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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먹어 치운 2월 극장가 ‘1300억’
2020-02-27 09:59:26 2020-02-27 09:59:3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관객이 사라진 극장가다. 관객만 사라진 게 아니다. 무려 1300억 원이 넘는 돈이 사라졌다. 극장 업계 자체 존립 위기다.
 
27일 오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2월 1일부터 26일까지의 누적 전체 매출액은 591억 6662만 1520원이다. 작년 2월 전체 매출액은 1899억 9080만 7970원이었다. 1300억이 넘는 매출액 차이가 난다.
 
관객이 사라진 극장가 전경. 사진/뉴시스
 
누적 관객 동원 차이는 더욱 처참하다. 올해 2월 누적 관객 수는 701만 9229명이다. 작년 2월 누적 관객 수는 2227만 7733명에 달했다. 월별 관객 수가 전년 대비 1/3 수준 이하로 하락했다. 영진위 통합전산망 집계가 시작된 2004년 첫 해를 제외하면 매출액과 관객 동원 수가 최악이다.
 
이 같은 사상 최악의 분위기는 ‘코로나19’ 여파 외에는 달리 설명이 안 된다. 소강상태에 접어들 던 ‘코로나19’가 대구 지역에서 확산세로 전환되고 정부가 위기경보를 최고 등급인 ‘심각’ 단계로 격상시키면서 극장가는 관객이 증발했다. 지난 24일 하루 동안 전체 일일 관객 수가 7만 명 수준으로 급락했다. 25일은 더욱 하락했다. 2004년 영진위 통합전산망 집계 이후 일별 누적 관객 수에서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
 
극장 업계에서 사라진 1300억의 매출액은 상영작과 개봉 대기 중인 영화들에게까지 후폭풍으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개봉 이전부터 호평을 받고 흥행 탄력을 키우던 ‘남산의 부장들’은 관객 동원력에 급제동이 걸렸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뛰어난 연출력과 배우들의 명품 연기, 한국영화에서 전례가 없던 구성의 치밀함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치명타를 입었다. 개봉 대기 중인 영화들도 마찬가지다.
 
‘사냥의 시간’ ‘결백’ ‘콜’ 등 100억대의 제작비가 투입된 상업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 연기를 선언했다. 이들 영화들 모두 홍보 일정 절반 가량을 소화한 입장에서 개봉 연기에 따른 추가 마케팅 비용 투입까지 감안하면 손익분기점 상승도 받아 들일 수 밖에 없다. 이들 상업 영화 외에 소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여러 다큐멘터리와 독립영화들은 더욱 큰 타격이다.
 
국내 멀티 플렉스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전화통화에서 “국내 영화 시장은 극장 수입이 영화 수입의 70%에서 최대 80%까지 차지하는 구조다”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지금의 위기가 지속된다면 영화 시장 전체의 구조 변화까지 일어날 수 있다. 결코 좋은 상황으로 변화되지 않을 것이다”고 우려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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