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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삼바 증거인멸' 삼성전자 임원 3명에 실형 선고(종합)
증거인멸·교사 혐의 등 최대 징역 2년
"범행 수법과 재질이 불량하고 상상하기 어려운 대담성"
“상사 지시 맹목적으로 따르는 문화 바람직하지 않아"
2019-12-09 17:04:07 2019-12-09 23:13:33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분식회계 관련 증거를 인멸 또는 인멸을 교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삼성전자 임원들에게 최대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소속 임원들의 지시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보고 이들에게 가장 큰 형량을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소병석)은 9일 선고기일을 열고 증거인멸교사 등으로 기소된 삼성전자 재경팀 소속 이모 부사장에게 징역 2년,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소속 박모 부사장과 김모 부사장에게는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같은 사업지원TF 소속인 백모 상무와 보안선진화TF 서모 상무에 대해서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된 증거 인멸 지시 혐의를 받는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운영담당 백모(왼쪽부터) 상무, 삼성바이오에피스 경영지원실장 양모 상무,삼성전자 정보보호센터 보안선진화 TF 서모 상무. 사진/뉴시스
 
이 부사장 등은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가 예상되자 지난해 5월5일 김태한 삼바 대표 등 삼성 고위 임원들과 대책 회의를 열고 삼바와 삼바(에피스) 내부 문건 등을 은폐·조작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임원 등 일부는 지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현장에 나가 증거인멸을 주도적으로 처리하고 상황을 보고받는 등 주도적인 역할을 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삼바 회계부정 의혹사건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는 자료 일체를 조직적이고 대대적으로 인멸·은닉해 회계부정 사건과 관련된 실체적 진실 발견에 지장을 초래할 위험을 야기했으므로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바닥을 들어내 증거를 묻는 등 증거 인멸 과정에서 이뤄진 범행 수법과 그 죄질이 불량하고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운 범행의 대담성으로 사회에 충격을 줬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지시로 파일과 이메일 등에서 'JY', '미전실', '합병' 등의 키워드가 담긴 자료를 삭제하고 관련 저장장치 등을 회사 창고 바닥에 묻은 혐의를 받은 삼바와 에피스 직원들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모 부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삼바 안모 대리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회사 가치평가가 담긴 문건을 조작해 금감원에 제출한 것으로 조사된 삼바에피스 양모 상무에게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피고인 중 일부가 '부하직원에 불필요한 자료 삭제만 지시했는데 그들이 오해해 광범위한 자료 삭제에 이른 것이다'라고 주장한 데 대해 재판부는 "부하직원이 상사 지시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게 삼성의 문화라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해외에 나가본 사람이라면 삼성의 활약을 보며 자긍심을 느끼고 삼성이 세계 최고 기업으로 성장하며 국가 경제에도 큰 보탬이 되길 기대할 것"이라면서도 "기업 성장도 법절차를 따르며 공정히 이뤄질 때 국민의 응원을 받을 수 있다"고 충고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관련된 증거인멸을 지시한 삼성전자 임원 3명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사진은 삼바 전문가 토론회 '논란의 분식회계, 삼성바이오 재판을 말한다'. 사진/뉴시스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의 분식회계 의혹 관련 검찰 수사에 대비해 증거 인멸을 지시한 혐의를 받은 삼성전자 임원 3명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사진은 삼바 사옥. 사진/삼바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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