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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로 보여준 "홍콩은 자유다"…시진핑 '하나의 중국' 상처
시위 지도자 지미 샴 "유권자들이 청년층에 표를 던진 것"
2019-11-25 19:42:29 2019-11-25 19:42:29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지난 24일 홍콩국제공항에서 지하철을 타고 1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샤틴구(沙田區). 이곳은 2019년 홍콩 구의회선거에서도 가장 '핫한' 지역 가운데 하나다. '친중'과 '반중' 정서가 뒤섞인 지역에서 홍콩 민주화를 원하는 민주파가 압승을 거둔 덕분이다. 샤틴구 사례에서 보듯 이번 선거는 역대 최고 투표율(71.2%)을 기록한 건 물론 민주파가 전체 의석의 85%를 얻은 '파란'을 연출했다.
 
우선 샤틴구는 선거를 치른 18개 지구 중 가장 많은 의원을 뽑았다. 452명을 선출한 선거에 샤틴구에서만 41명이 뽑혔다. 41명 중 단독 출마한 건제파 1명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민주파가 당선됐다. 홍콩시위의 지도자 지미 샴, 2014년 우산혁명 때 경찰의 폭력을 공론화한 오스만 쳉, 한국계 첸슈영 등 '핫피플'도 여기서 당선됐다.
 
24일 '2019년 홍콩 구의회선거'에서 샤틴구 렉웬 지역에 출마한 지미 샴 후보가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샤틴구의 선거 결과가 의미 있는 이유는 또 있다. 이곳은 1970년대에 홍콩 역사상 첫 공공주택이 지어졌다. 덕분에 샤틴구 사람들은 중산층 이상의 생활 수준을 가졌다. 취재팀을 이곳으로 안내한 현지인은 "샤틴 사람들은 누구보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잘 알며, 정부 지원에 따른 발전의 필요성도 인식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홍콩 민주화운동을 지지하는 시민들과 중국 공산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혼재하는 동네라는 의미다.
 
한국에 유학한 경험이 있다는 A씨는 샤틴구를 포함해 민주파가 건제파(중국 공산당의 홍콩 통치기조를 지지하는 정당)를 제치고 '싹쓸이'를 한 건 "홍콩시민들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홍콩의 평화를 지키는 길을 찾아가는 것 같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홍콩시민들이 민주주의와 공산당 통치 중에서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무엇이 더 효과적이냐를 따져 전자를 선택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샤틴구의 선거 결과를 전체 홍콩 선거로 확장한다면, 결국 홍콩 시민들은 "홍콩 자유다"라는 홍콩 민주화운동의 목소리를 표로써 보여준 셈이다. 민주파를 자처한 중문대 교수 B씨는 "홍콩 당국이 시민들의 목소리를 따르지 않은 패착이 역대급 투표율로 이어졌다"면서 "홍콩 당국과 공산당의 강압에 맞설 행동은 이제 발걸음을 시작했다"라고 주장했다. 한류를 좋아해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C씨는 "시위에 참가하는 사람들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홍콩 당국과 공산당에 불만이 많다"라면서 "현재 홍콩 상태라면 젊은이들과 미래세대엔 꿈이 없기 때문에 투표에 더 절박해졌다"라고 했다.
 
24일 '2019년 홍콩 구의회선거'에서 샤틴구 온타이 지역에 출마한 오스만 쳉 후보의 지지자들이 투표소 앞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홍콩시민들의 의식변화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하나의 중국' 기조에 상처를 입게 됐다. 실제로 중국 매체들은 홍콩 선거의 결과를 거의 다루지 않았다. 홍콩 선거결과에 충격과 당혹감을 느낀 공산당이 보도를 통제했다는 말이 나온다. 코즈웨이베이 투표소에서 만난 D씨는 이런 상황을 전망한 듯 "홍콩 민주화운동에 관해 대부분 중국인들은 홍콩 사정을 정확히 모른다"면서 "언론에서 거짓으로 소식을 보도하고 교육시키고 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동시에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민주파 의원들은 앞으로 홍콩 민주화운동에 관한 현안을 부각하며 홍콩 당국과 공산당, 시진핑 주석을 더 압박할 예정이다. 지미 샴은 당선이 확정된 직후 "내가 이긴 것이 아니라 유권자들이 청년층에게 표를 던진 것"이라면서 "개인의 승리가 아니라 홍콩의 승리"라고 강조했다.
 
자원봉사를 하며 민주파 후보들의 선거를 도운 E씨는 "홍콩시민의 삶은 우리 스스로의 문제이며, 우리가 결정권을 가졌기 때문에 중국 공산당이 홍콩을 조금 더 존중해주길 원한다"면서 "공산당과 당국이 강경·폭력 대응의 수위를 높여간다면 시민들의 평화추구 노선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첸슈영 당선자도 "민주파가 의회의 다수를 점하게 됨에 따라 홍콩 당국과 시진핑 주석은 시민들의 요구를 원천적으로 무시할 수 없게 됐다"면서 "최소한 절충론이라도 요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홍콩=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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