박한다.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긴급 특별 국무회의를 열어 코로나19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그중 하나는 5000명 이상이 모이는 모든 집회를 취소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요일에 열릴 파리 마라톤대회, 농업박람회, 안시의 카니발이 취소됐다. 그러나 3월 15일로 예정된 지방선거는 그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올리비에 베랑(Olivier Véran) 보건부 장관은 “프랑스는 새로운 단계의 전염병이 덮쳐 오고 있다. 우리는 지금 2기를 맞고 있다. 바이러스가 우리 땅에 전파되고 우리는 이를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태가 이쯤 되자 마스크를 찾는 프랑스인들이 늘어났고 지금은 마스크를 구하기가 우리처럼 하늘의 별 따기다. 베랑 장관은 2억 개의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지난달 27일 부랴부랴 프랑스 국내에 있는 5개 회사, 발미(Valmy), 콜미-오팡(Kolmi-Hopen), 폴-보이에 테크놀로지(Paul Boyé Technologies), 마코 파르마(Mako Pharma), 쓰리엠(3M)과 모임을 가졌다. 그는 다음 주까지 각 회사가 생산할 수 있는 양을 정확히 알려 달라고 지시했다. 
 
이 중 발미는 전력을 다해 마스크 생산에 들어갔다. “한 달 전부터 새로 두 팀을 배치했다.  한 팀은 야간에, 또 한 팀은 주말에 가동하기 위해서다”라고 니콜라 브리아(Nicolas Brillat) 공장장은 설명했다. 20여 명의 정규직 직원이 창고와 생산라인에서 일하고 있지만 비상사태를 맞아 비정규직 40명을 충원했다. 며칠간 교육을 받고 일을 시작한 47세의 레지 벨리앙(Régis Velien)은 “연속 공정 통로를 통과한 마스크를 집어 문제가 없는지 점검하고, 터진 데는 없나 이따금씩 열어보고, 고무줄도 이상이 없는지 당겨본다”라고 설명한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생산량은 10배 증가했다고 브리아는 설명한다. 발미는 다른 기계들을 사들이고 싶지만 중국인들이 이미 선점해 살 수가 없다. 마스크 재료 또한 구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6주에서 8주 이후에는 생산에 큰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콜미-오팡도 마찬가지다. 제라르 웰리에즈(Gérald Heuliez) 총괄본부장은 <유럽 1>과의 인터뷰에서 마스크 재료 부족으로 곧 생산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각국에서 팔리는 마스크의 90%가 중국에서 생산된다. 그러나 지금 중국은 국내 공급을 위해 수출을 중단한 상태다. 그 결과 프랑스는 국내 회사들이 전력을 다해 생산한다 한들 수요를 따라갈 수가 없다.
 
한편 프랑스 보건부는 코로나19에 걸리지 않기 위한 간단한 4가지 수칙을 30초짜리 영상으로 제작해 국민들에게 홍보하고 있다. 첫째. 규칙적으로 손을 씻거나 손 세정제로 소독을 하고, 둘째. 기침이 나거나 재채기를 할 때는 손으로 가리고 한다, 셋째. 일회용 손수건을 사용하고, 넷째, 아픈 사람들은 꼭 마스크를 하라는 광고를 언론을 통해 하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 확산으로 각국은 초비상사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는 우리와 약간 다르다. 마스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건부 장관이 가장 먼저 업체들을 만나 공조체제를 벌이고, 한편으로 국민들이 이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지켜야 할 간단한 수칙을 홍보물로 만들어 광고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사태는 프랑스보다 훨씬 심각한 단계이기 때문에 정부도 국민도 당황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 해도 이성을 잃으면 절대 안 된다.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지 않던가. 정부는 부지런히 뛰되 전략을 가지고 지혜롭게 처신해야 한다. 맘만 급해 실현 불가능한 약속을 하면 국민에게 혼선만 야기할 뿐이다. 마스크 문제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1야당 원내대표처럼 정부가 마스크로 사기를 쳤다고 호도하지는 말자. 정부가 어찌 이 엄중한 시기에 사기를 칠까. 프랑스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마스크 생산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른다. 한국 정부도 프랑스처럼 국내 마스크 회사들과 긴밀한 협의를 가지면서 좀 더 현실적인 공급대책을 내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민의 원성을 막기 위해 막무가내로 대책을 쏟아내고 그걸 실현하지 못하니 비난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 차분히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치른다면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 정부도 국민도 절대 당황하거나 우왕좌왕해서는 안 된다. 

최인숙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파리정치대학 정치학 박사(sookjuliette@yahoo.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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